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청와대 '필로폰 행정관' 봐주기도… '정상 면직 처리' 논란尹, '마약과의 전쟁' 선언… "마약, 강력하게 수사·단속해야"법무부, 느슨했던 文정부 단속 지적… '악' 소리 나게 처벌할 것박상기·추미애, 마약 전담부서 폐지·예산 삭감… 수사권 약화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6회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6회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생부터 회사원·주부까지… 일상에 파고든 파멸의 '백색가루'

    '마약청정국'이라고 자부하던 한국이 마약의 늪에 빠져 중독되고 있다. 한때 연예인, 재벌가 자녀, 유학생만 마약에 손 대던 시대가 끝나고 누구나 손쉽게 마약에 접근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정부의 단속과 감시를 피해 추적이 어려운 온라인 채널이 마약 유통로로 급부상하면서 일반 회사원·가정 주부·청소년들까지 마약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7일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국회 부의장)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에 검거된 마약사범 1만2387명 중 3092명(25%)이 인터넷을 통해 마약을 사고팔았다. 5년 전 마약사범 8107명 중 1516명(18.7%)이 검거된 것과 비교하면 104% 증가한 수치다. 

    특히 SNS에 익숙한 10대 젊은층의 마약사범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검거된 10대 마약사범은 294명으로 2018년(104명)에 비해 3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지난달 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음료 시음회'를 가장해 '마약 음료수'를 나눠 주는 사건이 발생해 세간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범인 일당은 학원가 인근에서 기억력·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행사를 가장해 필로폰 성분이 첨가된 음료수를 학생들에게 나눠 줬다. 당시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음료를 제조·공급한 20대 A씨를 비롯해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을 건넨 판매범 B씨, 음료를 나눠 준 일당 등 총 6명을 붙잡고 배후를 추적 중이다.

    또 40대 회사원이 회사 기숙사 주차장에서 캔커피에 필로폰을 타 마시거나, 50대 회사원이 직장동료에게 필로폰 0.7g을 현금 45만원을 주고 구매하도록 중개하는 역할을 한 사례도 드러났다. 지난해 경기도의 한 호텔에서 필로폰을 몰래 투약한 30대 가정주부가 적발된 경우도 있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마약 체험기'… 무차별 마약 콘텐츠 노출, 심각한 수준

    최근 인터넷에 '마약 체험' '마약 후기' 같은 마약 관련 게시물이 쏟아지는 등 자극적인 콘텐츠가 인기를 끌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구독자가 수만 명에 달하는 한 유튜버는 '마약을 하면 무슨 기분일까'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며 "황홀감에 빠진다" "전류가 찌릿찌릿 느껴진다" 등 마약 후기를 전하기도 했다. 해당 영상에는 "와 해보고 싶다" "마약 별거 아니네"라는 댓글이 달렸다.

    또다른 유튜버는 '온몸을 성감대로, 엑스터시'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영상에서 마약사범과 인터뷰하며 "엑스터시를 먹으면 일단 신이 난다" "샤워기로 몸에 물을 뿌리는 것만으로도 정말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해당 영상에는 성관계와 엑스터시 복용의 관계, 구체적인 체험 후기를 통한 마약 복용을 권장하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물론 마약의 부작용과 금단증상 등의 경고성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경찰은 이러한 영상을 올린 유튜버들을 처벌할 현행법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소극적 대응을 하고 있다. 해당 영상은 약사법이 금지한 '마약류 광고'에도 포함되지 않을 뿐더러, 단순히 마약류의 신체적 반응을 소개한 영상이기에 마약류의 사용 및 매매나 알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다. 

    경찰청 관계자는 "마약 투여를 독려하는 유튜버들을 처벌하기 어렵다"며 "물증이 명확해야 수사에 착수하나, 과거 경험을 전하는 내용만으로 유튜버들을 단속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 ▲ 이원석 검찰총장이 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마약 전담 부장검사 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원석 검찰총장이 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마약 전담 부장검사 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대통령, 마약과의 전쟁 선포… 매머드급 마약범죄 특수본 구성

    '마약과의 전쟁'을 선언한 윤석열정부는 단속 및 사법처리부터 치료·홍보에 이르는 종합대책을 지난달 18일 발표하며 범정부 차원의 역량을 총결집하기로 했다. 

