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취임 100일간 세 번째 사과… '윤핵관' 지도부 리더십 흔들與 의원들, 사적 메시지 공개사태에 불안감… 당은 선거 이겨도 혼란일각서 '권성동 책임론' 당권경쟁 점화 관측… 내홍에 당장은 눈치만
  • ▲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국회로 등원해 원내대표실 앞에서 전날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사적 문자내용 공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이종현 기자
    ▲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국회로 등원해 원내대표실 앞에서 전날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사적 문자내용 공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이종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지칭한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여권이 요동치고 있다.

    이 대표를 대상으로 한 당 윤리위원회의 중징계 이후 '권성동 원톱' 체제로 수습에 나섰지만, 또다시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며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 이후에도 내홍이 재촉발할것을 우려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권성동 "저의 부주의로 심려 끼쳐" 90도 사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사적인 문자 내용이 저의 부주의로 인해서 유출, 공개돼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당원 및 국민 여러분에게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90도로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어 "제 입장은 페이스북에 밝힌 그대로이니 참고해 주시기 바란다"며 "사적인 문자가 본의 아니게 유출됐기 때문에 그 내용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확인해 주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제 프라이버시도 보호 받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문자메시지가 보도된 후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린 데 이어 이날 출근길에도 허리를 숙여 사과하면서 저자세로 진화에 나선 것이다.

    이번 사태는 전날 윤 대통령이 권 원내대표에게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라며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보낸 문자메시지가 권 원내대표 휴대전화를 통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시작됐다.

    "논란 커질라" 당 지도부, 불씨 꺼뜨리기에 주력

    국민의힘 지도부도 적극적으로 불씨 죽이기에 나섰다. 권 원내대표가 대통령실 직원 추천 논란에 '7급' '9급'을 언급하며 사과하지 않고 버틴 상황을 답습하지 않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통령은 늘 중심을 잡고 있었고 당 문제에 대해 얘기하거나 관여한 적 없다"며 "그 부분은 사적 공간에서 이뤄진 부분이기 때문에 그 정도로 지나가야 맞다. 정치적으로 확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도 국회에서 "대통령께서 (원 구성 협상, 당 내홍 수습 등) 권 원내대표 노력에 대해 격려하는 취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며 "언론에서 너무 지나치게 갈등이나 분란 쪽으로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송 수석부대표는 이어 "당무 개입하고는 전혀 상관없다"며 "우리 당을 사랑해 주시는 국민 모두에게 다시 한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사적 메시지 공개 사태에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초유의 당 대표 징계 이후 권 원내대표가 대표직무대행을 맡으며 혼란을 가까스로 수습한 상황에서 내홍이 재촉발할까 봐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

    친윤(親尹)계의 맏형 격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주도 공부모임 '혁신24 새로운 미래'(새미래) 행사 후 "소이부답"(笑而不答·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는다)이라고만 말했다.

    김기현 의원은 "아주 곤혹스러운 상황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결과적으로 문자가 공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견고하지 않은 '윤핵관' 원톱 리더십에 물음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서 당 권력을 잡은 권 원내대표가 검수완박(검찰 수사법 완전박탈) 법안 합의, 사적 채용 논란 등에 이어 취임 100일 만에 세 번째 사과하자 리더십이 크게 훼손됐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아울러 민감한 대선 기간에도 윤핵관과 충돌하며 당무를 내려놓은 이 대표를 품었던 윤 대통령의 의중이 드러나며 당권경쟁이 재점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된다. 다만 당장 지도체제 교체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우리가 정권을 빼 들었으니, 어떻게 하면 성공한 정부를 만드는 데 포커스를 맞추고 뭔가 잘못되면 그것을 논의해 (당이) 바르게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권 원내대표 리더십을 지적했다.

    또 다른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당 정책적으로 잘못된 것도 아닌데 권 원내대표가 다시 잘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줘야 한다"며 "사적 대화가 노출됐을 뿐인데 우리가 뭐라 할 수가 있느냐"고 조심스러운 견해를 내비쳤다.

    국민의힘 한 지도부 인사는 "책임론까지는 너무 과도하게 가는 것 같다"며 "있는 그대로를 사실대로 인정하고 (다시)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굳이 이 사태를 어설프게 봉합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