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 건물 철거 이후에도 남아있던 길이 95m, 폭 30m인 지지대 갑자기 옮겨져
  • ▲ 북한 금강산 관광지구 고성항 내 해금강 호텔 하층 지지부위가 떠 있던 자리(사각형 안)가 비어 있다. ⓒPlanet Labs/VOA
    ▲ 북한 금강산 관광지구 고성항 내 해금강 호텔 하층 지지부위가 떠 있던 자리(사각형 안)가 비어 있다. ⓒPlanet Labs/VOA
    북한 금강산 관광지구에 있는 해금강호텔을 떠받치고 있던 하층 지지대가 최근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호텔 건물 철거 이후에도 한참동안 남아있던 지지대는 기존 자리에서 북쪽 37km에 위치한 통천항에서 발견되면서 재활용 가능성도 점쳐진다.

    23일 미국의소리(VOA)는 민간 위성사진업체인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을 근거로, 북한 금강산 관광지구 고성항에 있던 해금강호텔 하층 지지대가 지난 22일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길이가 95m, 폭이 30m인 이 지지 부위는 호텔 건물이 철거된 이후에도 물 위에 떠 있는 상태로 방치돼 왔다. 앞서 북한은 지난 3월 해금강호텔 해체 작업에 들어가 건물 대부분을 철거했다.

    VOA는 사라진 하층 지지대로 보이는 구조물이 원래 위치에서 북쪽으로 약 37km 떨어진 통천항 일대에서 확인된다고 밝혔다. 해금강호텔의 '마지막 잔해'인 지지대까지 옭겨지면서, 처음 포착된 이후 약 9개월만에 모든 철거 작업이 마무리됐다.

    해금강호텔은 현대아산 소유의 건물로, 과거 한국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해왔다. 그러나 2008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10년 넘도록 버려졌다. 그러던 중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10월 금강산을 시찰한 뒤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하면서 철거 움직임이 시작됐다.
  • ▲ 금강산 관광지구에서 북쪽으로 약 37km 떨어진 통천항에 해금강 호텔 하층 지지부위로 추정되는 물체(사각형 안)가 보인다. ⓒPlanet Labs/VOA
    ▲ 금강산 관광지구에서 북쪽으로 약 37km 떨어진 통천항에 해금강 호텔 하층 지지부위로 추정되는 물체(사각형 안)가 보인다. ⓒPlanet Labs/VOA
    올해 3월 해금강호텔 건물을 시작으로 4월에는 국내 리조츠 기업 아난티가 운영하던 금강산 골프장 8개 숙소동이 해체됐다. 한국 관광공사가 거액을 투자한 문화회관 건물을 비롯해 우리나라 시설인 금강산 온정각과 고성항횟집 건물도 철거돼 현재 이들 부지엔 콘크리트 잔해만이 남아있는 상태다.

    당시 통일부는 북한을 향해 철거와 관련한 설명을 요구했으나, 북한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북의 움직임에 대해 북한이 중국기업과 지난 2020년 봄에 기획했던 중국 칭다오-원산-금강산 크루즈 관광사업을 시작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주장도 있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지난 4월 본지에 "북한이 해금강호텔과 아난티 소유 골프장의 부속건물을 철거하는 이유에는 2년 전 김정은의 철거 지시도 있겠지만 올 하반기에 중국 내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면 중국인을 상대로 한 크루즈 관광을 시작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2020년 봄 한 중국업체와 함께 중국 칭다오에서 출발해 원산-금강산으로 이어지는 크루즈 관광사업을 준비했다. 당시 북한은 코로나가 팬데믹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하고 단기간에 종식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코로나 방역문제로 사업은 무기한 연기됐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북한은 올해 한국 대선에서 야당이 승리, 정권이 교체되자 금강산관광 재개가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결국 중국업체와 논의했던 칭다오-원산-금강산 크루즈 관광사업을 준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