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정책 발표 → 6일 대통령실 반박 → 8일 "확정 아냐" 오락가락"오해" ↔ "돈 없는 저출산 극복 없어"… 본인 주장도 오락가락저출산위원장은 대통령인데… 안철수 "공감대 형성 과정 미흡해"홍준표 "흔들리는 수양버들로 국민 현혹… 이제 그만해도 돼"
  • ▲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뉴데일리DB
    ▲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뉴데일리DB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자녀 3명을 낳으면 대출금 원금까지 탕감해 주는 정책을 발표했다가 대통령실이 반대하자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는 등 혼선을 키우고 있다는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는 당원 지지율에서 1위를 기록 중인 나 부위원장이 장관급 직책을 넘어 당권에 야심을 드러내면서 역풍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 부위원장에게 설정한 역할의 선, 이른바 '역린'을 건드렸다는 것이다.

    나경원, 당권 저울질하다 역풍

    홍준표 대구시장은 9일 페이스북에 "친이에 붙었다가 잔박에 붙었다가 이제는 또 친윤에 붙으려는 거를 보니 참 딱하다"며 "자기 역량으로, 자기 노력으로, 자기 지식으로 국민에 대해 진심을 갖고 정치 해야 그 정치생명이 오래 간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고 적었다.

    나 부위원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결혼하면 4000만원을 대출해 주고, 첫 자녀 출산 시 무이자 전환, 둘째 출산 시 원금 일부를, 셋째 출산 시에는 전액 탕감해 주는 이른바 '헝가리식' 출산장려정책을 언급했다. 해당 정책에 들어가는 예산은 1년에 12조원 정도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이튿날인 6일 대통령실은 정부 정책기조와 차이가 있다며 곧바로 부인했다. 그러나 나 부위원장은 8일 "돈 없이 해결되는 저출산 극복은 없다"며 기존 주장을 고수했다.

    다만 나 부위원장은 일각의 비판을 고려해 "아직까지 정책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며, 당장 추진할 계획을 갖는 것 또한 아니다"라며 "어찌 됐든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자신이 선제적으로 내세운 정책을 대통령실과 정부가 공개적으로 반대하자 한 발 물러서면서도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며 자신이 적은 글 안에서도 주장이 엇갈린 것이다. 

    이를 두고 여권 내부에서는 당대표 출마 '간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친윤계 핵심 4인방 중 한 명인 장제원 의원이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과 연대하며 이른바 윤심이 기울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 대통령이 잠재적 유력 주자인 나 부위원장에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라는 두 가지 정부 직을 맡기며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그러나 나 부위원장은 아직 출마와 관련한 공식적인 견해를 밝히지 않은 채 '조만간'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여지를 남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맡은 직무 관련 정책을 대통령실·정부와 상의하지 않은 채 내놨다가 반대에 부닥친 것이다. 일각에서는 나 부위원장이 출마 선언 시기를 놓쳤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히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은 대통령으로 나 부위원장이 당권주자로서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무리한 주장을 펼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洪 "나경원, 이리저리 흔들리는 수양버들"

    홍 시장은 "내용 없이 이미지만으로 정치 하는 시대는 끝났다. 얕은 지식으로, 얄팍한 생각으로 이미지만 내세워 그만큼 누렸으면 이제 그만 해도 된다"며 "친이에 붙었다가 잔박에 붙었다가 이제는 또 친윤에 붙으려고 하는 거를 보니 참 딱하다"고 나 부위원장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홍 시장은 "여기저기 시류에 따라 흔들리는 수양버들로 국민을 더 현혹할 수 있겠나"라며 "연탄 만지는 손으로 아무리 자기 얼굴을 닦아도 검정은 더 묻게 된다. 보수의 품격 운운하며 비난할 때 참 어이가 없었는데 요즘 하는 거 보니 품격이라는 건 찾아볼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수양버들은 흔히 중국의 수양제가 대운하를 건설하고 심은 나무라고 해서 '수양'(隋煬)버들, 또 단종의 왕위를 찬탈한 수양대군의 이름을 따 '수양'(首陽)버들이라고 한다. 수양버들은 전국 곳곳의 물가나 습지에 널리 분포해 있다. 

    홍 시장이 나 부위원장을 수양버들에 비유한 것은 확실한 자신만의 정책 없이 마치 물가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는 모습을 지칭한 것으로 읽힌다.

    국민의힘 당권주자들도 일제히 나 부위원장 비판에 나섰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나 부위원장 정책 예산이) 12조원이 들고, 기재부나 정부 측에서 반대했는데 그것을 또 발표하지 않았느냐"며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치적인 발언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윤 의원은 "정부 측 인사인데 정부 측과 어긋나는 발언을 한다. 현실적으로 출마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직을 던지고 나오면 무책임하다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당대표 생각이 있었다면 (애초에) 직을 맡지 않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110대 국정과제 尹대통령과 하나하나 조율"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부 직을 맡지 않은 국회의원이었으면 의견 제시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면서 "정부 직을 맡은 고유 업무에 대해 말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사전 조율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지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110대 국정과제를 만들 때 윤석열 대통령과 하나하나 조율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발표했다. 그 과정 중에 문제가 없었다"며 "(나 부위원장의 정책 발표는) 그런 과정이 미흡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