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전쟁 당사국 간의 직간접적 관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우크라 무기 지원 여부에 대해선 로이터통신 인터뷰보다 '톤다운'WP "강골 검사" 소개하면서… "여과되지 않아(unfiltered)" 덧붙여
  • ▲ 5박7일간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24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 탑승 전 손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 5박7일간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24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 탑승 전 손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국빈방문에 앞서 가진 외신 인터뷰에서 한일관계 회복과 관련해 '안보문제의 시급성'을 들어 "더는 미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24일 공개한 윤 대통령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 개선과 관련해 "한국의 안보문제가 너무 시급해서 일본과의 협력을 더 지연시킬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WP는 90분 가까운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일본을 대상으로 한 자신의 결정과 관련해 긴 시간을 들여 설명했다면서 "(한일관계 개선 결정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결코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유럽은 지난 100년, 참혹한 전쟁을 겪고도 미래를 위해 전쟁 당사국들이 협력하고 있다"며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일본이 용서를 위해)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것은 결단을 필요로 했던 문제"라며 "설득에 있어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윤 대통령의 발언은 "한일관계도 이제 과거를 넘어서야 한다"는 견해의 연장선상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21일 사실상 '대국민 담화' 형식으로 생중계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같이 말하며 "과거는 직시하고 기억해야 된다. 그러나 과거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WP 인터뷰에서는 또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여부와 관련한 윤 대통령의 견해도 소개됐다. 그러나 지난 19일 공개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던 것에 비해서는 완화된 표현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앞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 학살, 심각한 전쟁법 위반과 같이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면 우리가 인도주의적 또는 재정적 지원만 주장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번 WP와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불법 침공을 당한 상태이고, 다양한 범위의 지원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지원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우리나라와 전쟁 당사국 간 많은 직간접적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또 인터뷰에서 한미동맹을 "역사상 가장 성공한 동맹이며 무엇보다 가치에 기반한 동맹"이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미국 국빈방문의 의의를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 양국 국민들이 한미동맹의 역사적 의의와 성과를 양국이 제대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WP는 미국의 안보 보장에도 한국 내에서 커지는 핵 보유 요구에 더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반도체법이 한국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 등과 같은 마찰 요인들이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WP는 윤 대통령이 강골 검사의 모습이 주목받으면서 대권까지 도전하게 됐다고도 소개했다. 또한 "비공개 회의에서 윤 대통령을 만난 사람들에 따르면, 그는 '놀랄 만큼 여과되지 않은 모습(surprisingly unfiltered)'으로 알려졌다"는 여담도 보도했다.

    WP는 "윤 대통령은 공적인 자리에서도 역시 세련되지 않은 태도를 보일 수 있다"면서 "지난해 9월 뉴욕에서 있었던 글로벌 보건 행사(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그가 국회의원을 모욕한 것(he insulted lawmakers)이 '핫 마이크(마이크가 켜진 것을 모르고 하는 말 실수)'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어 WP는 "자신을 '실수 기계'라고 부르는 바이든은 아마도 여기에 공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통령실은 당시 윤 대통령의 '핫 마이크' 발언에 '이XX'라고 자막을 달고 보도한 MBC에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