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딛고 7일 서울시향과 협연…얍 판 츠베덴 차기 음악감독 지휘
  • ▲ 바이올리니스트 공민배 군이 지난 5일 서울 광화문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고 있다.ⓒ서울시향
    ▲ 바이올리니스트 공민배 군이 지난 5일 서울 광화문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고 있다.ⓒ서울시향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미소 지으며 눈을 마주치는 것.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공민배(19·화성나래학교) 군이 바이올린을 하기 전까지는 몰랐던 것들이다. 바이올린은 공 군에게 인내심과 집중력을 키워줬고, 음악이 얼마 즐거운 일인지 알게 해줬다.

    '음악계의 우영우'로 불리는 공 군은 7일 오후 7시 30분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리는 서울시향의 '아주 특별한 콘서트' 무대에 오른다. 공연에 앞서 그는 지난 5일 오후 서울시립교향악단 5층 연습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을 들려줬다.

    연주가 끝나자 공 군은 밝은 표정으로 "반갑습니다. 공민배입니다"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피아노를 먼저 시작했는데 왜 바이올린으로 바꿨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바이올린이 더 재밌습니다. 즐겁고, 더 잘합니다"고 답했다. 이어 멘델스존 협주곡에 대해 "우아하고 감미로운 느낌이 있다"며"고 덧붙였다.

    공민배는 5살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 판정을 받았다. 치료를 위해 피아노를 치다가 11살에 바이올린을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그가 서울시향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약자와의 동행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행복한 음악회, 함께!'를 통해서였다. 2017년 정기공연 도중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관객으로 인해 연주가 중단된 것이 계기가 됐다.
  • ▲ 바이올리니스트 공민배 군이 지난 5일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서울시향
    ▲ 바이올리니스트 공민배 군이 지난 5일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서울시향
    2017년 11월 전문 연주자를 꿈꾸는 장애인을 위한 '클래식 스페이스 함께!' 사업이 시작됐고, 지금은 명칭을 바꿔 '행복한 음악회, 함께!'로 총 8회 진행했다. 이번 공연은 뉴욕 필하모닉의 현 음악감독이자 차기 서울시향 음악감독인 얍 판 츠베덴이 무보수로 지휘한다.

    공 군은 서울시향과의 네 번째 협연을 앞두고 "음악은 저에게 전부다. 멋진 연주를 들려주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매일 4~5시간씩 연습한다는 그에게 힘들지 않냐고 묻자 "힘들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다양한 질문들 가운데 짧은 대답이었지만 깊은 진폭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했다.

    공 군은 좋아하는 음악가로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아우구스틴 하델리히·안네 소피 무터·벤자민 슈미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오닐,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다니엘 바렌보임 등을 꼽았다. 지휘자 판 츠베덴에 대해서는 "완전 좋아요. 그냥 좋아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 자리에 함께 참석한 어머니 임미숙 씨는 음악학원에 아들을 맡겼다가 재능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15년 전에는 자폐가 심한 편이었다. 제대로 먹지 못했고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작은 소리에도 굉장히 예민해서 귀를 막고 고통스럽게 살았다. 음악을 한 뒤 모든 게 좋아졌다. 지금은 10점 만점에 8점이다. 자폐아를 둔 부모들에게 악기를 꼭 추천하고 싶다."
  • ▲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차기 음악감독이 연습을 마친 바이올리니스트 공민배 군을 찾아 포옹을 하며 격려하고 있다.ⓒ서울시향
    ▲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차기 음악감독이 연습을 마친 바이올리니스트 공민배 군을 찾아 포옹을 하며 격려하고 있다.ⓒ서울시향
    '아주 특별한 콘서트'는 중간 휴식 없이 약 85분으로 꾸며진다. 프로그램은 클래식 초심자들도 즐길 수 있도록 판 츠베덴 감독이 고심 끝에 선별했다.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 레스피기 '로마의 소나무', 라벨 '볼레로' 등을 감상할 수 있다.

    판 츠베덴 감독은 1997년 그의 부인과 함께 자신의 셋째 아들과 같은 발달장애아를 둔 가족을 지원하는 파파게노 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에서 네덜란드 내 전문 음악 치료사를 연결해 재택치료를 제공하는 등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또, 발달장애아들의 사회 진출 준비를 돕는 '파파게노 하우스'를 개소해 현재 4곳을 운영 중이다.

    판 츠베덴은 "흔히 도움을 필요로 하는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이들은 많은 걸 돌려준다. 정말 순수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뛰어난 재능을 지닌 친구들이 많다"며 "민배 군의 리허설은 성공적이었다. 음악적으로도 걱정하지 않는다. 좋은 바이올리니스트이자 훌륭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바이올린을 할 때 좋은 생각이 들고 마음이 차분해진다"는 공 군은 "즐겁고 편안한 마음, 진정한 마음이 멋진 연주"라며 "열심히 연습해서 많은 무대에서 연주하고 싶다. 더 많은 곡을 배우고 해석도 배우겠다. 감사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