    우선 정부는 검찰·경찰·관세청 등 840여 명으로 구성된 매머드급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각 기관의 마약수사 전담인력이 수사 착수 단계부터 공판 절차까지 유기적으로 움직여 공동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청소년 대상 마약 공급 등을 포함해 인터넷 마약 유통, 대규모 밀수출·입 등을 중점 수사하고, 범죄수익도 끝까지 추적한다는 방침이다.

    또 정부는 대검찰청에 마약·조직범죄부를 설치해 검찰의 마약수사 기능도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마약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신종 마약 탐색 역량 강화를 위해 전체 마약성분 검출이 가능한 첨단 감정장비도 도입하기로 했다. 

    아울러 인터넷 마약 불법거래 및 광고 사이트는 마약 관련 키워드 자동 탐지 e-로봇 시스템을 활용해 24시간 감시하며, 의료용 마약류 처방 이력 조회 의무화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해외 마약 밀반입을 막기 위해 '국제우편 마약단속 TF'를 구성하는 등 감시망도 한층 강화된다. 해양경찰청은 오는 6월 코카인 최대 생산지인 콜롬비아와 정보공유 협정을 체결하고, 검찰은 11월 마약류 퇴치 국제협력회의를 개최한다.

    마약과 관련한 처벌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상습투약 및 대량 밀수사범 처벌 강화를 위해 마약류 범죄 양형기준 강화를 추진하며, 투약사범 기소유예 처분의 경우 대상자의 중독 수준을 평가한 후 그 의견을 반영해 치료·재활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한다. 

    아울러 정부는 치료보호기관으로 지정된 24개 병원이 마약중독 치료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사업 운영비와 치료비 지원 단가를 높이고 치료보호에 따른 의료수가 개선 등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대검, 마약·조직범죄부 신설… "이 땅에서 마약 쓸어내야, 마지막 기회"

    윤석열정부 출범 1년 만에 검찰이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으로 문재인정부 유산 지우기에 나섰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8일 대검찰청에 마약‧조직범죄부와 마약과를 복원하는 직제개편안이 확정된 이후 처음으로 '18대 지방검찰청 마약부장검사‧마약수사과장회의'를 소집했다.

    검찰에 따르면, 대검 내 반부패강력부가 반부패부와 마약·조직범죄부로 분리돼 마약 및 강력범죄 전담 지휘조직이 부활한다. 마약·조직범죄부에는  △마약과 △조직범죄과 △범죄수익환수부가 하부조직으로 설치된다. 2018년 반부패강력부로 통합된 이후 5년 만에 다시 조직이 분리되는 것이다. 

    또 검찰은 대검 내에 차장검사급 직책인 기획관 제도도 대거 부활시킬 전망이다. 검찰의 조직개편에 따라 검사장급 직급(마약·조직부장)이 한 자리 늘어나며 대검 내 차장검사, 부장검사급 인사도 확대된다. 이 같은 인력 증원 계획을 통해 과거 문재인정부에서 축소됐던 검사장 보직이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전체 마약사범이 30% 증가하는 동안 청소년 마약사범은 304% 폭증했다"며 "과거 마약범죄가 특정 계층이나 직업군에 국한된 범죄로 여겨지던 시기가 있었으나, 현재는 연령·성별·계층·직업·지역과 관계없이 마약범죄가 국민 일상 속으로 깊이 파고든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 총장은 "'다음번은 없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마약범죄에 엄정히 대처해야 한다"며 "마약범죄는 대표적 민생침해범죄이자 경제범죄로, 마약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총장은 그러면서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를 중심으로 모든 검찰 구성원이 합심하고 경찰·해경·관세청·식약처·지자체·민간단체와 유기적으로 협력해 이 땅에서 마약을 깨끗하게 쓸어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법무부, 마약예방교육 강화… 버스·지하철서 '마약 예방 영상' 튼다

    법무부도 이날 교육부·여성가족부와 연계해 마약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온·오프라인 교육·홍보 활동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청소년 마약 예방 법교육 출장강연'을 현시점부터 연말까지 1000회 이상 실시할 예정이다. 이미 법무부는 마약 예방 출장강연을 3월20일부터 최근까지 302회 실시했다.

