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핵무기 클럽 들어간다고 해도 상황은 바뀌지 않아"맥스 부트 CFR 선임연구원… "한국이 결정하면 美, 존중해야" WP 칼럼린드 다트머스대 교수…"영·불 전례 보면 한국 NPT 탈퇴는 합법적" FA 기고
  •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공식만찬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정상윤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공식만찬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정상윤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올 초 자체 핵보유론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한국의 의견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맥스 부트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24일(현지시간) WP에 기고한 '한국이 핵무장해야 하는가? 그것은 워싱턴이 아니라 서울이 해야 할 결정'이라는 글에서 "한국이 핵무장 결정을 내린다면 미국은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트 연구원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거나 심지어 동결할 수도 있다는 희망은 2018년과 2019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의 회담이 실패하면서 깨졌다"며 "이후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부터 한국을 포화상태로 만들 수 있는 전술핵무기까지 다양한 능력을 앞세워 질주해왔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강력한 반대에도 한국의 핵억지력에 대한 대중의 지지는 북한 핵 프로그램의 급속한 확장을 고려했을 때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부트 연구원은 "미래에 한국이 핵무장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그것이 미국의 입장에서 게임체인저가 돼서는 안 된다. 미국은 이란이나 북한 등 불량국가의 핵무기 획득에는 반대하면서 오랫동안 프랑스·영국·이스라엘·파키스탄·인도와 같은 우방국의 핵무기 보유는 용인했다"고 상기했다.

    특히 부트 연구원은 "핵무기 클럽에 한국이 들어간다고 해도 상황이 바뀌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트 연구원은 "결국 한국의 결정이며 우리는 강력한 압력을 가하는 것을 자제하고 민주주의 동맹국이 내리는 모든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반대해온 것이 사실이나, 북핵 대응을 위한 한국의 결정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부트 연구원은 그러면서 "핵위협의 증가와 미국의 군사적 우위 약화, 미국의 국제사회 리더십에 따른 자국민 지지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핵무기 확산 반대 방침이 여전히 유효한지는 면밀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확장억제는 한국이 핵위협을 받았을 때 미국이 전략무기 등으로 미국 본토가 공격받았을 때와 같은 수준으로 응징한다는 개념이다.
  • ▲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기 오산공군기지(항공우주작전본부/KAOC)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방문해 대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정상윤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기 오산공군기지(항공우주작전본부/KAOC)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방문해 대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정상윤 기자
    "윤석열의 '자체 핵무장론' 근본적으로 옳았다"

    제니퍼 린드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도 지난 19일 포린어페어스에 기재된 대릴 프레스 교수와의 공동기고문을 통해 "서울은 워싱턴으로부터의 안심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핵무장에 찬성 의견을 냈다.

    린드 교수는 지난 1월 윤 대통령이 한국의 자체적인 핵억지력 필요성을 언급한 것을 두고 "윤 대통령의 관찰이 근본적으로 옳았다"며 "한반도의 핵균형은 심오하게 변하고 있다"고 짚었다.

    북한의 핵위협이 날로 고도화되는 만큼 한국과 미국은 한반도 핵억지력을 위한 전략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린드 교수의 시각이다.

    린드 교수는 과거사를 예로 들어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냉전시대 소련이 미국을 확실하게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배치하자 NATO 동맹국들이 긴장했다"며 "그러자 NATO 동맹국들은 전방에 배치된 미국의 핵무기에서 핵공유, 독립적인 유럽 핵무기에 이르기까지 '핵 연속체'를 선택했고, 이러한 정책은 이후 수십 년 동안 평화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린드 교수는 "오늘날 한국에서도 동일한 옵션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린드 교수는 "한국은 미국과 협력해 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한미동맹을 위한 더 강력한 기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린드 교수는 "일부 미국의 분석가들은 한반도 억지력과 관련한 논의를 공식화하기 위해 'NATO 핵계획그룹'의 한미 버전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고도 강조했다. 다만 린드 교수는 "핵 공유는 억지력 문제에 관한 완벽한 해답이 아닌 해결책의 일부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린드 교수는 냉전시대 영국과 프랑스가 취한 '독립적인 핵무기 개발'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2023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70% 이상이 독립적인 핵무기를 보유하는 데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중요한 것은 이 옵션은 NPT에 따라 합법적"이라는 것이다.

    부트 연구원과 마찬가지로 린드 교수도 "북한의 위협은 한국이 조약에서 법적으로 탈퇴할 수 있는 요건을 쉽게 충족시킨다"며 "오히려 북한은 비핵화 합의를 위반하고 핵무기와 미사일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나란히 걷고 있는 모습.(사진=대통령실) ⓒ정상윤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나란히 걷고 있는 모습.(사진=대통령실)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