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최문순 '입찰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 수사… KH그룹 측과 수차례 만난 사실 드러나KH그룹 관계자 "알펜시아, 강원도가 '쪼개기 입찰' 먼저 제안"… 검찰, 입찰 제안 정황 포착검찰, KH그룹이 '무자본 인수합병(M&A) 방식'으로 알펜시아 인수했을 가능성도 염두최문순 측 "사전 낙찰, 지나친 억측… 개입할 수 있는 수단 전혀 없어" 혐의 부인KH그룹 측 "인수자금 합법적으로 마련… 쪼개기 입찰 관련 진술한 적 없다" 반박
  • ▲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 ⓒ이종현 기자
    ▲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 ⓒ이종현 기자
    알펜시아리조트 매각 과정에서 강원도와 KH그룹의 부적절한 입찰 담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매각 입찰 전 KH를 낙찰자로 사전에 선정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를 대상으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더불어 검찰은 최 전 지사가 KH그룹 측과 여러 차례 만난 정황도 포착해 강원도가 KH그룹에 '쪼개기 입찰'을 제안했는지 여부 등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4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신준호)는 최 전 지사가 재직 당시 알펜시아 매각 입찰 전 KH를 낙찰자로 사전 선정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입찰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하고 있다. 현재 KH 실소유주 배상윤 회장의 경우 지명수배가 내려졌는데, 배 회장은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아직 귀국하지 않고 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강원도 평창에 2009년 건설된 알펜시아리조트에는 총사업비 1조6325억원이 투입됐다. 한때 강원도개발공사(강원도개공) 측이 운영을 도맡았지만 부채가 1조원이 넘어가면서 2020년부터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이후 네 번의 공개입찰과 두 차례의 수의계약 과정에서 거듭 유찰되며 매각대금이 사전에 측정했던 1조원에서 8000억원까지 폭락했다.

    강원도개공 측은 결국 2021년 6월 최소매각대금을 7000억원까지 낮춰 5차 공개입찰을 진행했다. 이때 KH강원개발과 평창리츠라는 2개 업체가 입찰보증금 350억여 원을 내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강원도개공은 최종 7115억원의 입찰금을 써낸 KH강원개발을 인수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알펜시아 입찰 마감 하루 전 평창리츠가 사명을 KH리츠에서 바꾼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일었다. 실제로 KH강원개발과 평창리츠 두 업체 모두 KH 계열사였던 것이다. KH가 단독입찰로 인한 유찰을 막고자 계열사를 동원해 입찰 방해를 저질렀다고 의심 받는 대목이다.

    검찰은 또 KH그룹이 알펜시아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계열사에 약 4500억원 규모의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도 수사 중이다. 

    검찰 조사에서 KH는 인수자금 7115억원 중 골프장 회원권과 리조트 분양보증금 등 약 2600억원의 채무를 떠안는 방식으로 인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KH는 인수대금 중 많은 부분을 외부 금융기관 차입과 담보대출 등으로 충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강원도가 먼저 '쪼개기 입찰' 제안"… KH 관계자 진술 확보

    검찰은 최근 평창동계올림픽의 주 무대였던 알펜시아리조트 입찰 건과 관련해 강원도가 먼저 KH그룹에 '쪼개기 입찰'을 제안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강원도청 실무진이 '쪼개기 방안'을 구성한 뒤 최 전 지사가 승인해 KH그룹과 매각을 논의한 것 아닌지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 전 지사는 지난해 12월29일 성명을 내고 "사전 낙찰이란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낙찰 결과는 공개된 후에 통보를 받고 알게 됐다"고 강원도가 입찰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견해를 밝혔다. 최 전 지사는 그러면서 "KH그룹이 두 개의 기업으로 응찰한 것은 모든 것이 끝난 뒤 알았고, 사전에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2021년 6월 알펜시아 5차 공개입찰 직후 배 회장 등을 만나 인수 과정을 논의했다는 의혹에는 "KH 임원과 도지사, 도청 관계자들이 참가해 알펜시아 일반현황과 매각계획을 소개하고 KH의 입찰 참여와 현지 실사를 요청하는 공식적·공개적 회의였다"고 반박했다.

    최 전 지사는 4일 낸 성명에서도 'KH그룹만을 여러 차례 만났다'는 의혹에 "알펜시아 매각이 네 차례 유찰됨에 따라 KH그룹뿐만 아니라 매입 의향을 가진 다른 기업에도 매입 추진을 요청하며 여러 그룹 회장들과 실무진들을 만난 바 있다"며 "정확한 면담 기록 등은 구체적 일시·장소와 함께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 ▲ 강원도 평창군에 위치한 알펜시아 리조트 전경. ⓒKH그룹 홈페이지 갈무리
    ▲ 강원도 평창군에 위치한 알펜시아 리조트 전경. ⓒKH그룹 홈페이지 갈무리
    KH "인수자금, 금융권 대출 및 자산 유동화 통해 합법 조달"

    이날 KH그룹 측은 검찰이 KH 관계자로부터 "'쪼개기 입찰'을 강원도가 먼저 제안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는 부분과 관련 "확인이 안 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KH그룹 측은 "오전에 확인해본 결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돼 들어간 KH 관계자가 아직 없다"며 "이 같은 진술을 누구로부터 듣게 된 것인지 의문"이라고 관련 보도를 부인했다.

    또 KH그룹이 알펜시아 인수자금 마련 과정에서 '무자본 M&A(인수합병) 방식'으로 인수가 진행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그룹 측은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고 나머지 금액은 기존의 부동산 등을 매각, 자산 유동화 등을 통해 합법적으로 금액을 마련했는데, 이 같은 부분을 두고 어떤 이유로 무자본 M&A라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항변했다. 

    KH의 다른 계열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아직 손해를 끼친 부분이 없다"면서 "알펜시아가 파산 신청을 한다면 그것은 배임이 맞지만, 현재로서는 부채비율도 더 낮춰가고 있으며 영업이익도 이전보다 훨씬 좋아지고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