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위법성 인정"… 손해금 약 18억7000만원 책정나머지 윤성여 씨 형제·자매한테도 각각 1억원씩 국가 배상 판결윤씨 "이런 날 올 줄 꿈에도 몰라… 현명한 판결 해 준 사법부에 감사"
  • ▲ 경찰의 고문에 따른 허위자백으로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씨가 1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국가배상소송 선고 공판을 마치고 취재진들과 만나 판결에 대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진선우 기자
    ▲ 경찰의 고문에 따른 허위자백으로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씨가 1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국가배상소송 선고 공판을 마치고 취재진들과 만나 판결에 대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진선우 기자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55) 씨가 18억여 원의 국가 배상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5부(부장판사 김경수)는 16일 윤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8억7000만원 상당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나머지 원고들인 윤씨의 형제·자매에게도 이미 별세한 부친의 상속분까지 포함해 각 1억원씩 국가가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 "경찰의 불법체포, 가혹행위, 국과수 위법 감정"

    이날 재판부는 "경찰의 불법체포와 구금 및 가혹행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 과정과 결과의 위법성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 수사의 과정에서의 위법성 부분은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가의 불법행위 내용과 정도, 피해로 입은 고통 등을 고려해 윤씨를 대상으로 한 위자료를 40억원으로, 구금 기간 일실수입을 1억3000만원으로 책정했다. 재판부는 해당 금액에서 이미 지급 받은 형사보상금 25억1700만원을 공제한 뒤 지연손해금 등을 합산해 18억7000만원 상당을 인용했다.

    윤씨는 선고 직후 "긴 세월을 그곳에 있다 보니 이런 날이 올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현명한 판단을 해 주신 사법부에 감사드린다"고 심정을 밝혔다.

    윤씨 "세상에 나와보니 너무 많이 달라져 있어… 그래서 노력 중"

    '가장 생각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초등학교 3학년 때 돌아가신 어머니가 가장 보고 싶다"고 답한 윤씨는 "밖으로 나오니 세상이 워낙 많이 바뀌어 있어 적응하기 힘들지만, 그래서 더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윤씨는 "직장도 다니는 등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답했다.

    윤씨는 1988년 9월 경기도 화성시에서 A양(당시 13세)을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이듬해 7월 검거됐다.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경찰의 강압수사로 허위자백 했다"며 항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20년을 복역한 뒤인 2009년 가석방됐다.

    하지만 2019년 10월 이춘재가 스스로 이 사건의 진범이라고 자백하면서 윤씨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2020년 12월 재심에서 사건 발생 32년 만에 무죄를 선고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