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공무원 이대준 씨… 2020년 9월22일 연평도 북방한계선 북측서 총격 피살文, 국방부에 지침 내린 뒤… "北 시신 태운 것 확인"→ "추정된다" 입장 바뀌어北, 文 국방부 입장 바꾸자… "불법 침입자 사살, 부유물 소각" 적반하장 통지문유가족 "월북할 이유 없다" 정보청구… 文 거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자료 이관尹국방부·해경 "공무원 이동경위·월북의도 발견 못해… 유족에 깊은 위로"尹대통령실, 文정부가 유족에 낸 '정보공개청구 항소'도 취하… 1심 확정될 듯
  • ▲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1월3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지난 2020년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공무원의 유가족을 면담하고 있다. ⓒ윤석열 캠프
    ▲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1월3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지난 2020년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공무원의 유가족을 면담하고 있다. ⓒ윤석열 캠프
    윤석열정부가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과 관련 "자진월북 의도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자진 월북'으로 단정한 기존 문재인정부의 발표를 2년 만에 뒤집고 공식 사과했다.

    대통령실은 문재인정부가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과 관련해 유족이 제기한 정보공개청구 거부처분취소소송 관련 항소도 취하했다.

    특히 사건 직후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국방부에 지침을 하달했고, 이에 따라  "시신을 불태운 것으로 확인했다"는 국방부 발표가 지침 후 "추정된다"로 바뀐 사실도 드러났다.

    '서해 공무원 피살' 숨기기 급급했던 文정부

    대통령실은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2020년 9월22일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후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어업지도선 1등 항해사 이대준 씨의 유족이 제기한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소송'에 대한 항소를 오늘 취하했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실은 이어 "항소 취하 결정이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게 피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족에게 사망 경위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정보를 제한하였던 과거의 부당한 조치를 시정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국가안보실에 정보의 일부를 유족에게 공개하라고 판단했던 1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될 예정이다.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공무원 이대준 씨는 2020년 9월22일 연평도 해역에서 실종돼 북방한계선 인근 북측에서 북한군 총격에 피살됐다. 

    이후 국방부는 9월24일 성명을 통해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고 했지만, 기자단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이씨가 도박빚에 따른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자진월북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해 논란을 빚었다. 

    국방부의 발표 직후인 2020년 9월25일 북한은 대남 통지문을 통해 "10여 발의 총탄으로 불법침입자를 향해 사격했다"며 "우리(북한) 군인들은 불법침입자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했으며,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은 현지에서 소각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대남 통지문이 발송된 지 이틀 후 국방부는 돌연 말을 바꿨다. 국방부는 같은 해 9월27일 "시신 소각이 추정된다"며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남북한의) 공동조사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정부의 발표에 유족들은 이씨가 월북할 이유가 없다고 반발하며 사건기록 등을 대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국가안보실은 이를 거부하고 유족과 소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1심에서 관련 정보 일부를 공개하라는 판결이 내려졌고, 국가안보실은 즉각 항소했다. 

    이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 1월,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이씨 아들의 편지에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의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북한에 의해 죽임을 당한 고인의 명예를 되찾아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16일 대통령실이 항소를 취하했지만,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관련 내용을 국가안보실이 전면 공개할 수는 없다.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관련 기록이 문재인정부 시절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이관돼 최장 15년간 비공개되기 때문이다. 

    이 사건과 관련한 대통령지정기록물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거나 서울고등법원장의 영장, 또는 문재인 대통령의 기록물 해제 등이 있어야 열람할 수 있다.

    대통령실은 "진실규명을 포함해 유가족 및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충분한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방부, 靑 지침에  '시신 불태운 것 확인' → '추정된다' 말 바꿔

    대통령실의 항소 취하에 발맞춰 정부 당국도 사실을 바로잡고 사과에 나섰다. 

    국방부는 2020년 9월24 '북한이 공무원 이씨의 시신을 불태운 것을 확인했다'는 확정발표 이후 3일 만에 '시신이 불태워진 것으로 추정된다'로 견해를 바꾸고 남북 공동조사 필요성을 촉구한 것이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지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16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국방부의 분석 결과와 북한의 주장에 차이가 있어 사실관계 규명을 위해 남북 공동 재조사 등을 요구하였으나 북한 당국은 지금까지 어떠한 답변도 없다"며 "피살된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함으로써 국민들께 혼선을 드렸고, 보안관계상 모든 것을 공개하지 못함으로 인해 많은 사실을 알려 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도 이날 인천 연수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먼저, 어업지도선 공무원 유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피격된 공무원의 월북 여부를 수사했으나 북한 해역까지 이동한 경위와 월북 의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경은 수사심의위원회 의견 등을 종합해 북한 군인의 살인죄에 대해 수사를 중지하기로 했다. 북한 해역에서 발생한 사건의 현실적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수사가 중지됨에 따라 해경도 유족이 제기한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소송에 따른 항소를 취하하고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