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민생특위 시작부터 삐걱… 두 번째 회의 3주 만인 24일 열기로가뭄대책 1호 '물 보내기'도 유명무실… 3일 발표, 4일 전국 '비'조수진 민생위원장 '밥 한 공기 비우기' 제안했다가 여론 질타
  •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생119 임명장 수여식 및 제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생119 임명장 수여식 및 제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취임 일성으로 '오직 민생'을 외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첫 특위로 출범시킨 민생특별위원회 '민생119'를 둘러싸고 국민의힘 안팎에서 회의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3일 첫 회의 이후 회의가 진행되지 않은 데다 가뭄지역을 위해 야심차게 제시했던 1호 과제 '물 보내기 대국민운동' 역시 답보상태라는 이유에서다.

    1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민생119는 1차 회의 이후 3주 만인 오는 24일 두 번째 회의를 진행한다. 당초 민생119는 매주 또는 격주로 회의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당 기조국·조직국·민원국 등 특위를 뒷받침할 실무진의 배치가 지연되면서 다음 회의가 늦어진 것이다.

    민생119라는 이름에는 119 구급대원처럼 언제든지 신속하게 달려가 민생을 살피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특위 위원장을 맡은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 역시 민생119의 이름을 두고 "민생과 관련해서는 긴급하고 신속하게 언제, 어디든 달려간다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도 특위 출범 당시 "한두 번의 보여주기식 행보가 아니라 구체적 성과를 만드는 민생 해결사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특위 회의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어 민생을 위한 행보에는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특위의 공백이 계속되자 국민의힘 한 의원은 "민생과 민심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며 "위원장이 핀셋처럼 짚어서 해결해 나간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촘촘하면서도 기민한 움직임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조 위원장이 첫 회의 후 언론 브리핑에서 "민생특위는 가장 작은 것, 가려운 곳을 핀셋처럼 짚어서 해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놓은 것이 바로 1호 과제인 '물 보내기운동'이다.

    그러나 1호 과제 역시 미진한 대응으로 유명무실한 민생대책이 돼버렸다. 가뭄지역에 도움의 손길을 전달하기 위해 물 보내기운동을 제안했지만 바로 다음날인 4일 전국적으로 단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이후 정부는 6월까지는 강수량이 평년과 대체로 비슷할 것으로 예상돼 남부지역의 가뭄은 점차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당장 전남지역의 가뭄이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설익은 대책을 성급하게 내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또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민생특위는 어느 당이든 출범할 때마다 실효성 지적이 제기된다. 그래서 그런 우려를 만회하고 싶어 첫 회의에서 뭐라도 내놓은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그게 시의성이라든지 호소력이 있으려면 그때 조속하게 추진했어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시도하려는 노력이라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조 위원장의 설화도 민생특위 취지를 희석시키는 데 한 몫 했다. 

    지난 5일 조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대안으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를 제안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이에 조 위원장은 "진위야 어찌 됐든 어려움을 가중시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사과하며 일단락됐다.

    다만 민생119 측은 실무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는 의견이다. 한 특위 위원은 통화에서 "현장 방문 계획단계에서 지자체와 일정 등 협의하는 부분에서 유연하지 않아 좀 밀렸던 부분이 있었다"며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기도 하고 그 사이에 약간 (가뭄이) 해갈이 된 부분도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또 최근 행보와 민생119라는 이름에 괴리감이 있다는 지적에는 "실무적인 인선 과정 때문에 회의가 밀린 것은 사실이지만, 그 사이에 각자 아이디어를 개진하고 있다"며 "각자 거주지역이 다르고 생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있어 물리적으로 직접 만나지 않아도 자유롭게, 또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민생119는 불과 한 차례 회의만으로도 국민적 관심을 모은 만큼 향후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오는 24일 오전 10시 열릴 두 번째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할 방침이지만, 이 자리에서 다양한 민생 현장을 방문하기 위한 의견 개진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