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에 정쟁 멈추고 수습 주력… "사고 수습이 먼저"與 지도부 서울시청 분향소, 野 지도부 녹사평 분향소 조문정진석 "지금은 추궁의 시간 아닌 추모의 시간… 슬픔 나눠야"이재명 "모든 것이 나의 책임이라는 자세로 사태 수습해야"
  • ▲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31일 정쟁을 중단하고 '이태원 참사' 수습과 대책 마련에 주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여야 지도부는 '이태원 참사' 수습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하고 이날 지도부 회의 직후 일제히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국민의힘 "국가·사회안전망 전면 재점검할 것"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오전 9시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모두 검은 정장 차림으로 참석했다. 검은색 마스크와 넥타이를 착용한 위원들은 왼쪽 가슴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힌 리본도 달았다.

    회의장 배경 현수막에는 '이태원 사고 희생자 애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수습과 대책 마련에 총력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회의는 엄숙한 분위기에서 시작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침통한 표정으로 "이태원 핼러윈 사고로 154명의 젊은이들이 귀한 목숨을 잃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 중상자 가족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인사했다.

    정 위원장은 "희생된 분들에 대한 혐오 표현, 낙인 찍기가 SNS 상에 번져나가고 있다. 경찰관과 소방관들을 비난하는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벌써 유포되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추궁의 시간이 아닌 추모의 시간이다. 슬픔을 나누고 기도해야 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 위원장은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번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책을 만드는 것은 이제 정부와 우리 정치권의 책임"이라고 지적한 정 위원장은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예방조치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으며, 그 예방조치들은 취해졌는지 아닌지 정밀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그러면서 "안전 인프라를 선진국 수준으로 전면 업그레이드할 방안을 찾아내고, 예산을 제대로 편성하겠다"며 "이번 예산 국회에서 국가·사회안전망을 전면 재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부의 사고 수습과 치유 대책에 전적으로 협조하기로 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께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 ▲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31일 오전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를 찾아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조문하고 있다.ⓒ연합뉴스
    ▲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31일 오전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를 찾아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조문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 비대위는 이날 회의 직후인 오전 10시쯤 서울시청 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조문했다. 정 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 위원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정 위원장은 조문록에 '못다 핀 꽃잎처럼 떠난 젊은이들의 영전에 깊은 애도의 마음을 올립니다.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철저히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정 위원장은 조문 후에도 "지금으로서는 정부가 이 사태 수습을 위해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정부에 협력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며 "이번 예산국회를 통해서도 점검된 내용을 갖고 보완해야 될 문제, 예산 편성의 문제를 골고루 점검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민주당도 이날 오전 9시30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태원 사고와 관련 '수습과 위로에 총력을 다할 때'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검은색 정창 차림으로 왼쪽 가슴에 '추모'라고 적힌 검은색 리본을 달고 회의에 참석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회의에서 "'나는 책임이 없다, 할 만큼 했다'는 태도를 보여서 국민을 분노하게 할 것 아니라 모든 것이 나의 책임이라는 자세로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는 데 집중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지금은 희생자들의 안돈(安頓), 그리고 유가족 여러분들의 위로, 사건의 수습에 만전을 기할 때"라며 "또다시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 사후 조치가 뒤따라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수습과 위로에 총력을 다할 때"라고 강조했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강민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강민석 기자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최고위 회의를 마친 후 이태원 참사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11시쯤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헌화 및 묵념했다.

    이후 민주당 의원들은 사고 현장인 이태원으로 이동해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사망자 추모공간에서 헌화하고 묵념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 자리에서 "(이 대표가 관계자에게)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물어보고 파악했다"고 전했다.

    안 대변인은 그러면서 "사고 당일 통제 계획이나 과거 통제 사례, 일방통행 조치 검토 등 여부와 관련된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며 "(관계자로부터) 과거에는 계획을 세워서 계획대로 통제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여야는 이날 다음달 3일로 예정된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이태원 참사로 인한 사고 수습이 우선이라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이다.

    다만 다음달 2일로 예정된 국가인권위원회·국회사무처 등을 대상으로 한 운영위 국정감사는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또 민주당은 31일 당 차원의 '용산이태원참사대책본부'를 구성해 첫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회의를 마친 뒤 "희생자분들이 전국 많은 지역에서 모여든 분들인 만큼 전국으로 흩어진 채로 개별적으로 장례 진행 중"이라며 "당 차원에서 조문하면서 위로, 추모와 함께 혹시 추가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것이 있는지 여쭤보고 곁에서 슬픔을 함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 대변인은 "유가족분들의 심리적인 지원과 더불어 중상자들도 현재 33분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이분들도 추가적인 위험에 처할 우려 있는 만큼 의료지원이나 심리지원 등 전방위적으로 부족함이 없는지 함께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9일 밤 이태원 해밀턴호텔 인근 골목에서 핼러윈 축제를 즐기러 나온 인파가 한번에 몰리며 대형 압사 참사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31일 오전 6시 기준 사망자 154명, 부상자 149명 등 사상자는 총 303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