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정신 장애 누구나 엄습... 심리치료로 이겨낼 수 있어" "30%가 코로나 우울증 경험... 쉽게 접근할 심리상담소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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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병도 상담과 치료로 상처를 극복할 수 있다. ‘자신과 대화’, ‘타인과 소통’이 필요한 순간에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 버린 사람에겐 심리치료가 개선의 첫 걸음이다. 감기 환자가 병원에 들르는 것처럼 접근하기 쉽고 자연스러워야 할 치유 활동이다.
용인 지역에서 심리치료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 박희야 소장(리틀핑거심리발달연구소)에게 미술치료 등 심리치료의 사례들을 들어봤다. 심리치료 과정을 분석한 ‘룩 인사이드(2017)’의 저자인 박희야 소장은 용인시 장애인복지관, 수원시 정신건강센터 등에서 집단 미술치료와 ADHD치료를 하는 등 지역 심리치료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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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랑씨(가명・여 24세)는 조용하고 온화한 성품의 여성이다. 비교적 밝은 성격임에도 우울과 불안 수치가 높았다. 미술 심리치료를 통해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해내는 연습을 했다. 타인과 관계,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걱정, 부모와 갈등 등이 원인이며, 어머니와 감정 독립이 안 된 상태로 독립했다는 걸 스스로 알게 됐다. 원인을 알기에 해결할 희망과 의지가 생긴다. 미술치료 5개월째, 실마리가 보인다. 불안한 날이 눈에 띄게 적어졌고 약물 복용 횟수도 줄일 수 있게 됐다.
# 기쁨이(가명・여 10세)는 용인에서 부모님과 동생 둘과 살고 있다. 기쁨이는 2년 넘게 미술 치료를 받고 있는 지적장애 아동이다. 치료사와 대화하면서 협동 작업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상호작용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기쁨이 스스로 자신의 그림을 보고 만족감을 느끼고 무엇보다 엄마와 함께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게 됐다. 기쁨이는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있다. 심리치료는 상호작용을 깨닫는 과정이다.
# 용인에 사는 행복이(가명 남 11세)는 ADHD경계성 장애를 갖고 있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안감에 손톱과 손에 상처를 내고 눈에 경련을 일으키는 틱이 오기도 한다. 부자(父子)사이에 미숙했던 게 원인일 수도 있다. 양육과 훈육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병원에서 종합심리검사를 받는 게 우선이다. 행복이 부모가 용기를 낸 덕분에 적절한 치료의 시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1년 동안 엄마와 함께 그림을 그리는 미술 치료를 통해 행복이가 심리적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아빠까지 미술 치료에 참여하면서 부모도 자신들의 심리적 불안한 요소들을 깨닫고, 행복이에게 자신들의 어릴 적 불안감을 보여주지 않으려 애쓰게 됐다. 치료 1년4개월만에 행복이의 손이 아물어가고 아이는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한다. 부모부터 적극적으로 치료에 동참해야 아이의 심리치료가 효과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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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야 소장은 “미술치료, 인지치료, 언어치료, 놀이치료, 그룹치료 등 다양한 심리 치료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장애를 겪는 아이들이나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결국은 누구와 얘기를 해야 할까요? 치료 과정에서 양육자 등 가까운 사람들과 관계가 자연스럽게 개선됩니다. 심리치료는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게 되고 사회와 소통하는 법을 서서히 배워나가는 과정입니다.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뿐 아니라 부모 자신들이 먼저 검사하고 참여해야 아이의 상황이 개선됩니다.”
예컨대 “요즘은 후천적인 장애도 꽤 많이 있는데, 제때 교육을 하지 않으면 ‘자폐 스펙트럼’이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 전 상태를 ‘반응성 애착장애’라고 해요. ‘유사 자폐’라고도 하는데, 엄마가 아이하고 둘만 집에 있으면서 아이하고 상호작용이 어려워지면 아이가 유사 자폐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는 누워 있는데 엄마는 핸드폰만 보고 있잖아요? 상호작용이 굉장히 적죠. 그러면서 후천적인 장애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부모가 먼저 자신들의 양육 과정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미국 영화를 보면 마약이나 알콜 중독 치료를 받기 위해 집단 심리 치료를 받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강박증 등을 치료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심리과 의사와 상담하는 장면도 흔하다. 현대 사회에서 심리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은 비단 장애인과 그 가족들만이 아니다.
박소장은 “사업에 실패했거나 가정 문제로 직장에서 겪는 스트레스도 미술치료 등 심리치료로 풀 수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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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동훈 교수(성균관대)가 지난 해 4월 ‘코로나 블루’에 대해 설문 조사를 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 600명 중 29.7%가 코로나 기간에 우울감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불안함을 느꼈다는 응답자는 절반 가까운 48.8%였다.
하지만 장애인 가족과 비장애인이 막상 마음의 병을 고치려 해도 선뜻 접근할 수 있는 가까운 병원이나 상담소는 많지 않다.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조차 동네 일반에서 상담이나 치료받기가 어려워 다른 지역의 심리 상담소를 찾아 전전하기 일쑤다. 지역 심리상담소가 동네마다 자리 잡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할 이유다. 지역 심리상담소는 내과나 소아과처럼 동네마다 뿌리박혀 있어야 지역 주민들이 쉽사리 드나들 수 있다는 점에서 필수적인 로컬(Local) 주민 시설이다.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고립된 환경에서는 긍정적 생각을 하기는 힘들기에 본인 스스로가 이상 현상을 느끼셨다면 주저할 것 없이 동네 심리상담소에서 진행하는 비대면(화상) 심리 상담을 통해 개선해 나갈 것을 권합니다.” 박희야 소장은 ‘포스트 코로나’를 맞아 마음의 치료만큼이나 마음의 방역이 필요한 시대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