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이나서 대량살상무기 사용할 수도” 나토·유엔 총장, 거듭 경고 “대량살상무기 사용해도 美·나토 개입 않으면… 北, 도발에 대한 용기 얻을 것”美,약한 모습 보이면…北, 4월 김일성 생일부터 5월 대통령 취임까지 도발 가능성
  • ▲ 북한 신형 ICBM '화성-17형'. 16일 오전 시험발사에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 신형 ICBM '화성-17형'. 16일 오전 시험발사에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이 16일 오전 9시 30분쯤 평양 인근 순안국제공항에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사했지만 실패했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물체는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으로 추정된다. 전례로 볼 때 북한은 ICBM 발사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다음 발사는 우크라이나 전황에 따라 바뀔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지적이 있다.

    러시아의 행보, 대량살상무기로 바이든 정부의 ‘레드라인’ 떠보는 모양새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또 한 번 러시아의 ‘가짜깃발 작전’에 대해 경고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나토 회원국 국방장관 회의를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가짜깃발 작전’을 벌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군으로 위장한 러시아군 특수부대가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 민간인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자작극을 벌일 것이라는 경고였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러시아는 이전에도 정치적 반대자들을 살해할 때 화학무기를 사용한 적이 있다”며 “그들이 화학무기를 사용한다면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러시아가 이해하는 것이 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14일에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핵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한때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핵전쟁 가능성이 이제는 생각 가능한 영역에 들어왔다”며 “우연이든 고의든 전쟁 확대는 모든 인류를 위협한다. 핵시설의 안전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뒤 원전 시설 점령에 집중하는 데 대한 우려였다.

    화학무기나 핵시설 파괴 등은 모두 대량살상무기 문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한 세력이나 국가에게는 동맹국과 무관할 지라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런데 러시아가 지금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는 ‘레드라인”에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해외 안보전문가들과 싱크탱크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바이든 정부의 ‘레드라인’을 시험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결정적인 순간, 우크라이나 돕지 않는 미국과 나토…무엇을 두려워 하는가

    미국과 나토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자금, 물자 등을 지원해 주고, 피란민들 보호도 해주고 있지만 전황을 뒤집을 만한 무기나 러시아군의 전진을 차단할 수 있는 결정적인 수단은 제공하지 않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호소하는 우크라이나 영공봉쇄 조치나 구소련제 전투기 제공 등을 미국이 반대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성조지 등에 따르면, 미국은 동유럽에 10만 명의 병력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모두 우크라이나 서쪽 나토 회원국에 보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또한 우크라이나에 한 발 짝도 들어가지 않겠다고 누차 공언했다.
  • ▲ 미국과 나토 회원국이 우크라이나의 영공봉쇄 및 구소련제 전투기 지원 호소를 외면한 뒤 러시아군의 공격은 더욱 잔인해졌다. 사진은 러시아군 포격으로 파괴된 키이우 시내 아파트.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국과 나토 회원국이 우크라이나의 영공봉쇄 및 구소련제 전투기 지원 호소를 외면한 뒤 러시아군의 공격은 더욱 잔인해졌다. 사진은 러시아군 포격으로 파괴된 키이우 시내 아파트.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폴란드 등 주요 나토 회원국 또한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에 전투기 등 강력한 무기를 제공하거나 전쟁 물자를 보낼 경우 누구든 적으로 간주해 공격하겠다”고 러시아가 엄포를 놓은 뒤 나토 회원국들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주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애끊는 호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나토 회원국들이 주춤하는 이유를 두고 해외 안보전문가들은 러시아와의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풀이하고 있다. 러시아와의 전면전, 즉 핵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우크라이나는 희생시킬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한다. 문제는 미국과 나토 회원국의 행태가 아시아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해외 싱크탱크들도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美싱크탱크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에 어떤 영향 끼칠까”…그럼 한반도는?

    최근 미국 주요 언론과 싱크탱크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다양한 분석을 제시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결과가 대만해협 긴장에 미칠 영향’을 함께 내놓고 있다.

