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수사단 만들면 국정원~경찰 자료 오가면서 비밀 샐 것… 사실상 내사 불가능해져경찰은 자주 보직 이동, 노하우 축적 어려워… 국정원 대공수사권 존치해야 하는데 기동민 김남국 김병기 김의겸 박범계 박주민 윤건영 최강욱 '합동수사단'도 반대
  • ▲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지난 2022년 10월 26일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하기 위해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지난 2022년 10월 26일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하기 위해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를 약 10개월 앞둔 시점, 방첩당국은 '대공합동수사단'이라는 한시적 조직을 설치해 올 연말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수사단은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청사에 설치됐으며, 경찰 20여 명, 검사 2명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지난 6일 보도자료를 내고 수사단 설치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까지 국정원과 경찰청 모두 대공수사권을 가지고 있으나, 국정원법 개정에 따라 내년부터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폐지되고 경찰청이 모든 대공수사를 전담하게 됐다. 이에 대비해 국정원은 경찰청·검찰청과 함께 올해 말까지 대공 합동수사단을 상설운영하며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을 함께 내·수사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정원은 "합동수사단을 통해 국정원의 대공수사 기법을 경찰에 공유하고, 파견 검사는 법리 검토와 자문 역할을 할 예정이다. 향후 '대공 합동수사단' 운영 성과, 안보환경과 수사 시스템에 대해 종합검토를 해, 개정된 국정원법 제5조 제3항에 근거해 국정원과 각급 수사기관 상호 간 협력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내년 1월부터 경찰이 모든 대공수사를 맡게 될 때까지 '합동수사단'을 운영하면서 국정원의 대공수사 노하우를 경찰에 전수하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정부의 고육지책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최선의 방책은 국정원법을 재개정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원상복구하는 것이지만, 현재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할 뿐 아니라 내년 총선에서 현 여권이 승리하리라는 보장도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내놓은 대책이라는 것이다.

    국정원 전문인력을 경찰에 파견하는 방안인 '국정원 내 대공수사지원단 설치'와 관련해서도 방첩 전문가들의 우려가 크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을 지낸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유예기간을 1년 앞두고 이제 기구 만들어서 무엇을 얼마나 할 수 있겠느냐"며 "공수처의 경우도 있지만, 특히 대공수사권은 하루아침에 될 일이 더욱 아니다. 하나의 이상적인 안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남 교수는 또 "국정원과 경찰 간 자료가 오가는 과정에서 비밀 보안 유지가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고, 사실상 내사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 김의겸(왼쪽 네번째부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장유식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 소장 등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개혁 긴급토론회 '국정원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김의겸(왼쪽 네번째부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장유식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 소장 등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개혁 긴급토론회 '국정원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공수사권 이원화? 간첩 잡지 말자는 이야기… 국정원법 재개정 필요"

    결국 가장 최상의 대안은 내년 총선에서 여권이 과반수를 확보해 국정원법을 재개정해 대공수사권을 국정원에 그대로 존치하는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에서도 이 같은 주장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19일 당 비대위 회의에서 "경찰은 숙련된 간첩 수사 경험도, 해외 방첩망도 모자란 것이 사실이다"라며 "수십년간 축적된 간첩 수사 노하우를 가진 국정원 손발이 묶이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겠나. 김정은은 핵탄두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 언제든지 전술핵무기로 한반도 남쪽을 타격하겠다고 호언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두 눈 부릅뜨고 국가안보와 국민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최후의 조직은 있어야 한다. 그 조직이 바로 국정원이다.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은 재고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대공 수사는 국정원이 정보를 수집해서 수사까지 해야 한다"며 "국정원이 수집한 정보를 경찰이 받아서 수사하게 되면 차이가 클 것이다. 경찰의 대공 수사 감각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공 수사는 하던 사람들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물론 경찰도 수사인력을 보강해서 수사하겠지만, 대공 수사 전문가들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특히 경찰은 진급에 따라 인사이동, 부서이동이 있다 보니 경험과 노하우를 쌓기 어렵다. 이원화하자는 것은 간첩을 잡지 말자는 이야기"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존치를 위해 국정원법을 아예 재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간첩들이 활개 치기에 최적… 이래도 대공수사권 넘겨야 하나"

    김행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론했다. 김 의원은 "이들이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간첩을 잡기 위한 민노총 등의 압수수색을 비난했다"면서 "이들이 대한민국 국회의원인지 의심이 들 정도"라고 본지와 통화에서 강하게 비판했다.

    김 비대위원은 더불어민주당 기동민·김남국·김병기·김의겸·박범계·박주민·윤건영·최강욱 등 의원 8명이 지난 2월1일 국회에서 대공수사권과 신원조사 문제를 주제로 개최한 '국정원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토론회에서 한 발언을 지적했다. 현재 민주당은 대공수사권 존치뿐만 아니라 대공합동수사단 출범도 반대하는 상황이다. 

    당시 행사에서 기동민 의원은 "최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국정원이 민주노총·전국보건의료노조 등을 압수수색하며 '대공수사권을 국가정보원에 존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이런 일련의 움직임들은 시곗바늘을 과거로 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의겸 의원은 "국정원이 노동조합 사무실에 요란하게 압수수색을 벌이자마자 대통령은 '당장 국정원법을 개정할 수 없으니 경찰이 주로 수사하되 검찰과 국정원이 합동수사팀을 꾸린다'고 나섰다. 이렇게 되면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넘겨 준다고 하더라도 국정원이 수사를 지휘하는 '괴이한 체제'가 탄생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김 비대위원은 "이러니 간첩들이 활개 치기에는 그야말로 최적의 토양이다. 대공수사권, 이래도 경찰에 넘겨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