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시정농단·인허가권 흥정"… 영장에 '내로남불·아시타비' 표현이재명, 비리 배후이자 정점으로 지목돼… 구속영장청구서 적시李 혐의, '시정논단'으로 규정… 朴 전 대통령 '국정농단' 연상케 해'천화동인1호' 지분 약정 혐의는 빠져… 檢, 추가 수사 이어갈 방침법조계 "이재명, 5가지 죄명 중 가장 중대한 혐의는 '배임'"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종현 기자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청구서에 "11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적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증거인멸 및 우려에 관한 부분에만 5000자가 넘는 분량을 할애해 그의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다.

    17일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검찰은 "구속하지 않으면 일방적 출석 연기 등을 통해 수사·재판 절차 지연을 초래하고 추가적 증거인멸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대표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청구서의 내용은 1년 반 동안 이어진 위례·대장동 수사의 '종합 결론판'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이 대표를 비리의 배후이자 정점으로 지목했다.

    검찰은 영장 청구서에서 이 대표의 혐의를 '시정농단'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불러일으켰던 '국정농단' 사건을 연상케 하는 표현이다.

    또 검찰은 "이 대표가 공공환수 등과 같은 외관을 꾸며 주민을 속였다"면서 "'내로남불'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옳고 다른 사람은 틀리다)'의 전형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지자체 인허가권은 시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것인데 이 대표가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고 언급했다.

    특히 검찰은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여당 대선후보, 제1야당 대표를 역임한 이 대표가 막강한 영향력을 이용해 관련자들에게 향후 자신에게 불리하게 진술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이를 번복하도록 종용할 우려가 매우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검찰은 대장동 민간사업자 김만배 씨가 이 대표 측에게 천화동인1호에 숨은 지분(428억원)을 약정했다는 혐의(부정처사 후 수뢰죄)는 이번 영장 범죄사실에 담지 않았다. 검찰 측은 범행 동기를 설명하는 대목에만 반영해 두고 추가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정진상·김만배 빼고 모두 '이재명 범행' 진술… 유동규·남욱 진술, 신빙성 높아"

    우선 검찰은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정영학 녹취록과 회의자료, 대장동사업 진행 과정에서 이 대표가 직접 첨삭하거나 서명한 보고·결재서류, 2014년 9월 중간보고회 회의록을 종합하면 이익 확보를 의도적으로 포기한 채 이익을 민간업자에게 몰아줬다는 사실에 "다툼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모든 특혜성 조치는 본인의 치적 쌓기와 민관유착에 의한 사익 추구로 귀결돼 최대 수혜자는 피의자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은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의 물증으로는 공사와 성남시 담당자들의 이메일, 공모 절차 전 사업타당성 평가용역을 실시한 서류, 남욱 변호사 등의 요구가 그대로 반영된 공모지침서, 호반건설을 시공사로 내정한 이면합의서, 이 대표 자필 결재 문건 등을 제시했다.

    두 사업과 관련, 검찰은 "이 대표 본인과 정 전 실장, 김만배 씨만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반면 유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는 형사처벌을 감수하면서도 이뤄진 객관적 진술이라 신빙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특히 검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서도 각종 물증을 고려했을 때 인허가권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현안 해결을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공여하도록 한 사실이 객관적으로 인정된다고 파악했다.

    법조계 "책 한 권 두께의 방대한 '영장 청구서' 분량… 그만큼 범죄가 다각적이라는 뜻"

    법무법인 씨케이의 최진녕 변호사는 영장 청구서의 방대한 분량과 관련 "보통 사건의 경우 10~20장 내외의 자료가 나오는데, 이재명 대표의 경우 170장의 자료가 나왔다"며 "책 한 권 두께의 영장을 쳤다는 것은 그만큼 범죄가 다각적이고 내용이 많고 관련 시간이 오래 진행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 변호사는 "물론 다른 측면에서는 '범죄 자체가 명확하고 확실한데 입증을 못해서 길어진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면서 "그럼에도 이처럼 양이 많아진 것은 이 대표가 33장의 진술거부권을 내며 죄를 부인했고, 이를 소명하는 과정에서 상세히 내용을 작성하다보니 양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최 변호사는 그러면서 "추후 공소장의 경우에는 양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어 최 변호사는 검찰이 해당 사건을 보는 시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은 지방권력과 토착세력 간의 정경유착 비리"라며 "아무리 야당 대표라도 성남시장 시절 비리라고 한다면 공무원비리로, 누구든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고 구속영장의 보편성 기준을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또 "검찰이 증거가 없는데 영장이 기각되면 역풍이 엄청날 것"이라며 "검찰은 인적·물적 증거를 이미 확보했고, 법원의 유죄 판결에 대한 확신이 있는 상태"라고 부연했다.

    대한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인 장윤미 변호사는 이 대표의 5가지 죄명 중 가장 중대한 혐의를 '배임'으로 꼽았다.

    장 변호사는 "검찰이 피해 액수를 천문학적으로 적시한 것이 바로 업무상 배임 대장동사업과 관련한 부분"이라며 "4895억원의 손해를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에 안겼다는 것이 요지"라고 언급했다.

    이어 장 변호사는 "민간업자에게 너무 많은 액수가 흘러 들어가도록 이 대표가 설계 단계부터 고의를 갖고 의도했다는 것이 검찰의 현 시각"이라며 "실무선상에서 어느 정도의 보고가 있었고, 얼마나 많은 무마 사건이 있었는지 밝혀내는 것이 검찰의 숙제"라고 말했다.

    또 장 변호사는 "영장 청구서에서 빠진 부분도 중요하다"면서 "'천화동인1호'가 이재명 시장 것이라는 부분을 검찰이 끊임없이 수사했지만 결국 못 넣었다"고 지적했다. 

    장 변호사는 이를 "이 사실은 '이재명 개인비리'로 넘어가는 가교 역할을 하는 사실관계인데, 이 부분의 수사가 현 단계에서 무리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장 변호사는 "과연 이 부분의 공소 유지가 가능할지 법조인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나뉘고, 법원이 해당 금액을 '이재명 정치인' 개인이 귀속한 돈으로 평가할지도 의문"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