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핸드폰 해킹, 지인들에게 피싱메일, 가짜 계정 만들어 후원금 갈취""종북단체 대진연은 지역구 사무소 무단점거"…'북한의 태영호 죽이기' 규정"공무 아니면 알 수 없는 후원자 신원자료까지 유출… 심각한 불법행위"
  • ▲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천 녹취록 파문', '쪼개기 후원 의혹'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힌 후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이종현 기자
    ▲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천 녹취록 파문', '쪼개기 후원 의혹'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힌 후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이종현 기자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태영호 최고위원이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태영호 죽이기'로 명명하고 반발했다. 태 최고위원은 또 공천 관련 발언 등 의원실 회의 내용을 유출한 인사를 대상으로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태 최고위원 징계 수위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당초 역사 관련 표현법 차이에서 비롯한 문제로 경징계가 예상됐으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공천 관련 녹취 등 모든 의혹을 윤리위에서 병합해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총선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받았던 당원권 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가 태 최고위원에게도 내려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태 최고위원이 내년 총선에 출마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태영호 죽이기 집단 린치 각 방면으로 펼쳐져"

    태 최고위원은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대회 기간 제가 언급했던 4·3 관련 발언을 시작해, 최고위원이 된 후에도 여러 역사적 평가와 관련한 발언이 있고 매일 사퇴하라는 정치적 공세와 '태영호 죽이기 집단 린치'가 각 방면으로 펼쳐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태 최고위원은 "북한 김정은정권은 제 핸드폰을 해킹하고 지인들에게 피싱메일을 보내고 페이스북 가짜 계정을 만들어 후원금을 갈취했다"며 "심지어 종북단체 대진연이 제 지역구 사무소를 무단점거하는 사태도 벌어졌다"고 소개했다.

    태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저를 정치권에서 퇴출시키려는 음해성 정치공세와 막후 작전, 가짜뉴스들은 더욱 많이 나올 것이고 태영호 죽이기는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그러나 저는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 징계 절차를 개시한 국민의힘 윤리위는 오는 8일 징계 수위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 최고위원은 윤석열 대통령 공약인 5·18정신 헌법 수록 불가와 '전광훈 우파 천하통일' '4·3사건 기념일은 격이 낮다'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는 점이, 태 최고위원은 '제주 4·3사건은 김일성 지시' '쓰레기(Junk) 돈(Money) 성(Sex) 민주당' 등의 발언으로 당 윤리위에 회부됐다.

    당초 국민의힘 내에서는 수차례 같은 실수를 반복한 김 최고위원은 당원권 정지 1년 이상의 중징계를 예상했지만, 태 최고위원의 논란은 북한 출신으로 자신의 소신에 따른 표현법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을 들어 경징계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지난 1일 MBC가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태 최고위원에게 공천문제를 거론하며 한일관계와 관련한 옹호 발언을 해 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 내용을 보도한 뒤 상황은 급격히 냉각됐다.

    해당 녹취 내용이 태영호의원실에서 근무하다 최근 갈등으로 그만둔 한 보좌진의 '폭로'라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지만 태 의원 측에서는 한 사람을 특정하지 않고 있고, 온라인 상에서는 각종 추측이 난무하며 '마녀사냥'이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태 최고위원이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자신의 지역구 기초의원들로부터 정치후원금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이른바 '쪼개기' 방식이 사용됐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김기현, 윤리위에 태영호 의혹 병합심사 요청

    이에 김 대표는 태 최고위원 관련 모든 의혹을 종합해 윤리위에서 다뤄 달라고 요청했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무역업계 간담회 후 "실제 정무수석이 하지 않은 말을 본인이 한 것처럼 과장해 표현한 것이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켰다"며 "그 때문에 상당한 부담을 당에 주게 됐다는 점에서 평가해야 할 것 아닌가"라고 언급했다.

    태 최고위원은 관련 의혹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천 관련 발언 녹취와 관련 "이번 사건의 본질은 보좌진 전체가 참석한 회의에서 제가 최고위원에 당선됐음에도 공천을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을 회의 참석자 중 누군가 녹음해 불순한 의도로 유출했다"며 "이진복 수석과 최고위원회 발언 방향이나 공천에 대해 그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쪼개기 후원 의혹을 두고는 "단 하나의 오점 없이 당당하다. 시·구의원들의 후원은 쪼개기에 해당하지도 않으며 이들이 자발적으로 후원한 것이라고 밝혔다"며 "특히 공천헌금이라는 오해를 피하고자 저는 오히려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들이 낸 후원금을 반환하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태 최고위원은 "공무상 취득한 후원 정보가 아니고서야 알 수 없는 후원자 신원자료까지 다 알고 명단까지 언론에 넘겼다는 것은 심각한 불법행위이며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국가의 중요한 기밀이나 정보를 다루는 국회에서 진행된 보좌진 내부 회의 내용을 불법녹음하고 유출한 자는 수사를 통해 끝까지 색출하겠다"고 다짐했다.

    태 최고위원은 회견 후 추가 질문을 받지 않은 채 회견장을 떠났다. '누가 녹취했다고 보는가' '내부인이 한 것 아닌가' 등의 질문에 태 최고위원은 "회견문에 다 있다"고만 말했다. '기자회견 전 지도부와 교감이 있었느냐' '최고위 회의에 참석하느냐' 등의 질문에도 태 최고위원은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윤리위의 징계 결정은 경징계에 해당하는 '경고'부터 중징계로 여겨지는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까지 총 4단계가 있다. 악재가 겹치면서 태 최고위원이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는 수준의 중징계가 내려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윤리위에서 태 최고위원 발언 중 징계 대상으로 삼는 것이 JMS 발언과 제주 4·3 발언 두 가지로 결정됐다"면서도 "(공천 관련 발언 녹취 등 문제가) 아예 영향을 안 미친다고 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민의힘은 그 대상이 최고위원이든 누구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조사와 처벌을 하겠다는 기조를 가지고 있다"며 "문제가 불거지고 의혹의 실체가 있으면 당무감사나 윤리위 감사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은 국민의힘 내부에 아무도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전광훈 파동(김재원), 공천 관여 파동(태영호)이라는 자중지란으로 당을 혼동케 한 두 사람 사정은 다르겠지만 중징계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