    마약 예방 출장강연은 법무부가 교육부·여성가족부와 함께 초·중·고등학생, 학교 밖 청소년을 직접 만나 마약을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교육이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기존 지식 전달 중심 강의 방식이 아닌 '스토리텔링' 중심의 참여형 교육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법무부는 자체제작한 30초짜리 마약 예방 캠페인 영상을 이달 동안 수도권 시내버스와 지하철에서 송출할 예정이다. 다음달에는 전국 25개 주요 도시의 옥외 전광판, KTX역, 고속버스 터미널 등에서도 영상을 틀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날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는 마약 예방교육과 홍보활동을 통해 마약이 청소년들의 일상에 유입되는 것을 막고 대한민국이 마약청정국 지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 ▲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9년 5월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김수현 정책실장, 고민정 대변인, 조국 민정수석, 노영민 비서실장, 강기정 정무수석과 산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9년 5월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김수현 정책실장, 고민정 대변인, 조국 민정수석, 노영민 비서실장, 강기정 정무수석과 산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文 5년간 '마약 밀수' 18배 폭증… 마약 밀수 1741%, 마약사범 595% 증가

    문재인정부 5년간(2017.5.10.~2022.5.9) 마약 밀수와 마약사범이 폭증했다. 관세청과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마약 밀수 적발량이 2017년 69.1kg에서 2021년 1272.5kg으로 18.4배 증가했다.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은 출범 직후부터 '검찰 힘 빼기'에 집중했는데, 이 과정에서 검찰의 마약수사 역량도 지속적으로 약화했다. 2018년 검찰 조직을 줄이면서 마약 담당 부서가 통폐합됐는데, 당시 박상기 법무장관은 대검 강력부에서 마약수사부서를 없앴다. 2020년에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대검 마약과를 조직범죄과에 흡수시키기도 했다. 

    2020년 개정된 검찰청법에 따라 검찰은 500만원 이상의 마약 밀수만 수사할 수 있게 됐고, 대검찰청 마약범죄 모니터링 시스템도 예산이 끊기면서 가동을 멈췄다. 결국 지난해 4월, 민주당은 검수완박으로 검찰의 마약수사권을 박탈했다.

    이와 더불어 문재인정부 당시 청와대 행정관 C씨가 재직 중 호텔에서 필로폰을 구매해 불법투약한 혐의로 지난해 4월19일 서울 성동구 자택에서 체포되기도 했다. 

    경찰은 C씨의 신분을 파악한 후 곧바로 청와대에 수사 개시 통보를 했다. 하지만 20일이 지난 후 문재인정부 임기 마지막 날인 5월9일 C씨는 면직 처리됐다. 청와대가 C씨의 마약 투약 사실을 알면서도 '일반 퇴직'을 허락한 것이다. 

    현행법상 C씨는 면직이 아닌 징계위원회에 회부됐어야 한다. 같은 법 78조 공무원 징계사유에는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가 포함돼 있으며, 국가공무원법은 수사기관에서 조사 받는 공무원의 퇴직을 제한해놨다.

    결국 C씨는 윤석열정부 들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지난해 10월6일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또 재판부는 그에게 40시간의 약물치료 강의 수강 및 추징금 40만원도 명령했다.
  • ▲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열린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당정협의회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참석하고 있다. 앞쪽은 조규홍 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열린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당정협의회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참석하고 있다. 앞쪽은 조규홍 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尹정부, '마약 심각성' 제대로 인지… 박수 받아 마땅"

    법무법인 진실의 박진실 변호사는 마약범죄를 대상으로 한 현 정부의 대응과 관련해 "윤석열정권 1년차를 보면 마약에 대해 이전보다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하려는 태도는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고 평가했다. 

    박 변호사는 마약 관련 예방교육과 관련 "이전에는 '마약범죄 심각하다' '예방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았음에도 귓등으로도 안 들었다"며 "예방교육의 절실함을 인식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지난 1년간의 굉장한 성과로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법무법인 LKB의 김희준 변호사는 "마약범죄를 대상으로 한 수사·단속도 중요하나, 무엇보다 일반 교육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최근 법무부와 검찰이 이 같은 부분을 중요하게 인식한 것 같다"고 호평했다. 

    김 변호사는 "강한 수사를 한다고 해서 마약문제를 근절하기 어려운데, 애당초 손 대지 않은 예방교육에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마약범죄가 급증한 원인을 "마약 거래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했다"면서 "마약 가격이 저렴해지고, 클릭 한 번으로 마약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마약을 구매하는 연령층이 점점 어려지고 있는 부분도 또 다른 원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