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퍼 "한미동맹 위협하는 '韓 핵개발 열망' 제어한 영리한 노력"아인혼 "핵 억제력, 벽 허물어져"…한미관계 진전 긍정 평가위트 "올바른 진전…韓, '핵버튼' 권한 가질 때까지 만족 못 해"테리 "대체로 미사여구…韓 자체핵무장 막는 것이 선언의 목적"
  •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새로운 확장억제 협의체인 '핵 협의그룹'(NCG)을 설립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워싱턴선언'을 발표했지만, 미국 안보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 선언이 자체 핵무장을 원하는 한국 여론을 단기적으로 달랠 '미봉책'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잭 쿠퍼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아시아안보 담당 연구원은 "독자 핵개발을 하고자 하는 한국의 외도(dalliance)가 동맹에 점증하는 위험요인이 되고 있는데, 이번 선언은 이를 선제적으로 제어한 영리한 노력"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쿠퍼 연구원은 "결국 북한은 핵 군사력을 계속해서 확장·현대화하고, 러시아는 핵위협을 가하고, 중국은 핵무기를 대대적으로 증강할 것"이라며 "한국 전문가들과 대중이 억제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말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 국제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센터 교수는 미국 CNBC방송에 워싱턴 선언은 "순전히 상징적"일 뿐이며 '미국이 여전히 한국을 지지하고 있다'고 한국 대중을 안심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면서 이러한 약속의 "군사적 가치는 없다"고 꼬집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별보좌관은 워싱턴선언이 억제력뿐 아니라 한미 관계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진전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인혼 전 특별보좌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미국과 한국은 재래식 억제와 방어를 긴밀히 논의해 왔지만, 한국에 있어 핵 억제력은 기본적으로 논외였다. 한국이 핵 억제력에 관심을 보이면, 미국은 '걱정 말라, 우리가 처리한다'고 해왔다"며 "한국에 논외로 다뤄지게 했던 '연통'(stovepipe)이 허물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엘 위트 전 미 국무부 북한담당관은 워싱턴선언이 "올바른 방향으로의 진전"이라면서도 "한국 정부나 군 관계자 다수는 '핵버튼'을 누를 수 있는 권한을 가질 때까지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 미 테리 우드로 윌슨센터 아시아국장도 로이터에 이번 워싱턴선언은 "대체로 미사여구(largely rhetoric)"라며 성경에서 아담과 이브가 몸을 가린 데 쓴 무화과잎(fig leaf)처럼 한국이 핵무장을 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것이 "이번 선언의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 여론이 이에 만족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북한이 제7차 핵실험을 실시한다면 한국에서 자체 핵보유, 혹은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요구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