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 지명… 靑 "당선인 측 의견 들어서 내정했다" 발표尹측 "10분 전에 靑이 전화, 발표하겠다 하기에 웃었다… 마음대로 하시라고 했다靑 "尹 측에서 (이창용) 본인 의사를 확인했다고 했다… 발표하니 강하게 부정"양측 설명 전혀 달라… 서로 "진정성 보여라" 윤·문 회동도 쉽지 않을 듯
  • ▲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종현 기자
    ▲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종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임에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담당국장을 지명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 주장이 엇갈렸다.

    청와대가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 내정자를 발표하게 됐다"고 밝히자 윤 당선인 측이 "동의한 적 없다"고 즉각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尹 측 "인사 발표 10분 전에 전화 와서 웃었다"

    장제원 당선인비서실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앞에서 "발표하기 10분 전에 (청와대에서) 전화 와서 발표하겠다고 하길래 웃었다"면서 "무슨 소리냐. 일방적으로 발표하시려면 그건 마음이니까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저희는 그런 분 추천하거나 동의하지 못한 인사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 국장을 한국은행 총재후보로 지명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은행 총재 직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선인 측 의견을 들어서 내정자를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청와대 발표에 장 비서실장은 "정식으로 당선인에게 추천을 요청하고 (당선인이) 수락하겠다고 하면 추천하는, 상호 간 협의나 절차가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좋은 사람 같다고 한 게 당선인 측 의견인가?"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 국장과 관련해 물어왔다고 전한 장 비서실장은 "(이철희 수석이) '이창용 씨 어때요' 하길래 내가 '좋은 사람 같다'고 했다. 그걸 가지고 당선인 측 의견을 받았다고?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느냐"고 불쾌해 했다.

    "언론에서 이걸 화해의 제스처라고 분석하는데, 저는 그렇게 얘기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한 장 비서실장은 "그분(이창용 국장)에 대해서 당선인께 답변 받은 것도 없이 당선인 측과 합의했다고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윤 당선인의 반응이 어떠했느냐는 질문에 장 비서실장은 "웃으셨다. 장제원 비서실장님, 뭐 추천을 했습니까(라고 말하기에) 제가 인사권자에게 결재도 안 받았는데 추천했겠느냐고 했다"고 전했다.

    "우리는 조건 없다는데 靑이 공개적으로 거절해"

    청와대의 인사 기습발표에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까지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장 비서실장은 "상식선에서 봤을 때 만나자고 하는 게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두 분이 만나서 얼굴 붉히고 나오면 지금보다 더 안 좋은 모습"이라며 "어느 정도 현안에 대해 협의가 되고 최소한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조건 없이 만나자고 하는데 상대는 공개적으로 저희를 거절하는 상황"이라고 밝힌 장 비서실장은 "우리도 다 열려 있다. 차기 정권에 인수인계를 국민들 보시기에 아름답게 할 수 있도록 저희들을 대해주면 거기에 무슨 만나는 조건이 있겠나. 이렇게 현 정권과 차기 정권이 갈등의 모습으로 비칠 수 있는 행동을 하는데, 청와대가 진정성 있게 대해달라"고 요구했다.

    장 비서설장은 이어 "박수현 수석이나 탁현민 씨가 공격했을 때 저희 인수위에서는 반응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주의를 주셔서 대통령 뜻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이철희 수석과) 만났는데 또다시 돌아오는 건 이런 것(인사 강행)이지 않으냐"며 "기본적으로 신뢰가 회복돼야 그다음에 진정성 있는 만남 아니겠나. 그냥 사진이나 찍고 웃으면서 헤어지는 건 좋지 않다. 조건은 없고,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저희에게 신뢰를 보여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靑 "선물 될 거라 싶었는데 당황" 진실공방 계속

    이에 청와대도 당혹스럽다는 견해를 새롭게 밝히며 진실공방을 놓고 신구 세력 간 기싸움이 계속될 전망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그쪽 인사를 원하는 대로 해 주면 선물이 될 것 같기도 하고 계기가 돼 잘 풀릴 수 있겠다 싶었는데 당황스럽다"며 "진실공방을 할 생각은 없다. 자꾸 그렇게 거짓말하면 저희도 다 공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 정무수석과 장 비서실장은 두 차례 만나 한국은행 총재 인사 등을 논의했다. 이 수석은 한국은행 총재와 관련해 이 국장과 또다른 인사를 거론했고, 장 비서실장 측은 이 국장을 선호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당선인 측에서도 이창용 국장에게 본인 의사를 확인했다고 했다"며 "(발표를) 통보했을 때 (당선인 측이) 강하게 부정해 '입장이 바뀐 것이냐, 다른 사람을 하겠다는 것이냐'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늘 발표한다고 했더니 (당선인 측이) 본인은 합의한 적이 없다는 주장을 했고, 사람이 바뀌었다. 다른 사람 할 거라는 주장도 했다"며 "또 하나는 패키지로 해야지 왜 이것만 하느냐고 했다. 세 가지가 섞여 뭐가 진심인지도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우리가 제시한 인사 원칙은 '우리 대통령 재임 중 한다' '내용은 당선인 측과 충분히 협의한다'가 원칙"이라고 강조한 이 관계자는 "인사도 저희가 우리 대통령님 임기 중에 인사권 행사한다는 게 사인 한다는 거지, 우리 사람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과 관련 "두 분이 빨리 만나는 것이 좋은 것 같고, 나머지는 빨리 협의하자는 제안을 했다"며 "역대 대통령이 만날 때 이렇게 조건을 걸고 만난 적 있겠느냐. 전례가 없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당선인 측도 물러서지 않았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가) 모든 문제를 과대해석으로 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이창용 국장을 제외한 또다른 후보군에 대해서도 "(저희가 비토를 표명할 일이 없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윤석열 당선인께서는 경제 관련해 많은 인사풀을 가지고 어떤 분을 어떤 자리에 기용해야 할지 구상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며 "당선인이 낙점하고 그분(후보) 의사를 물어봐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전혀 안 된 상태에서 협의됐다고 하고 임명을 강행하는 게 제대로 된 절차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관계자가 대화 내용을 공개하겠다며 경고성 메시지를 날린 데 대해서도 "뭘 공개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하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장제원 실장은 이철희 수석과 통화에서 이날 청와대 인선 발표에 절차의 문제점을 언급하며 거절 의사를 분명히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회동에 대해선 "어떤 의도를 가진 이런 인사를 하는 것들을 보면 이게 진정으로 만나자고 하는 거냐"며 "진정성을 전혀 느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가 이창용 국장의 지명을 철회하면 되느냐는 질문엔 "정식으로 저희가 다른 분을 추천하면 교체해줄 것인가"라면서도 "조건을 걸 생각이 없다. (청와대가) 스스로 판단해 저희에게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길 아니겠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