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文 정부 알박기 인사' 비판에 "부담 있던 건 사실" 文 부동산 정책 관련 "세제 통해 부동산 잡겠단 전제가 문제"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9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9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사진=공동취재단)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19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기재위는 이날 진행된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직후 국회 본청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여야 협의를 거쳐 표결 없이 '한국은행 총재후보자(이창용)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의 건'을 의결했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채택에 앞서 "이 후보자는 소비자물가 상승 등에 전면적 대응 필요성을 강조하고 코로나19에 따른 소상공인 지원 필요성에 공감했다. 높은 가계부채 측면도 안정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했다"며 "이 후보자는 한국은행 총재로서 무난히 직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 마무리 발언에서 "앞으로 한국은행 총재로서 우리 경제의 발전을 위해 헌신할 기회를 주신다면 위원들께서 오늘 주신 충심 어린 조언을 마음에 새겨서 위원님들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文 정부 알박기 인사" 공세

    국민의힘은 이날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알박기 인사'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임에 이 후보자를 지명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과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은 이 후보자를 향해 "대선이 끝나면 가급적 인사를 동결하고 새 정부의 새로운 인사와 함께 새로운 국정을 시작할 수 있도록 협력해 온 것이 관행이자 순리"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인사권과 관련된 사안은 총재 후보자로서 답변할 처지가 아니기에 답변을 못해도 양해 부탁한다"고 답했다. 

    서 의원은 이어 "지난 3월23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에게 전화해 '이창용씨 어때' 해서 '좋은 분이다' 했는데 10분 뒤 언론에서 공식 발표를 했다"며 "그래놓고 청와대에서 '선물이 될 줄 알았는데 당황스럽다'고 했다. 코미디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한국은행 총재 임기가 4년이다. 윤석열 당선인에게 인사권을 맡기는 게 순리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제안이 왔을 때 개인적으로 제가 제 임무를 할 수 있을지 많은 부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위원들이 제가 전문성이 충분한지 판단해주면 그 결과에 따르겠다"고 답했다.

    민주당 "이창용 자녀들 미국서 20억원 넘는 학비 써"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의 세 자녀가 미국 유학생활 기간 20억원이 넘는 학비를 썼다며 이를 문제 삼고 나섰다.  

    정 의원은 "후보자 장녀와 차녀, 장남이 학비로 우리나라 돈 20억6000만원을 썼다. 한 해 교육비는 2억5000만원"이라며 "대한민국 보통 사람 생각으로 상상이 안 되는 생활을 했는데 어떻게 후보자가 대한민국 경제와 중산층, 서민의 어려움을 가슴으로 느끼겠냐"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아이들 교육비가 매년 2억원이 넘는데 이건 미국 교육제도의 문제"라며 "미국 대학 학비가 한해 평균 7~8만 달러가 든다. 미국의 큰 사회문제이고 제가 미국에 오래 있다 보니까 어느 대학을 가도 드는 비용이라 (문제 의식에) 공감합니다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정 의원이 "이 후보자는 국내에 2채, 미국에 4채 등 6채의 집이 있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선 "집은 서울에 있는 집 한 채가 전부"라며 "미국 집은 아들과 딸이 여러 지역에 나뉘어 살아 렌트를 한 것이고 소유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창용 "文 정부 재정지출 방식 아쉬워"

    이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에 대해선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후보자는 "코로나 사태로 경제 성장률이 급락할 때 기여한 것은 이론적으로 부인할 수 없다"며 "다만 재정정책의 목적과 방법이 일시적으로, 타깃 해서(목표층을 정해서) 지원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 불특정 다수에게 지원하면서 효과(가 줄어들)뿐만 아니라 앞으로 계속 나가는 지출이 되기 때문에 재정 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점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선 "실패라는 용어는 너무 강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여러 정책 의도 등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세제를 통해 특정 지역의 부동산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전제가 문제"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후보자는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서민의 주택 안정과 주택 공급"이라며 "강남 지역의 안정화를 정책 목표로 삼으면 부작용이 너무 크다"고 꼬집었다.

    "인기 없더라도 금리 인상 시그널 줘야"

    이 후보자는 현재의 물가 상승률과 관련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하기도 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했다. 2011년 12월 이후 10년3개월 만에 4%대 상승률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총재가 되면 물가와 가계부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구체적 의견을 달라"고 말하자, 이 후보자는 "경기 속도가 크게 둔화하면 그때그때 조율하겠지만, 물가 상승 심리(기대인플레이션)가 올라가고 있어 인기는 없더라도 인상 시그널을 줘서 물가가 더 크게 오르지 않도록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물가 흐름에 대해서는 "물가 상승 국면이 적어도 1~2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1960년생인 이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1989년엔 미국 로체스터대 경제학과 조교수로 임명된 이후 2004년 대통령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을 맡았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에 앞서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분과 인수위원으로도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