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 공천심사 참여 보장, 종로 보궐선거 공천 등 제안""安, 합당이든 단일화든 후보끼리 해야 할 문제라고 판단""이준석에 우리 의견 답하지 않아… 검토할 사안 아니라 판단"
  • ▲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뉴데일리DB
    ▲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뉴데일리DB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 이달 초 안철수 대선후보의 사퇴를 조건으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로부터 합당 제안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 본부장은 23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월 초 이준석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합당 제안을 받았다"며 "취지는 (안철수 후보가) 깔끔하게 사퇴하고 이를 전제로 합당하면 대선 후에 국민의당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특례조항을 만들어 최고위원회 공천 심사에 참여를 보장하겠다는 제안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준석 대표가) 2월11일 열정열차 도착역인 여수역에서 안철수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함께 내려 단일화를 선언하는 빅이벤트를 준비했다고 했다"고 소개한 이 본부장은 "안철수 후보가 종로구 국회의원보궐선거에 나간다면 공천할 수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지방선거 후 부산시장 출마 문제로 민주당 의원 지역이 비면 (출마하는 게) 안철수 후보의 정치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견해도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합당 尹 아닌 자신과 하자는 제안"

    이 본부장은 "저는 이준석 대표의 취지를 단일화 목표를 공동정부가 아닌 합당, 윤석열 후보가 아닌 자신과 하자는 제안으로 받아들였다"며 "추가로 받아들인 것은 이준석 대표가 말하는 과정에서 자기가 보기에 윤석열 후보는 인사 그립을 강하게 잡으려는 사람이고, 구체적인 사람을 거명하지 않겠지만 총리를 노리는 사람이 많아 국민의당이나 안철수 후보가 생각하는 공동정부는 쉽지 않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측근을 조심하라는 조언도 해줬다고도 언급했다. 이 본부장은 "조심해야 하는 이유를 이준석 대표가 말해줬는데, 제가 공당 대표임을 존중해 그것까지는 밝히지 않겠다"며 "이준석 대표는 필요하면 이런 내용을 안철수 후보를 직접 만나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본부장은 폭로를 결심한 이유를 "이준석 대표의 제안 내용을 보면 안철수 후보에게 이렇게 지속적으로 정치도의에 어긋나는 공격을 할 이유가 없는데 도대체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 돼서 이준석 대표의 발언 내용을 공개적으로 확인하며 본심을 알고자 하는 것"이라며 "이준석 대표의 제안을 우리가 묵살한 데 대한 감정적인 것인지, 아니면 이중 플레이인지, 아니면 윤석열 후보와 '굿캅·배드캅'(회유와 협박)인지 이준석 대표와 당의 입장을 듣고 싶다"고 요구했다.

    이 본부장은 그러면서 이날 이 대표의 라디오 방송 발언을 언급하며 "이준석 대표에게 '아니면 말고'식 구태정치에서 벗어나 당사자가 누구인지 밝히기를 강력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안철수 후보의 의사와 관계 없이 우리 측에 안철수 후보를 접게 만들겠다는 등의 제안을 해온 것이 있다"고 발언했다.

    이 본부장은 "오전에 국민의힘 정무 당직자를 통해 제 뜻을 간접적으로 전달했고, 이준석 대표에게 당사자가 누구인지 밝힐 것을 요청했다. 여기에 대해 (이준석 대표) 본인과 윤석열 후보에게 그런 의사를 전달한 사람이 분명히 있지만, 밝히지는 못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지금도 즉시 당사자가 누구인지 밝혀서 본인 발언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국민에게 말하는 것이 올바른 정치인의 자세"라고 압박했다.

    "후보끼리 해야 할 문제" 이준석 제안에 답도 안 해

    '이 대표의 제안을 안 후보에게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이 본부장은 "말씀드렸고, 합당이든 단일화든 논의가 되면 본인과 윤석열 후보가 해야 할 문제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안철수 후보의 기본 입장은 후보끼리 만나는 거지, 후보와 당 대표가 만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안 후보의 뜻을 이 대표에게 전달했느냐는 물음에는 "하지 않았다. (이준석 대표) 제안에 대해 우리의 의견을 답하지 않았다"며 "필요성이 없다고 봤다. 단일화 과정에서 여러 사람이 개별적으로 합의서를 만들고 안철수 후보에게 의견을 줬다. 그것에 대해 일일이 답변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는지와 관련해서는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는 후보 중심이니 후보끼리 만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었다. (제안을) 검토해볼 수도 있지만 검토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해 답변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복했다.

    그는 윤 후보와 이 대표 간 소통 여부와 관련해서는 "제가 이해하기로는 단일화와 관련해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소통은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단일화 헤게모니(주도권)를 당 대표 본인이 가지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그러면서 이 대표의 제안 공개는 "안철수 후보는 모르고 오로지 제 판단과 책임하에 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만남과 관련한 의견을 주고받았다고도 밝혔다. "엊그제 두 분이 신뢰관계가 돼야 경선이든 단일화든 할 테니 빨리 만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같이한 사실이 있다"고 설명한 이 본부장은 "안철수 후보가 시간이 너무 지났다고 판단해 두 분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책임총리제 등 민주당의 러브콜과 관련해서는 "안철수 후보와 당 내 논의는 일체 없다"며 "무허가 업체들이 나서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임 있는 부분에서는 (논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규 본부장이 무슨 의도고 무슨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태도는 적어도 작년에 진행됐던 합당 협상에서의 국민의당의 태도와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아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국민의당에 합당을 제안했다는 이태규 본부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저는 지난해부터 합당할 것이면 해야 하고 당명을 바꾸는 것 외에는 다 열려있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 측의 의사 전달체계가 명확하지 않아 이태규 본부장을 따로 만났다"며 "저는 이미 몇 차례나 선거과정에서 안철수 후보가 이번에 출마를 접는다면 지방선거 등에서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거과정에서의 합당까지 마무리 지어져야 한다고 언론에서도 얘기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합당 제안이 윤석열 후보와 상의했냐는 질문에 "상의한 바 없다. 단일화도 제 권한 밖이기 때문에 논의되지 않았다"며 "안철수 후보 측의 모 인사가 사퇴 의사가 있다는 전언을 해와서 저도 그것이 안철수 후보의 의중이 확실한지는 모르나 합당에 대해 공식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이태규 본부장을 만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준석 대표는 "(합당 제안 과정에서) 우리 당이 안철수 후보에게 예우를 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라며 "진지한 논의를 위해 진지한 자세가 필요하다. 국민의당도 그걸 염두에 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