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우 YS 의전비서관 "의전은 내용과 실체가 중요한 것… 문제 있는 것을 문제 삼아야"영국 전문가 "16시간 이상 줄 서 대기하는 상황… 장례식만 참석한 것을 '참사'로 매도"전 유럽 대사 "장례식 조문 뒤 조문록 작성… 정상 방문 땐 상대국 입장 고려해 일정 짜"대통령실 "한 국가의 슬픔, 나아가 인류의 슬픔을 정치로 활용… 이런 행태가 더 슬퍼"
  • ▲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9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치러지는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국장에 참석하기 위해 호텔을 나서고 있다.ⓒ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9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치러지는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국장에 참석하기 위해 호텔을 나서고 있다.ⓒ뉴시스
    영국에 이어 북미 지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19일 "(고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조문 취소를 발표할 것이었으면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영국에 도대체 왜 간 것인가"라며 "외교 참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외교가 등에서는 그러나 이 같은 야권의 지적이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야권과 일부 언론에서 지적하는 '참사'로 규정할 만한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영삼정부 시절 의전비서관을 지낸 김석우 전 통일부차관은 본지와 통화에서 "의전은 내용과 실체가 중요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문제 있는 발언을 했다든가 영국 측으로부터 모욕적인 일을 당한 것이라면 그것을 문제 삼아야지, 현지 사정상 왕실의 안내에 따라 장례식 조문을 잘 마친 것을 두고 문제 삼는 것은 좌파세력이 일부러 흠 잡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영국 사정에 정통한 한 서울 소재 대학 교수도 통화에서 "생중계되는 현지 상황을 보면 여왕의 관을 조문하기 위해 16시간 이상 대기하는 시민들이 줄을 서 있었다"며 "전 세계에서 조문을 오는 상황에서 늦으면 장례식만 참석할 수 있는 것이지, 이를 두고 '참사'라고 매도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유럽 대사를 지낸 전직 고위 외교관은 통화에서 "국가 정상이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는 상대 측 외무성의 주문에 따라 이동 일정이 상당히 정해진다"며 "런던 현지 도착 시간에 따라 영국 측이 장례식 조문 뒤 조문록 작성으로 안내했다는 대통령실의 설명이 적확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슬픔을 정략적으로 이용... 문제 될 것 없다"

    대통령실은 20일 윤 대통령이 웨스트민스터홀에 안치된 고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관을 찾아 직접 조문하지 못했다는 논란을 두고 '문제 될 것 없다'는 견해를 거듭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순방 3일차인 지난 1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브리핑을 통해 "지각을 했다, 의전의 실수가 있었다, 홀대를 받았다(는 주장이) 모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부대변인은 '조문 참사'라는 야권의 공세에 "한 국가의 슬픔을, 더 나아가서 인류의 슬픔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활용하고 하는 행태가 더 큰 슬픔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대통령실의 설명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장례식 참석 이후 조문록을 작성한 정상들은 모나코 국왕, 그리스 대통령, 오스트리아 대통령, 이집트 총리, 리투아니아 대통령 등이다. 이들 모두 영국 왕실의 안내에 따라 장례식을 마친 뒤 조문록을 작성했다는 것이다.

    이 부대변인은 "이들이 모두 왕실로부터 홀대를 당한 것은 당연히 아니다"라며 "참배가 불발됐거나 조문이 취소된 것 또한 아닐 것이고, 이들 모두가 조문 없는 조문외교를 펼쳤다는 것도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지각했다는 일부의 주장에도 "애초부터 영국 왕실과 협의를 해서 런던 현지시간 오후 3시경 저희가 도착하면 그로부터 한 시간 뒤에 참전비 헌화를 예정하고 있었고, 이어 다시 40분 뒤에 웨스트민스터홀로 이동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참배 등을 진행하려 했다"면서 "이 일정은 모두 영국 왕실과 조정된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지 여건과 런던의 교통상황 등에 따라 이동이 어려웠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이 부대변인은 "많은 시민들이 모이면서 차량이 이동할 수 없었고, 어제는 오히려 출국하는 비행기를 대통령이 먼저 도착해서 30여 분 이상 기다리는 일도 있었다"며 "전날도 마찬가지로 교통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까 영국 왕실에서 자칫 국왕 주최 리셉션에 늦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참배 및 조문록 작성을 다음날로 순연하도록 요청이 있었고, 저희는 그 왕실의 요청과 안내에 따라 그렇게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이 더 일찍 출발했어야 한다는 지적에는 "왕실 입장에서는 모두 다 일찍 온다면 그것 또한 낭패일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왕실과 일정 조율해 이루어진 것"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같이 말하며 "(왕실에서) 시간을 다 분배한 것이다. 수많은 국가들을 분배한 것이다. 그렇게 왕실과 일정 조율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현지 여건에 따라 일정 변동이 있을 것이라는 왕실 측의 양해가 미리 있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한편, 윤 대통령 부부는 지난 19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내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등 세계 각국의 정상들과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이에 앞서 미국·프랑스·캐나다 등의 정상과 스페인·노르웨이·스웨덴·일본 국왕은 현지에 일찍 도착함에 따라 웨스트민스터홀에 안치된 여왕의 관을 찾아 직접 조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