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의 한길로 이끌어온 주체의 태양"… '한길'은 北 리더 김일성 상징 北 김정일은 '백전백승의 한길로 이끌어오신 걸출한 사상리론가'로 표현"사회주의 오직 한길로"… 2017년 '6차 핵실험 성공 연회' 찬가도 '한길'
  • ▲ 국가정보원 요원이 지난해 12월 8일 제주시 소재 진보정당 관계자 자택 압수수색을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 국가정보원 요원이 지난해 12월 8일 제주시 소재 진보정당 관계자 자택 압수수색을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제주지역 진보정당의 전·현직 간부와 농민단체 간부 등이 조직한 지하조직 'ㅎㄱㅎ'이 간첩이라는 국가정보원의 의심이 짙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ㅎㄱㅎ'이라는 이름부터 북한과 밀접하게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ㅎㄱㅎ'은 한길회'의 초성을 딴 것으로 추정되는데, '한길'이라는 단어는 북한이 줄곧 자신들의 '정통성'을 주장하며 선전해온 '사회주의'와 맞닿아 있다.

    2017년 9월10일,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에서 개최된 '제6차 핵실험 성공 자축 연회'를 소개했다. 행사에 참석한 김정은은 "수소탄 폭음은 간고한 세월 허리띠를 조이며 피의 대가로 이뤄낸 조선 인민의 위대한 승리"라고 자평했다.

    이 자리에는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박봉주 내각 총리,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등 당시 북한의 당·정·군 고위간부들도 참석했으며, 연회장에는 '사회주의 오직 한길로'라는 사상가가 울려 퍼졌다고 한다.

    "백승의 한길로 이끌어온 주체의 태양, 김일성"

    2011년 12월17일, 북한 김정일이 사망하자 조선중앙통신은 '전체 당원들과 인민군 장병들과 인민들에게 고함'이라는 특별방송을 통해 이 소식을 알렸다. 

    통신은 김정일을 "위인이 지닐 수 있는 품격과 자질을 최상의 높이에서 완벽하게 체현하시고 심오한 사상리론과 비범한 령도로 혁명과 건설을 백전백승의 한길로 이끌어오신 걸출한 사상리론가"라고 표현했다.

    2018년 4월14일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태양절 106돌 경축 중앙보고대회'에서 당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을 "자주의 기치 밑에 전진하는 역사의 새 시대를 개척하고, 백승의 한길로 이끌어온 주체의 태양"이라고 소개했다.

    김일성부터 김정일, 김정은까지 이어져오는 3대 세습 과정에서 '한길'이라는 단어는 빠지지 않는다. 북한은 줄곧 '한길'이라는 표현으로 자신들의 목숨과도 같은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한길'이라는 단어에는 무수한 고난과 역경, 시련을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사회주의를 지켜내고 있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이는 북한의 체제 선전용 사상가인 '사회주의 한길로'라는 노래 가사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시련이 많다고 돌아섰던가. 바라는 행복이 이 길에 있어. 세대를 이으며 한길만 왔네. 사회주의는 우리의 생명.'

    北 체제 선전 노래 제목도 '사회주의 한길로'

    최근 국정원과 경찰 등이 제주지역에서 활동하던 'ㅎㄱㅎ' 조직을 간첩으로 의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ㅎㄱㅎ'은 '한길회'의 초성을 딴 것으로 추정되는데, 북한이 수십 년간 자신들의 체제를 선전하고 상징하는 단어도 바로 '한길'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사당국은 'ㅎㄱㅎ' 총책 A씨가 2017년 7월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 김명성과 접촉해 '반미 투쟁' '민노총 등 침투·장악 및 세력 확대' '윤석열 대통령 규탄' 등의 지령을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명성은 북한 정권 초기부터 대외연락부→ 사회문화부→ 225국 등으로 이름을 바꾸며 간첩 남파 등 대남공작 임무를 수행해왔다.

    제주지역 진보정당 핵심 간부였던 A씨는 이날 지령을 받은 뒤 'ㅎㄱㅎ'를 조직하고 간첩활동 등을 수행했다고 한다. 수집한 정보는 사이버 드보크(Cyber Devoke), 암호 프로그램인 스테가노그래피(steganography), 클라우드 등을 이용해 북에 보고했다. 

    '월간조선'은 "실제 북한이 'ㅎㄱㅎ'에 제주지역에 있는 민주노총4·3통일위원회·민주일반노조연맹·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전국건설노조 등 진보운동단체들을 내세워 반보수투쟁단체들을 재정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또 "촛불투쟁단체들과 중도층을 투쟁 동력으로 확보하라는 지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또한 국정원 등은 경남 창원과 진주에서 활동하는 '자주통일민중전위'도 'ㅎㄱㅎ'과 마찬가지로 북한 김명성과 접촉해 간첩활동을 했다고 보고 있다. 자통이 민노총·전국농민회총연맹 등에 침투해 사람을 포섭하고, 젊은 세대 교육도 하며 활동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북한의 지령을 받고 이행했다는 것이다. 자통이 몸통, 'ㅎㄱㅎ'은 산하 조직이라는 것이 이번 간첩사건을 수사하는 당국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