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디지털뉴스부 승급 인사… '부장'→'주간'으로 승격KBS노조 "특별감사 진행 중인데 감사 대상이 승진" 비판디지털뉴스부서 일하다 숨진 A씨 유족 "인사 철회" 요구보도본부 "부서 분위기 쇄신 위한 인사…다른 의도 없어"
  • ▲ 여의도 KBS 본관 전경. ⓒKBS
    ▲ 여의도 KBS 본관 전경. ⓒKBS
    지난 1월 KBS 취재기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대한 내부 감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사망한 기자의 직속 상관들이 최근 국·부장단 인사에서 한 단계씩 승진한 것으로 드러나 유가족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번 사건과 직무 간의 연관성 여부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데, '감사 대상'인 고인의 상관들을 승진시킨 것은 향후 나올 감사 결과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는 결정이라는 것이 유족들의 주장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사건에 대한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관들이 주간(국장급)과 부장으로 승격한 것은 '상식 밖의 인사'라는 비판이 KBS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는 상황.

    논란이 커지자 김현석 신임 통합뉴스룸국장이 '유족을 직접 만나 이번 인사에 대한 취지를 설명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유족 측은 국장과의 단독 면담이 아닌 사장을 포함한 면담을 요구하고 있어 국·부장단 인사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특별 감사' 대상인 중견 기자들‥ '주간·부장' 파격 승진

    지난 1월 18일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기자는 11년차 A씨였다. 2015년 한 보수경제지에서 KBS로 이직한 A씨는 사망 전까지 디지털뉴스제작1부에서 일했다.

    A씨는 유서를 통해 기자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A씨가 평소 주변 동료들에게 KBS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A씨가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A씨의 부모 등 유가족은 A씨가 속했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2노조) 간부와 김의철 KBS 사장, 법률전문가를 차례로 만나 산업재해 신청 등에 대한 협조를 구했다.

    이에 김 사장이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청해 KBS 감사실에서 특별 감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감사 결과가 발표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A씨의 직속 상관들이 부서 내에서 수직 승격하는 파격적인 인사가 단행됐다.

    KBS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김현석 선거방송기획단장이 통합뉴스룸국장(보도국장)으로 임명된 데 이어 디지털뉴스부에서 각각 부장과 팀장으로 일했던 중견 기자들이 주간과 부장으로 승진했다.

    이 소식을 접한 A씨의 유족들은 이번 인사를 결정한 손관수 보도본부장의 사과와 더불어 (4월 말로 예정된)1차 감사 보고서 발표 전까지 현 디지털뉴스부 인사를 보류하거나 철회할 것을 KBS 측에 요구했다.

    2노조를 통해 이 같은 요구사항을 접한 손관수 보도본부장은 "이번 인사는 디지털뉴스부의 분위기 쇄신과 디지털 퍼스트 취지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며 "유족의 우려처럼 감사에 영향을 주기 위한 인사는 아니"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석 통합뉴스룸국장은 "이번 인사에 대해 유가족의 분위기에 대해 존중한다"면서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섬세하게 챙기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칙·공정 박살내고 분노만 키운 인사… 김의철 사장이 책임져야"


    KBS가 '감사 대상'인 직원들을 수직 승격시키는 인사를 단행한 것에 대해 KBS 양대 노조 모두 비판의 소리를 냈다.

    KBS노동조합(1노조)은 지난 4일 "원칙과 공정 박살내고 분노만 키운 인사… 김의철 사장, 손관수 보도본부장은 당장 사퇴하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지난 1월 우리와 함께 울고 웃으며 열심히 살고자 했던 기자 동료 한 명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우리 곁을 떠나갔다"며 "벌써 3개월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가족과 동기·동료들의 아픔과 상처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데, 이번에 단행된 보도본부 인사를 보면 충격적인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개탄했다.

    "아직 감사가 진행 중인데도, A기자의 직속 상관이었던 기자들이 줄줄이 승진했다"며 "이 같은 인사가 KBS 인사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한 1노조는 "A기자의 상관들은 인사원칙상 최소한 영전시키지 않았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1노조는 "A기자는 평소 주변에 업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했다"며 "상관이라면 부하 직원의 업무상 스트레스가 과중하지는 않은지 살펴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위를 이용한 '직장 내 갑질'이 있었는지 여부는 살펴봐야겠지만, 상관들이 최소한 도의적 책임과 지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어떤 조직이든 기본적인 상식"이라고 지적한 1노조는 "더구나 사고 당일 당사자가 출근하지 않았음에도 회사 측이 뒤늦게 알고 대응한 것도 근태권자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A기자가 회사 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명백하다"고 주장한 1노조는 "그런데도 관련된 인사들을 승진시키는 인사를 낸다는 것은 실로 상식 밖"이라며 "과거에는 물의를 일으킨 직원은 보직에서 해임한다는 원칙이 비교적 지켜졌지만 이번에는 인적자원실의 검증과 견제 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1노조는 "이번 인사로 KBS가 유가족을 볼 낯도 없게 됐다"면서 "사고 직후 유족들과 만나 산재처리와 진상조사에 대한 처리를 약속했던 KBS가 진상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이들에 대한 승진 인사를 냄으로써, 그 약속을 저버리게 됐다"고 비난했다.

    "늘 사회적 불의와 부정에 대해 감시한다면서, 정작 회사 내 동료가 죽었는데도 이에 대한 신상필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KBS의 현 주소"라고 꼬집은 1노조는 "김의철 사장은 최종 인사권자로서 이번 보도국 인사 참사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1노조는 "김 사장은 조직을 위해 신상필벌 따위는 무시하고 '내가 위험할 때, 보직사퇴를 안 하고 내 곁을 지켜줄 사람, 한 배를 탄 사람만 챙기겠다'는 것"이라며 "이번 인사가 김의철 체제의 종언을 알리는 인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는 A기자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자들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상식 실종' '공감능력 부재' 인사… 유족의 상실감 헤아리지 못해"


    지난 1일 유가족과 면담을 하고 이들의 뜻을 사측에 전달한 2노조도 같은 날 KBS의 승진 인사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2노조는 "보도본부의 '상식 실종, 공감능력 부재' 인사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이번 인사를 보고 있으면 보도본부가 최근 디지털주간 산하 부서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에 대한 투명하고 철저한 진상규명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2노조는 "한 여성과 두 아이가 남편이자 아버지를 잃었다. 그들은 현재 KBS에 자신의 가족이 왜 안타까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유를 따져 묻고 있다"며 "KBS는 이런 가족들의 요구에 진실한 태도로 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사장의 요청으로 현재 해당 사안과 관련해 감사실에서 특별 감사가 진행 중인데, 아직 감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고인의 직속상관들에 대한 한 단계씩 수직 승급인사가 단행됐다"고 지적했다.

    2노조는 "이번 인사는 아직 감사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자칫 회사가 고인의 안타까운 선택에 대해 미리 예단하고 있다는 불신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며 "세심하지 못하고 비상식적인 인사로 유족은 그들이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를 받아볼 기회마저 박탈당했다. 과연 유족이 앞으로 진행될 특별 감사 과정은 물론이고 그 결과를 신뢰 할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이번 인사는 비단 특정본부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본부차원의 내신에서부터 최종 인사권자인 사장의 최종 결재까지 누구도 유족이 느끼게 될 상실감을 세심하게 헤아리지 못했다"고 지적한 2노조는 "인사 시스템 전반에서 상식은 실종됐고 공감능력은 부재했다. 보도본부와 회사는 변명을 내놓기보다, 유족의 상처를 보듬고 유족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해법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