    내용들은 대동소이하다. “중국은 러시아가 아니고, 대만은 우크라이나가 아니다”는 전제를 두고 “대만해협 긴장은 우크라이나와는 달리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결론을 내놓고 있다. 미국이 대만과 단교하면서 1979년 맺은 ‘대만관계법(TRA)’이 사실상의 안보조약이므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이 자동적으로 군사적 개입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다룬 내용은 찾기 어려웠다. 일부 보고서나 기사도 남북 간 대결구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국과 대만 같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 아니라는 지적이었다. 재래식 전력에서는 한국이 북한을 월등히 앞서고, 핵 대결에서는 미국의 핵우산이 존재하니 북한이 이성적이라면 한국을 침략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국내 안보기관 관계자들의 의견은 달랐다. 익명을 요구한 안보기관 소식통은 “만약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과 나토의 개입 없이 러시아의 승리로 끝나게 되면 향후 중국과 북한의 도발 수위가 대폭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 대량살상무기 사용해도 美·나토 개입 않는가 여부가 北에 영향줄 것

    소식통의 이야기는 이랬다. 러시아가 화학무기와 핵시설 사고 등으로 ‘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한 변죽을 올림에도 미국과 나토가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지 않으면, 이를 시험 삼아 쓸 것이고, 민간인 희생에도 미국과 나토가 경제 제재만 할 뿐 “우크라이나는 동맹이 아니다”며 물리적 개입을 하지 않는다면 대량살상무기를 본격적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 ▲ 미국과 북한 간 설전이 치열하던 2017년 8월 김락겸 북한 전략군 사령관은
    ▲ 미국과 북한 간 설전이 치열하던 2017년 8월 김락겸 북한 전략군 사령관은 "화성-12형 미사일로 괌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당시 북한 관영매체 방송캡쳐.
    그리고 이는 중국보다 북한에 즉각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1994년 9월 제네바 합의 이후 그 어떤 도발을 하더라도 전쟁만 안 일으키면 미국이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실제로도 그랬다. 2016년 1월과 9월의 핵실험부터 2017년 7월에서 11월 말까지 이어진 ICBM 발사 때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군사적 행동을 할 것처럼 위협은 했지만 실제로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북한도 ICBM을 일본 열도 상공 위를 건너 태평양을 향해 쏘거나 한반도를 종단해 괌 인근까지 쏠 경우 미국이 어떻게 할 것인가에는 확신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해도 미국과 나토가 물리적 개입하지 않는다면 북한 또한 ICBM을 한반도를 넘기거나 일본 열도를 횡단해서 쏘는 ‘대담한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소식통은 지적했다.

    전직 미국 고위관계자들의 의견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16일 “북한이 신형 ICBM을 쏘아도 2017년처럼 강력히 대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직 미국 고위관계자들의 말을 전했다. 2017년 미북 간 긴장이 고조되던 때와는 달리 이제는 중국과 러시아가 대놓고 북한 편을 들고, 러시아가 전쟁까지 벌이는 상황에서 그때처럼 유엔 안보리 등을 통한 강력한 대북제재는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이들은 전망했다.

    신형 ICBM 발사 실패한 북한…5월까지는 긴장 늦추기 어려워

    이런 의견이 나온 직후 북한은 순안국제공항 일대에서 신형 ICBM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번 발사는 실패했다. 그러나 북한은 2016년 1월부터 그해 내내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거듭 실패했음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2017년부터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전례로 보면 이번 시험 발사 결과와 무관하게 북한은 다시 ICBM 발사 또는 소형 핵탄두 검증 등을 위한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함경북도 길주군 소재 풍계리 핵실험장의 완전 복구는 6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는 한미 정보당국의 분석을 고려하면, 핵실험보다는 ICBM이나 SLBM 시험발사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군 안팎의 전망이다.

    시기를 두고도 여러 가지 관측이 나오지만 4월 15일 김일성 생일부터 5월 10일 제20대 대통령 취임식 전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특히 올해 4월 15일은 김일성 탄생 110주년이라 김정은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각에서는 김일성 생일 때는 현재 평양 인근에서 준비 중인 열병식만 치르고, 5월 우리나라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ICBM 발사 같은 도발을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