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왕따' 초래‥ 실패한 대통령 내외가 '무궁화대훈장'이라니부끄러운 마음과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간의 오찬 계획이 약속시간 4시간 전에 취소됐다. 속사정이야 어떻든 필부(匹夫)간의 점심약속도 아닌 현직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간의 덕담이 오가야 할 오찬약속을 당일 아침에 깨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아무리 대통령 임기인 5월9일까지는 문재인 정부라고 하지만 정권 말까지 이런 식인가 하는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의 청와대가 불과 0.7%포인트 차이의 대선 결과를 내세워 국정운영에 50%의 권리가 있다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만, 정권 말 ‘알박기 인사’나 대통령 당선자측에 대한 냉담한 태도는 국민의 원성과 실망을 사기에 충분하다. 문재인 청와대의 이번 오찬회동의 취소는 “국민통합과 협치”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과 172석의 거대 야당과 협치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윤석열 당선인의 의지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2020년 4.15 총선 이래 계속되어온 부정선거 의혹 속에 치러진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는 코로나확진자 대상의 사전선거 관리 부실 및 투표함 관리의 불법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우려 속에 이루어진 투개표 과정을 거쳐 윤석열 후보는 드라마 같은 반전의 승리로 대통령 당선자가 되었다. 그러나 정권교체를 갈망하던 국민의 뜻과는 달리 0.7%포인트 차이의 결과는 사전투표 부정 의혹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3월 5일 코로나 확진·격리자 대선 사전투표장에서 기표된 투표지를 배부하거나 기표한 투표지를 투표종사자들이 받아 소쿠리나 비닐봉투에 담아 운반하는 등 직접·비밀투표의 기본을 훼손한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이에 대한 투표자의 항의를 “난동”이라고 했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사무총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번 일은 사무총장뿐 아니라 노정희 위원장도 당연히 물러나야 마땅한 일이다. 더구나 노 위원장이 이런 사태에도 불구하고 ‘토요일’이라서 출근하지 않았다니 공직자로서, 조직의 책임자로서 기본이 안 된 사람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치적 독립성이 생명인 헌법기관이며, 선거관리 업무는 한 치의 착오나 불법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문 정권은 대법관 임명 때부터 자질 논란이 있었던 노정희 대법관을 선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노 위원장은 자신이 주심을 맡은 판결이 하급심에서 뒤집어지는 일이 벌어졌었고,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위반 사건에서는 ‘TV 토론에선 거짓말을 해도 된다’는 기괴한 논리로 2심 유죄판결을 뒤집어 그의 출마의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 이번 사태 후 시민단체들이 노 위원장을 고발한 상태에서 선관위 사무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후에도 노 위원장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 함구하고 있다.

    오죽하면 선관위의 2900여 명의 전직원이 들고 일어나 편파적인 조해주 선관위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일이 발생하고 선관위 상임위원 15명이 노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일이 발생하겠는가? 모든 말을 객관적으로 듣고 이해할 수 있다는 이순(耳順)(60)의 나이에도 주는 벼슬 받아 들고 나이값도 못하는 공직자가 어찌 한둘이랴.

    지난 3월 16일 김오수 검찰총장은 국민의힘 측의 사퇴 압박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겠다”고 했다. 그는 취임 이후 백운규 전 산자부장관에 대한 기소를 막아 원전(原電) 수사가 문 대통령을 향하는 것을 차단했고, ‘대장동 게이트’ 의혹 수사범위를 축소해 ‘몸통’ 수사를 막았다. 뿐만 아니라 이재명 후보의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부인 전담 공무원 예산 지원 의혹 수사를 경찰에 떠넘기는 등 그는 시종 문재인 정권의 방패막이 역할만 해왔다. 이런 그가 그동안 법과 원칙에 따라 일해오지 않았다는 반성을 하는 건 아닐 듯하니 스스로 물러날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3월 17일 우리나라의 코로나19 감염자수가 무려 62만명을 넘어 전세계 감염자수(178만명)의 35%에 달했다. “세계최고의 K-방역”을 외치던 문재인 정부의 방역정책이 달성한 업적이 “일일감염자수 세계최고” 기록인가? 문재인 정부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이렇게 완성해서 다음 정부에 넘기려고 손놓고 있는 것인가?

    이런 어수선한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무궁화대훈장’을 받겠다고 한다. 역대 대통령들에게 의례적으로 수여하는 훈장이라지만 금, 은, 루비, 자수정 등으로 제작되어 개당 제작가가 68,237,000원이라는 화려한 훈장을 부인도 받겠다는 것이다. 임기 5년 내내 내치(內治)는 대혼란, 외교는 국제 왕따를 초래하여 국정지지도 하락으로 정권 재창출에도 실패한 대통령 내외가 스스로 ‘무궁화대훈장’을 받는다는 소식에 국민의 시선이 고울리 없다.

    공직임기를 마치거나 도중에 떠나가야 할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구절이 있다. 맹자(孟子)가 주창한 인성론(人性論)인 공손추편(公孫丑篇)의 사단설(四端說)에 나오는 가르침이다.

    無惻隱之心 非人也 (무측은지심 비인야)
    無羞惡之心 非人也 (무수오지심 비인야)
    無辭讓之心 非人也 (무사양지심 비인야)
    無是非之心 非人也 (무시비지심 비인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고,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고,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적폐청산'이란 미명 하에 전 정부의 수많은 고위공직자들에게 옥고를 치르게 한 문재인 정부의 실세들이 윤석열 당선자의 법과 정의에 입각한 법치 의지에 과민한 반응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가 아름다운 끝맺음으로 국민의 박수를 받으며 퇴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