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北, 16일 오전 9시30분, 평양 순안 일대서 미상 발사체 쏘았으나 발사 직후 실패 추정”미군, 지난 15일 F-35C 탑재 에이브러햄 링컨함의 서해 훈련·패트리어트 요격훈련 장면 공개
  • ▲ 북한이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ICBM '화성-17형'.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이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ICBM '화성-17형'.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이 16일 오전 평양 순안 일대에서 미상 발사체를 쏘았으나 발사 직후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한미 정보당국은 이것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명시하지 않았다.

    미군이 지난 15일 항공모함 함재기의 서해상 훈련과 패트리어트부대의 요격훈련 장면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경고했음에도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합참 “北, 순안 일대서 미상 발사체 쏘았으나 발사 직후 실패”

    합동참모본부는 “16일 오전 9시30분쯤 북한이 평양 순안 일대에서 미상 발사체를 발사했으나 발사 직후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어 “한미 정보당국이 추가 분석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미사일의 종류나 비행거리, 궤적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일본 NHK는 방위성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는 물체를 발사했다”고 속보를 전했다. 방송은 이어 “총리관저대책실(한국의 위기관리센터에 해당)에서는 관련 정보 수집 및 피해를 확인하고 있다”며 “총리관저에서는 오전 9시40분쯤부터 아키바 다케오 국가안전보장국(NSS) 국장과 방위성 관계자들이 회의 중”이라고 전했다.

    국방부 안팎에서는 신형 ICBM 발사 실패 추정… 北, 수천만 달러 날린 셈

    합참은 일본에서 이런 속보가 나온 사실이 국내에 전해진 뒤 “발사 실패”라고 발표했다. 발사에 실패한 물체가 신형 ICBM ‘화성-17형’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국방부 안팎에서는 ‘화성-17형’ 시험발사 실패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지난 2월27일과 3월5일 “정찰위성 개발 시험”이라며 순안국제공항에서 ‘화성-17형’을 쏘았다. 지난 8~12일에는 공항 북쪽 활주로와 유도로 사이에 콘크리트 토대를 건설했다. 토대는 북한이 2016년 6월과 2017년 7월의 잇단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때 만들었던 것과 비슷했다. 때문에 16일 오전 발사에 실패한 것이 ‘화성-17형’일 것이라는 추측이다.

    북한이 ‘화성-17형’ 시험발사에 실패했다면 그 손실은 수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지난 2월11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인터뷰에서 북한이 ‘화성-14형’과 같은 ICBM을 한 발 발사할 때마다 드는 돈은 2000만~3000만 달러(약 248억~372억원)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서방에 비해서는 비용이 적게 드는 편이지만, 그래도 성능 등으로 볼 때 상당한 돈이 든다는 설명이었다.

    이를 토대로 추산할 때 길이 27m, 폭 2.5m, 추정무게 75t 이상의 초대형 ICBM 제작과 발사에는 더 많은 돈이 든다. 특히 북한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미사일 제작에 필요한 부품을 공개적으로 수입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용은 더 커진다. 즉, 북한이 ‘화성-17형’ 발사에 실패했다면 수천만 달러를 허공에 날린 셈이다.

    미국 ‘北 도발 시 강경대응’ 표명했음에도… 北 ICBM 발사 강행

    한편 이날 북한의 ICBM 추정 발사체 발사는 미국의 경고를 무시한 측면도 있다. 미군은 지난 15일 이례적으로 항공모함 전단과 미사일 요격부대의 훈련 장면을 공개했다.

    미군 태평양함대사령부는 이날 홈페이지에 “제7함대에 따르면, 항공모함 에이브러햄링컨함이 탑재한 전투기와 동아시아에 배치한 미 공군 전투기들이 서해상에서 훈련했다”고 밝혔다. 

    태평양함대사령부는 그러면서 현재 필리핀해 인근에 있는 에이브러햄링컨함에서 FA-18 슈퍼호넷, E-2C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F-35C 스텔스 전투기 등이 서해로 출격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의 ICBM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와 북한이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뻔뻔스럽게 위반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지역과 국제사회를 향한 위협”이라고 규정한 태평양함대사령부는 “미국과 동맹국들의 안보를 위해 우리는 필요한 모든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주한미군도 보도자료를 통해 “올 들어 빈번해진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응하고, 인도-태평양사령부의 탄도미사일 방어태세 강화 지시에 따라 주한미군 제35방공여단 소속 부대들이 검증훈련 강도를 높였다”며 예하 패트리어트부대의 훈련 내용을 공개했다. 

    제35방공여단은 한국에서 패트리어트 PAC-3 미사일부대와 사드(THAAD·종말고고도요격체계)를 운용하고 있다. 임무는 북한 탄도미사일 요격이다.

    16일에는 “북한이 신형 ICBM을 발사하면 미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전개하는 훈련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통신은 복수의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ICBM 발사 도발을 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대응 조치를 취한다는 데 한미 양국의 의견이 일치했다”며 “그 일환으로 ‘블루라이트닝’ 훈련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괌 앤더슨공군기지에 상시 배치하는 미 공군 원정폭격편대 소속 B-52H나 B-1B 전략폭격기를 한반도로 출동시켜 북한을 타격하는 절차를 연습하는 것이 ‘블루라이트닝’ 훈련이다. 이때 한국·미국·일본 전투기들이 전략폭격기를 엄호한다. 이 훈련은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이후 중단됐다.

    북한은 미국의 이 같은 경고를 무시하고 ‘화성-17형’ 시험발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