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래구 회장→ 이정근→ 민주당 의원 10명에 현금봉투→ 송영길 당선' 의혹윤관석·이성만 의원 국회·지역구·자택 압수수색… 전당대회 회계자료 확보전당대회 1주 앞둔 4월27~28일 "윤 전달"… 이정근, 송영길 보좌관에 메시지 송영길 대표, 윤관석 사무총장·이정근 사무부총장 임명…'송영길 수사' 촉각노영민·노웅래·이학영 수사도 이정근이 발단…'민주당 게이트' 확산될 듯
  • ▲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뉴시스
    ▲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이어 이른바 '이정근 게이트'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게이트의 핵심은 2년 전 민주당 전당대회 때 최소 수천만원 규모의 불법 정치자금이 오갔다는 의혹인데, 연루된 현역의원만 10여 명이라는 증언도 나온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잇따른 겹악재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檢, '정치자금법 위반' 윤관석·이성만 압수수색

    13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전날 민주당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국회 및 지역구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전당대회 관련 회계자료를 확보했다. 압수수색영장에서 윤 의원과 이 의원은 정당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적시됐다. 

    민주당 의원들을 겨냥한 검찰의 수사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사건에서 촉발됐다. 지난해 8월 이 전 부총장이 사업가로부터 10억원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 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윤 의원과 이 의원은 2021년 치러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당대표후보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윤 의원은 전대를 앞두고 이 전 부총장을 통해 강래구 당시 한국공공기관감사협회장으로부터 6000만원을 전달 받아 송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민주당 현역의원 10여 명에게 '돈봉투'를 건넨 의혹을 받는다. 이 의원도 이 전 부총장으로부터 현금을 전달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윤 의원이 돈을 받은 시점은 전대 시작 일주일 전인 4월27일과 28일로 추정된다. 이날 이 전 부총장이 송 전 대표의 보좌관 박모 씨에게 "윤. 전달했음" 등의 짧은 메시지를 텔레그램으로 보냈다는 것. 송 전 대표로까지 수사가 확대될 수 있는 정황이다. 현재 송 전 대표는 방문연구교수 활동으로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이다.

    이 외에도 매체가 입수한 녹취파일에는 이 전 부총장이 윤 의원에게 10개의 돈봉투를 건넨 정황이 담겼다. 또 윤 의원은 이 전 부총장에게 "다섯 명이 빠졌더라고. 안 나와가지고"라고 말해 다섯 개의 봉투가 추가로 전달된 의혹도 제기된다.

    2년 전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직을 거머쥔 송 전 대표는 윤 의원을 당내 조직과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총장으로 선임했다. 이 전 부총장도 송영길 체제에서 사무부총장에 임명됐다.

    이 전 부총장은 이전부터 당내에서 "원래 문제가 많던 사람" "정체가 불분명하다" 등의 말이 나올 정도로 문제적 인물이었다. 7년 전쯤에도 세금 문제로 당에서 정리됐지만 느닷없이 당직을 맡게 됐다는 후문이다. 

    최근 6000만원 뇌물수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노웅래 의원과, 취업청탁 의혹을 받는 이학영 의원을 대상으로 한 검찰 수사도 이 전 부총장 수사에서 비롯됐다. 

    앞서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이 전 부총장이 2020년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CJ 자회사인 한국복합물류에 상근고문으로 취업하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전 부총장은 지난 1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등 혐의로 징역 4년6개월에 추징금 약 9억8000만원의 형을 선고 받았다. 검찰이 구형한 3년보다 형량이 늘어났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종현 기자
    민주당 내부서 "엄청난 악재"… 총선 걱정

    '이재명 사법 리스크'로 이미 당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이정근 게이트'까지 불거지자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당혹감을 내비쳤다.

    민주당 한 의원은 "엄청난 악재다. 의원들끼리 돈을 돌리고 하는 것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며 "사실이라고 믿고 싶지 않지만 당 지지율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옛날에는 전당대회 때 돈을 돌리고 했지만 김대중·노무현정부를 지나면서 다 사라졌다. 그런데 송영길의 경우는 정확히 모르겠다"며 "이재명 대표와 연결이 안 되는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민주당 의원은 윤 의원이 자신을 대상으로 한 검찰 수사를 '정치탄압'으로 규정한 것을 두고 "정치탄압으로 보기에는 통화 녹음 등이 너무 명확한 듯싶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13일 국회에서 민주당 인사들을 향한 검찰 수사를 두고 "객관적 진실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진술을 통해 객관적 진실을 왜곡, 조작하는 검찰의 행태가 일상이기 때문에 잘 믿어지지가 않는다"며 "이 정부의 장기가 압수수색인데 이런 점들을 한번 봐 주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돈봉투 의혹 수사가 야당 탄압이라는 주장에 동의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다.

    국민의힘 "민주당 전대는 쩐당대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 전당대회는 '돈당대회'나 '쩐당대회'로 표현할 수 있다"며 "민주당의 부정부패는 지금까지 드러난 것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돈으로 매표한 행위는 반민주 부패정당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인데 민주당이라는 당명이 부끄러울 정도"라며 "10명의 현역의원에게 돈봉투가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는데도 거론되는 당사자들은 당치도 않은 '야당 탄압'이라는 주장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비리 혐의가 나올 때마다 탄압이라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자처하고 핏대를 세워본들 국민적 의혹은 더 커져만 간다"며 "한 치의 의혹도 없도록 당국의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윤 의원은 이날 공지를 통해 "검찰의 압수수색은 야당 전당대회를 겨냥한 초유의 정치탄압이며 최소한의 사실관계도 없이 이루어진 국면전환용 무리한 기획수사"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도 12일 "관련 진술만으로 야당 의원들을 줄줄이 엮으며 정치탄압에 몰두하는 검찰의 야만적 정치적 행태를 규탄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