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 수용 어려워"… 비례대표 권은희, 제명되면 의원직 유지"의원직 내려놓는 게 소신" "자리에 미련"… 네티즌 조롱 뒤따라
  • ▲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이종현 기자
    ▲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이종현 기자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16일 국민의힘과 합당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출하며 당에 제명을 요청했다.

    비례대표인 권은희 원내대표가 제명되면 의원직은 유지한 채 무소속 의원이 된다. 이 때문에 의원직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 자진탈당이 아닌 제명 요청을 택했다는 조롱이 뒤따랐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단일화 선언에 따라 안철수 대표가 인수위원장으로 첫발을 뗐고, 합당 논의를 시작하게 돼 제 생각을 말씀드린다"며 "당의 입장과 별개로 저는 기득권 양당으로 회귀하는 합당을 수용하기 어렵다. 의원회의에서 제명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안철수 대표의 단일화 공동선언에 합당이 이미 포함된 사항이기 때문에 합당에 대해 지도부로서 다른 결정을 할 수 없음이 전제된다"고 강조한 권 원내대표는 "선거와 안철수 대표의 첫 출발을 위해 얘기를 미루고 칩거하고 있었다. 이제 당원동지들과 충분히 소통하겠다. 선거 결과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어 "안철수 대표가 성과와 성공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정치인으로서 과정에 대한 성찰을 하지 않을 수 없다. 2016년 국민의당 녹색 돌풍을 일으켰던 호남에서 이제 겨우 마음의 문을 열어 주셨는데 또다시 상처를 드려 죄송하다"고 토로했다.

    "국민의당이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해서 국민들께도 죄송하다.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밝힌 권 원내대표는 "2016년 국민의당 시절부터 제3지대에서 의정활동을 해왔고, 2020년 국민의당 의원으로 그 뜻을 관철하면서 어렵고 힘들었지만 당원동지들과 함께였기에 외롭지 않고 든든했다"고 회고했다.

    권 원내대표는 그러면서도 "서로 같은 공간이 아니더라도 안철수 대표, 저, 동지들이 서로에게 힘이 돼 주는 것은 변치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광주광역시 출신인 권 원내대표는 전남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2014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후보로 광주 광산을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 후보로 같은 지역구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2020년 총선에서는 이태규 의원과 차례로 비례대표 2, 3번에 배정돼 전문가·신인 등용문이 되는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관련 양당 실무협상단장을 맡았으나 당명 변경 요구 등으로 협상 결렬 책임론까지 불거졌다.

    권 원내대표가 자진탈당이 아닌 당에 제명을 요청하자 비판이 쇄도했다. 권 원내대표의 페이스북 글에 댓글을 단 네티즌 김모 씨는 "스스로 나가면 될 것을 제명해 달라는 것은 안철수 대표의 발목을 잡겠다는 것 아니냐"며 "대표와 노선이 다르면 스스로 탈당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권 원내대표는 "맞는 말씀이기도 하지만 기득권 양당정치 개혁을 내세웠던 국민의당 의원으로 양당 회귀에 대해 수용이 어려운 정치적 판단을 고려해 줬으면 한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또 다른 네티즌 오모 씨는 "깨끗하게 의원직을 내려놓고 탈당하는 게 소신"이라며 "사라질 국민의당 비례로 의원직을 유지하는 것은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황모 씨는 "국회의원 해 보니 자리에 미련이 있는 것은 아닌가"라며 "정치적 소신에 의한 결단이라면 진정성을 느낄 수 있도록 다 내려놓고 치열하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