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부패·선거 등 '6대 범죄' 수사권 빼앗아… 기소·영장 전담 '물검찰' 만들기대통령 거부권 행사 못하게 4월 강행… 수사권 어디로 이관할지 못 정해 우왕좌왕 김오수 검찰총장도 공개 반대… 국민의힘 "대선 불복, 민심에 맞서겠다는 선전포고"
  •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분리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을 문재인정부 임기 내에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마저 반발이 나오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을 '이재명 비리 방탄법'으로 규정하고 대선 불복 움직임이라며 경고했다.

    尹 임기 시작 전 검수완박 완성하려는 민주당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검수완박과 관련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방향을 잃지 않도록 하는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윤 위원장은 문재인정부 임기 내에 검수완박 처리 여부를 묻자 "당의 총의를 모아야 할 사안이지만, 제 의견은 그렇다"고 답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은 세계적인 추세와 국민적인 요구를 바탕으로 수사와 기소를 각각 전담하는 국가기관 간의 상호 견제를 통해 검찰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고 국민들이 사법행정에서 억울한 일이 없도록 입법을 논의 중"이라고 검수완박 추진을 강조했다.

    민주당의 검수완박은 검찰에 남아 있는 6대 중대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을 다른 기관으로 옮기는 것이 핵심이다. 검사는 공소제기 및 유지, 영장 청구 등만 담당하게 한다는 것이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2020년 12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을 조직하는 법안까지 발의한 바 있다.

    민주 내부서도 "대안 제시돼야" 무리수에 쓴소리

    민주당은 오는 12일 의원총회를 열고 검찰개혁입법 방향과 처리 시점 관련 당론 채택을 시도한다. 민주당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황운하)와 특별수사청(이수진)을 신설해 검찰 수사권을 이관하는 법안을 각각 발의한 상태다. 

    민주당 내에서는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자는 데 이견이 없지만, 이관 부서와 관련해서는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이소영 비대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수사·기소 분리의 목표는 어떤 기관으로부터 권한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합리적 국가 수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 돼야 한다"며 "중대범죄 수사를 누가 담당해야 하는지, 경찰이 담당할 경우 권한 집중과 부작용을 누가 막을지, 수사기관의 중립성·공정성을 이전보다 어떻게 더 낫게 할지 대안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 내부에서마저 검수완박 강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이날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지검장회의 모두발언에서 "검찰의 수사기능이 폐지된다면 검찰총장인 저로서는 더는 직무를 수행할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저는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 어떠한 책임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검수완박 반대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반면,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이날 법무부 과천청사 출근길에 "본질은 검찰 수사 공정성의 문제"라며 검수완박을 옹호하는 취지로 말했다.

    국민의힘은 검수완박 추진을 '대선불복' '이재명 비리 방탄법'이라고 지칭하며 민주당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소위 검수완박을 추진하고 있다. 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이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참으로 걱정"이라며 "한 나라의 시스템과 제도는 전문가와 국민이 논의에 참여해 결론이 나야 함에도 민주당은 정권 말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기간에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통과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결국은 대선 결과에 대한 불복도 담겨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권 원내대표는 "검찰공화국 프레임을 씌워서,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당선인이 집권할 경우 검찰을 동원해 검찰공화국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프레임 전쟁으로 검수완박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김혜경 비리 수사 막아 면죄부 받겠다는 것"

    국민의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도 성명을 발표하고 검수완박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국회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4월 국회 중 처리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민심과 맞서겠다는 명백한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검수완박 법안을 '이재명 비리 방탄법'으로 규정하고 "민주당이 권력에 짓눌려 중단됐던 각종 권력비리 수사를 막고 대선 기간 중 드러난 이재명 전 대선후보와 배우자인 김혜경 씨의 비리 수사도 막아 그동안 자행한 거악(巨惡)의 권력형 범죄에 면죄부를 받겠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법사위 소속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성명 발표 후 "양향자 무소속 의원의 법사위 사·보임은 무효이니 취소해 줄 것을 국회의장에 요구하겠다"며 "법사위원장에 민주당 3명, 국민의힘 3명으로 이뤄진 안건조정위를 요청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안건조정위는 상임위에서 쟁점이 되는 안건을 최장 90일 동안 심사할 수 있는 제도다. 국회법에 따르면, 다수당과 그 외 상임위원 비율은 3 대 3 동수로 구성해야 한다.

    그러나 박병석 국회의장은 지난 7일 법사위에서 박성준 민주당 의원을 빼고 양향자 무소속 의원을 배치하는 사·보임을 단행했다. 민주당 출신 양 의원의 사·보임으로 안건조정위는 범민주 4, 국민의힘 2 구도가 돼 민주당 의도에 따라 구성 즉시 무력화될 수도 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김오수 검찰총장이 직을 걸고 검수완박을 막겠다고 표명한 것과 관련 "직을 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검찰총장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공감을 표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이기도 한 유 의원은 "인수위에서도 굉장히 엄중한 시각으로 (검수완박과 관련해)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다. 주말부터 여론이 비판적인 상황이라는 것도 파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