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소재, 오는 21일까지 빛고을시민문화회관서 4번째 시즌 공연
  • ▲ 지난 16일 광주 빛고을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린 뮤지컬 '광주' 오픈리허설 장면.ⓒ광주문화재단·라이브·극공작소마방진
    ▲ 지난 16일 광주 빛고을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린 뮤지컬 '광주' 오픈리허설 장면.ⓒ광주문화재단·라이브·극공작소마방진
    "사랑하는 광주 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이 광주를 향해 오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도청으로 모입시다. 지금 우리 형제 자매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광주 시민 여러분…"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알고, 역사는 기억한다. 43년 전, 푸른 오월 광주에는 민주주의 꽃을 피우기 위해 아름다운 영혼들이 수없이 스러져갔다. 평범한 일상을 살던 사람들이 일으킨 5.18민주화운동. 사망 218명, 행방불명 363명, 상이자 5088명, 기타 1520명, 총 7200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그야말로 참극이었다.

    5·18민주화운동은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 새벽까지 광주시민들이 신군부 세력의 무차별 진압에 죽음을 무릅쓰고 항거한 역사적 사건이다. 2011년에는 5.18민주화운동 기록물이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민주·평화의 정신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창작뮤지컬 '광주(City Of Light)'가 작품의 배경인 광주를 찾았다. '광주'는 2019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광주문화재단이 '님을 위한 행진곡' 대중화·세계화 사업 일환으로 기획해 2020년 초연을 올렸다. 올해 고향에서만 선보이는 네 번째 시즌은 16~21일 빛고을시민문화회관에서 9회 공연된다.

    '광주'는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연극 '푸르른 날에'와 '나는 광주에 없었다'를 연출한 고선웅이 극작과 연출을 맡았다. 네덜란드 가우데아무스 국제 작곡 콩쿠르와 영국 맨체스터 세계 현대 음악제에서 입선하고 오페라 '1945', 음악극 '적로' 등의 작곡가 최우정 서울대 음대 교수가 참여했다.
  • ▲ 지난 16일 광주 빛고을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린 뮤지컬 '광주' 오픈리허설 장면.ⓒ광주문화재단·라이브·극공작소마방진
    ▲ 지난 16일 광주 빛고을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린 뮤지컬 '광주' 오픈리허설 장면.ⓒ광주문화재단·라이브·극공작소마방진
    작품은 '윤상원 열사'를 모티브로, 군부 정권에 대항하며 평화를 위해 싸웠던 광주 시민들의 분노와 희망을 그린다. 5·18민주화운동의 상징적인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차용해 한 명의 영웅 서사가 아닌 소시민들이 일궈낸 숭고함에 초점을 맞췄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전남대에서 재학 중이던 김종률이 작곡하고, 백기완의 시' 묏비나리'를 기반으로 창작됐다. 5·18민주화운동 마지막날 전남도청에서 숨진 윤상원과 그 뜻을 같이 했지만 먼저 세상을 떠난 박기순의 영혼 결혼식을 치르며 만들어졌다.

    1980년 5월, 독재자의 죽음을 틈타 쿠데타 세력들은 정권 찬탈의 명분을 세우기 위해 민주화를 열망하는 광주 시민을 폭도로 몰아 진압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신군부는 민간인으로 위장한 '편의대' 특수 군인을 광주에 잠입시켜 무력 폭력 시위를 조장한다.

    '광주'는 1980년 광주에 편의대원이 존재했다고 증언한 김용장 전 미군 501정보여단 방첩부대 군사정보관과 허장환 전 보안부대 수사관의 진술을 가미해 픽션을 더했다. 극 중 505부대 편의대원 '박한수'가 등장해 무고한 시민들이 겪는 참상을 목도한 후 이념 변화를 겪기도 한다.

    고선웅 연출은 "편의대원의 진술을 듣고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았다. 진압의 빌미를 제공받기 위해서 트릭, 심리전을 썼다는 구체적인 진술이었다. 뮤지컬 '광주' 이야기를 통해서 '폭도다, 과격했다, 그래서 진압을 했다'는 반복 논리를 반박하고, 광주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진실, 오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 지난 16일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진행된 뮤지컬 '광주' 기자회견에 참석한 제작진과 출연 배우들.ⓒ광주문화재단·라이브·극공작소마방진
    ▲ 지난 16일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진행된 뮤지컬 '광주' 기자회견에 참석한 제작진과 출연 배우들.ⓒ광주문화재단·라이브·극공작소마방진
    '광주'는 시대적 아픔을 실감나게 그려내면서 따스한 활력을 잃지 않는다. 실제 가두방송의 내용이었던 "우리들의 사랑·명예·이름, 우리를 잊지 말아 주십시오"라는 대사는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님을 위한 행진곡', '투쟁가' 등 당시 광주 거리를 수놓았던 멜로디는 무대 위에서 또 다른 생명력을 얻어 묵직한 서사를 이끈다.

    고 연출은 "작품이 보여주고자 한 건 슬픔이 아니다. 감정의 토로를 최대한 억제했다"며 "광주라고 하면 어떤 심리적 장벽이 있는데, 담백하게 표현해야 관객들이 편하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춤추고 노래하고 사랑하는 장면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광주의 진실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밝혔다.

    '광주'는 초연부터 사연까지 업그레이드를 계속하며 완성도를 높여왔다. 2022년 10월에는 뮤지컬의 본고장인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현지 배우들을 캐스팅해 쇼케이스를 가졌으며, "아시아의 레미제라블"로 호평을 받았다. 광주문화재단의 3개년 프로젝트로 지난해 지원이 끝났지만 작품의 성과를 고려해 별도 지원했다.

    유희성 예술감독은 "세계적 뮤지컬 '캣츠', '오페라의 유령'도 한 번에 완성도가 생긴 건 아니었다. 뮤지컬 '광주'도 서사, 캐릭터, 음악 등을 수정·보완하면서 완성됐다. '레미제라블' 이상의 가치가 있다. 광주문화재단에서 시작했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정책을 펼쳐서 글로벌 문화 콘텐츠로 발전시키고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 지난 16일 광주 빛고을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린 뮤지컬 '광주' 오픈리허설 장면.ⓒ광주문화재단·라이브·극공작소마방진
    ▲ 지난 16일 광주 빛고을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린 뮤지컬 '광주' 오픈리허설 장면.ⓒ광주문화재단·라이브·극공작소마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