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尹, 28일 2시간36분간 靑 만찬회동… "흉금없는 대화"尹 측 "文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예산 협조하겠다 밝혀""안보문제 누수 없는 인수인계 협의… MB 사면 논의 안 해"
  • ▲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며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며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만찬 회동에서 대통령집무실 용산 이전을 예산 등을 통해 협조할 의향을 내비쳤다.

    尹 측 "文, 용산 이전 예산 면밀히 살펴 협조 의향 표시"

    장제원 당선인비서실장은 이날 청와대 만찬 회동에 배석한 뒤 오후 9시30분쯤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브리핑을 갖고 "자연스럽게 대통령집무실 용산 이전 얘기가 나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 측은 지난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후 "안보공백"을 명분으로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에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날 두 사람의 만찬 회동에서는 집무실 이전에 관해 문 대통령의 긍정적 선회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장 비서실장은 "문 대통령께서는 '집무실 이전 지역에 대한 판단은 차기 정부의 몫이라 생각하고, 지금 정부는 정확한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집무실 이전 예산을 위한 예비비를 국무회의에 상정할지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장 비서실장은 "그런 절차적 구체적인 얘기는 하지 않으셨다"며 "제가 느끼기에는 아주 실무적으로 시기라든지, 이전 내용이라든지 이런 것을 서로 공유해서 대통령께서 협조하겠다는 말씀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오는 5월10일 취임식 이전에 집무실 이전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두 분께서 시기까지 가능하다, 하지 않다는 말은 없었다"며 "어쨌든 문 대통령이 협조를 하고 실질적인 그런 이전 계획 예산을 면밀히 살펴보시겠다고 말씀하셨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동의 주요 의제로 꼽혔던 '코로나19 피해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은 안 됐다"고 말했다. 

    장 비서실장은 "실무적으로 계속 논의하자는 말씀을 서로 나누셨고, 추가적으로 실무적 현안 논의에 대해서는 이철희 정무수석과 제가 실무적으로 계속 협의해나가기로 했다"고 답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는 회동에서 일절 거론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장 비서실장은 "윤 당선인께서 사면 문제에 대해 일절 거론하지 않았고, 문 대통령께서도 그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文·尹, 안보 문제 인수인계 과정서 한치의 누수 없도록 협의하기로"

    북핵 위협과 관련해서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견해차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장 비서실장은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안보 문제를 논의하셨고, 국가의 안보와 관련된 문제를 인수인계 과정에서 한치의 누수가 없도록 서로 최선을 다해 협의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5시59분부터 8시50분까지 2시간51분간 청와대에서 회동했다. 이중 두 사람이 만찬에서 대화를 나눈 것은 2시간36분이었다고 장 비서실장은 전했다. 만찬 회동에는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장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장 비서실장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청와대 상춘재 만찬장에 입장한 뒤 윤 당선인에게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정당 간 경쟁할 수는 있어도, 대통령 간 성공 기원은 인지상정"이라며 덕담을 건넸다. 

    이에 윤 당선인은 "감사하다. 국정은 축적의 산물이다. 잘된 정책은 계승하고 미진한 정책은 개선해나가겠다"고 화답했다.

    장 비서실장은 "(두 사람은) 흉금을 털어놓고 얘기를 나눴다"며 "과거 인연을 주제로 반주 한두 잔을 곁들이면서 만찬을 했다"고 전했다. 또 "윤 당선인은 '많이 도와 달라'고 했고, 문 대통령은 '저의 경험을 많이 활용해 달라. 돕겠다' 말씀하셨다"고 했다.

    헤어질 때는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에게 넥타이를 선물하며 "꼭 성공하시길 빈다. 제가 도울 것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 달라"고 말했고, 이에 윤 당선인은 "건강하시기를 빈다"고 답례했다는 전언이다.

    장 비서실장은 이날 회동과 관련 "두 분이 서로 너무 존중하시는 느낌이었다"며 "국민들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서 현 정권과 또 차기 정부의 정권 인수인계를 정말 원활하게 잘해야겠다는 의지들을 (두 사람 모두) 갖고 계셨다"고 소회를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날 만찬 메뉴는 주꾸미·새조개·전복이 들어간 해산물냉채, 해송잣죽, 한우 갈비와 더운 채소, 금태구이와 생절이, 봄나물비빔밥, 모시조개섬초된장국, 과일, 수정과, 배추김치, 오이소박이, 탕평채, 더덕구이 등으로 구성됐다. 함께한 주류는 레드와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