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상임고문 중 지자체장 없어"… 홍준표 당 상임고문서 해촉관례 이유 들었으나 '김재원 징계요구' 등 쓴소리 대응조치로 해석홍준표 "강단 있게 하라 했더니… 문제 당사자는 놔두고 나를 징계"
  •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윤재옥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윤재옥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국민의힘이 13일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했다. 

    국민의힘은 표면상 현직 지자체장이 상임고문으로 활동한 적이 없다며 관례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으나, 실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사태를 두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홍 시장이 벌인 신경전에 따른 결과로 해석됐다.

    홍 시장은 이에 반발하며 앞으로도 당 관련 의견 개진을 계속하겠다며 맞받았다. 

    지도력이 도마에 오른 김 대표가 칼을 빼 들었으나 설화보다 쓴소리 차단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며 당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재원 징계 쓴소리 하던 홍준표, 상임고문서 해촉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홍 시장의 당 상임고문 해촉을 결정했다. 

    김 대표는 회의 후 "상임고문의 경우 현직 정치인이나 지자체장으로 활동하는 분은 안 계신 것이 관례"라며 "그에 맞춰 정상화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당규상 당대표는 당무에 관한 자문기관으로 당 원로 및 사회 지도급 인사 중에서 최고위원회의의 협의를 거쳐 상임고문으로 위촉할 수 있다. 홍 시장은 지난해 10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상임고문으로 위촉됐다.

    김 대표가 해촉 사유로 관례를 들었으나, 실제 배경에는 김 최고위원, 전 목사 등과 관련한 홍 시장의 발언이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국민의힘 내 중론이다. 

    김 최고위원은 전 목사 주최 예배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5·18 헌법 수록 반대 발언을 했고, 미국에서 열린 한인단체 주최 강연에서는 '전광훈 우파 통일' 발언으로 재차 빈축을 샀다.

    홍 시장은 이에 김 최고위원을 제명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가 강단을 보여야 한다" "지도부가 소신과 철학이 없다" "무기력하게 줏대 없는 행동"이라고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하며 지도부를 압박했다.

    홍 시장이 총선을 앞둔 비상대책위원회까지 언급하며 김 최고위원의 징계 등 '손절'을 촉구하자 김 대표가 "지방행정에만 전념했으면"이라고 맞받으며 두 사람의 신경전이 가열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 모두발언에서도 "최근 우리 당 지도부를 두고 당 안팎에서 벌이는 일부 인사들의 과도한 설전이 도를 넘고 있다"며 "특정 목회자가 국민의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당 지도부가 그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 말이나 될 법한 일인가"라고 반박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우리 당 당원도 아니고, 심지어 다른 당을 창당해 그 당의 실질적 대표라고 알려진 특정 목회자가 억지를 부리는 것에 불과한 발언에 대해 일일이 언급할 이유가 없다"며 "(전 목사) 막말에 동조하는 듯한 모습은 우리 당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그동안 수차례 자중을 촉구했음에도 오히려 당 내외에서 이를 증폭시키는 듯한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홍 시장을 겨냥했다.

    김기현, 군기 잡기 나섰으나 충고 막는 모습 우려

    잇따른 악재에 흔들리던 김 대표가 지도부를 향한 쓴소리에 칼을 빼 들며 군기 잡기에 나섰으나, 총선을 앞두고 당을 향한 충고를 차단하려는 움직임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김 대표가 홍 시장과 풀어야 하는데 저렇게 상임고문직을 갑자기 해촉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 모두 당의 중량급 인사인 만큼 물밑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해야지, 수면 위로 노출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홍 시장은 해촉 이후 페이스북에 "엉뚱한 데 화풀이 한다. 그렇다고 내가 잘못돼가는 당을 방치하고 그냥 두고 가만히 보고만 있겠느냐"며 "(당 상황을) 비판하는 당내 인사가 한둘이 아닌데 그들도 모두 징계하는 게 어떠냐"고 적었다.

    홍 시장은 이어 "문제 당사자 징계는 안 하고 나를 징계한다? 이참에 욕설 목사(전 목사)를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라"며 "강단 있게 당대표 하라고 했더니만 내가 제일 만만했는지 나한테만 강단 있게 한다"고 개탄했다.

    또 다른 글에서 홍 시장은 "그런다고 입막음 되는 게 아니다. 나는 정무직 공무원으로 한 달에 책임당원비를 50만원씩 내는 사람"이라며 "앞으로 총선 승리를 위해 정국 전반에 대해 더 왕성하게 의견 개진할 거다. 옹졸한 정치는 이번으로 끝내지 않으면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