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은 총재 등 인사에… 文을 '매도인' 지칭해 부당함 강조"회동은 다른 차원의 문제"… 인사 갈등에도 만남 여지 남겨놔"차기 대통령 결정되면 인사 안 해"… 尹측, 내로남불 선 그어
  •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수위원회에 마련된 프레스 다방에서 취재진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강민석 기자(사진=인수위)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수위원회에 마련된 프레스 다방에서 취재진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강민석 기자(사진=인수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 청와대의 인사 강행을 두고 부정적 시각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다만 문 대통령과 회동 문제와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과 회동이 불투명해진 것에 답답함을 내비쳤고, 이에 윤 당선인 측이 유감을 표하며 신구 권력의 기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마지막 인사조치, 바람직하지 않아"

    윤 당선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프레스라운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 지명을 두고 "차기 정부와 일해야 할 사람을 (임기) 마지막에 인사조치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특히 문재인정부를 부동산 매매계약 과정에서의 '매도인'에 빗대며 임기 말 협의 없는 인사권 행사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다음 정부에 넘겨주고 가야 할 것을, 당선인이라고 한다면 부동산 매매를 계약해 대금을 다 지불한 상태 아닌가. 곧 들어가 살아야 한다"고 전제한 윤 당선인은 "아무리 법률적 권한인 소유권이 매도인에게 있더라도 들어와 살 사람의 입장을 존중해 본인이 사는 데 필요한 거나 관리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한다. 집을 고치거나 이런 것은 잘 안 하지 않나"라고 언급했다.

    새 집에 들어갈 윤 당선인이 이사하기 전에, 기존에 있던 매도인인 문 대통령이 임기 말까지 청와대에 있으면서 국정 현안을 돌보는 것은 당연하지만 임기 이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사권을 협의 없이 행사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새 정부와 장기간 일해야 할 사람을, 인사가 급한 것도 아닌데 원론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한 윤 당선인은 "현재 정부만 그런 것이 아니고 저도 앞으로 그렇게 할 생각"이라며 인사권을 쥐고 흔드는 내로남불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청와대와 인사권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윤 당선인은 "갈등으로 해석을 하니까"라고 잘라 말하면서도 "저도 이제 임기 말이 되면 그렇게 하겠지만, 원칙적으로 차기 정부와 다년간 일해야 할 사람을 마지막에 인사조치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인사 문제가 조율되지 않으면 문 대통령과 회동은 어려운가'라는 질문에는 "회동 문제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가 아니겠나"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文도 "다른 사람 말 듣지 말고 당선인 판단해야"

    문 대통령은 인사권 갈등으로 윤 당선인과 회동이 불투명해지자 공개적으로 메시지를 내며 압박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참모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답답해서 한 번 더 말씀드린다"며 "저는 곧 물러나는 대통령이고, 윤석열 당선인은 새 대통령이 되실 분이다. 두 사람이 만나 인사와 덕담을 하고 참고될 만한 말을 주고받는데 무슨 협상이 필요하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무슨 회담을 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을 예방하는 데 협상과 조건이 필요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며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말고 당선인께서 직접 판단해 주기 바란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날렸다.

    앞서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 문 대통령이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담당국장을 지명하는 과정에서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 내정자를 발표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장제원 당선인비서실장 등 윤 당선인 측과 청와대 관계자의 진실공방으로 번지자 문 대통령이 다시 한번 윤 당선인 측에 책임을 전가한 것이다.

    尹 측 "대선 끝나면 인사 동결이 순리"

    윤 당선인 측은 즉각 유감을 표하며 인사권 행사는 차기 당선인의 뜻을 존중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견해를 강조했다.

    김은혜 당선인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당선인의 판단에 마치 문제가 있고 참모들이 판단을 흐리는 것처럼 언급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정부 인수인계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두 분의 만남을 '덕담 나누는 자리' 정도로 평가하는 것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인사권과 관련해서도 김 대변인은 "지금 임명하려는 인사는 퇴임을 앞둔 대통령이 아닌, 새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일할 분들"이라며 "당선인 뜻이 존중되는 것이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저희는 차기 대통령이 결정되면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김 대변인은 "대선이 끝나면 인사를 동결하고, 새로운 정부가 새로운 인사들과 함께 새로운 국정을 시작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 그간의 관행이자 순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