정치성향 따라 뉴스 신뢰도 인식… "5060 정치 고관여층, 확증편향 두드러져"이석기 설립 STI '미디어의 이용, 확증편향층의 형성' 주제로 조사 진행
  • ▲ 가짜뉴스 이미지. ⓒ픽사베이
    ▲ 가짜뉴스 이미지. ⓒ픽사베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진영에 유리한 뉴스는 믿고, 불리한 뉴스는 안 믿는다'는 통념이 실제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나 이목이 집중된다.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STI·대표 이준호)는 지난 3월10~16일 전국 만 18~69세 성인남녀 1056명을 대상으로 '미디어의 이용과 확증편향층의 형성 및 그 특징'과 관련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에스티아이의 전신인 사회동향연구소는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이 2010년 설립한 여론조사·정치컨설팅 업체다. 2015년 10월15일 주식회사 에스티아이로 이름을 바꿨다. 

    이 업체는 2012년 벌어진 통진당 부정경선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맡는 등 통진당 계열 여론조사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은 2012년 4월13일 사회동향연구소 사내이사에서 사임했다. 이 전 의원은 그해 5월 통진당 비례대표로 제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이 전 의원은 2013년 통진당 내란음모사건으로 구속됐고,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위헌정당 해산 및 소속 국회의원 자격 박탈 선고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에스티아이 조사에서는 응답자에게 보수·진보성향이 선호할 만한 진짜뉴스와 가짜뉴스 제목을 섞어 제시한 뒤 각각 참·거짓을 식별하도록 했다. 

    우선 진보성향이 선호할 진짜뉴스로는 '2022년 대한민국 민주주의 지수가 여덟 단계 하락했다'가 제시됐다. 이는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산하 경제분석기관 EIU가 지난 2월 '2022 민주주의 지수(Democracy Index 2022)'에 실린 내용이다. 

    진보성향 가짜뉴스로는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유일한 대통령'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 앞서 김영삼·김대중·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적이 있다.

    이어 보수성향이 선호할 진짜뉴스로는 '민주당이 이사 추천에 응하고 있지 않아, 북한 인권재단은 7년째 출범을 못하고 있다'는 내용을 넣었다. 2016년 시행된 북한인권법은 통일부장관과 국회 추천을 통해 12명 이내의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두도록 했으나, 민주당은 이사 추천을 하지 않고 있다. 

    또 보수성향 가짜뉴스로는 '문재인정부는 비밀리에 6억 달러 규모의 대북송금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같은 주장은 일부 유튜브 채널에서 제기됐으나 불투명한 출처에 근거한 가짜뉴스인 것으로 드러났다.

    에스티아이는 응답자에게 위 뉴스를 제시하며 어떻게 생각하는지 1(완전히 거짓), 2(대체로 거짓), 3(거짓 반 사실 반), 4(대체로 사실), 5(완전히 사실) 등 점수로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뉴스의 진위보다 진영의 유불리에 따라 신뢰도에 큰 차이를 보였다.

    민주성향 지지층은 진보진영에 유리한 진짜뉴스에는 3.74, 가짜뉴스에는 3.75의 평점을 내렸다. 즉, 진짜·가짜뉴스 구별 없이 무조건적 신뢰도를 보인 것이다. 반면 보수진영에 유리한 진짜뉴스에는 2.39, 가짜뉴스에는 2.08로 불신도가 높았다.

    마찬가지로 보수성향 지지층도 보수에 유리한 진짜뉴스에 3.18, 가짜뉴스에 3.65로 점수를 매겼다. 상대적으로 진짜뉴스보다 가짜뉴스에 믿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진보에 유리한 진짜뉴스에는 3.08, 가짜뉴스에는 2.8로 조사됐다.

    해당 조사를 통해 뉴스의 참·거짓을 판별하기보다 자신의 정치성향에 맞춰 뉴스의 신뢰도를 판단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STI "민주 지지층이 보수 지지층보다 확증편향 비중 2배 크다"

    에스티아이는 결과를 토대로 양당 지지층 가운데 확증편향층(156명)을 추려냈다. '확증편향'이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성을 의미한다. 민주당 지지층 303명 중 100명(36.5%)이, 국민의힘 지지층 253명 중 46명(18%)이 확증편향층으로 분류됐다. 이를 통해 민주당 지지층이 국민의힘 지지층에 비해 확증편향 비중이 2배가량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확증편향층의 연령별 특징은 50대(29.4%)와 60대(29.2%)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나머지 연령층은 18~29세(9.9%), 30대(12.9%), 40대(18.5%)로 각각 나왔다. 성별에 따른 차이는 크지 않았다.

    아울러 조사 항목에는 '정치사회 정보를 얻기 위해 주로 이용하는 매체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들어갔는데, 확증편향층의 21.8%는 '유튜브'를 꼽았다. 반면 비확증편향층 중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는 비중은 8.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와 관련,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유튜브에 몰입하는 5060 정치 고관여층에서 확증편향이 두드러졌다"며 "이들은 최근 코인 사태에서도 무작정 '검은 돈 유입설'을 주장하거나, 김남국 의원을 두둔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