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총리·경기지사 제안, 공천권 요구설은 정치공작" 취지로 부인국민의힘 "권위 있는 安 측 원로와 의견 교환… 믿을 만한 분과 대화 많았다"일단 결렬 '야권 단일화' 뒷얘기… 안철수 부인 김미경 교수 역할설도 나와
  •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이종현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이종현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야권 단일화 협상 결렬을 선언한 가운데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책임론을 놓고 서로 지지부진한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물밑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안 후보의 선언을 '돌발행동'이라고 의아해 하고, 국민의당은 제1야당이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간극은 벌어지고 있다.

    尹-安 통화에서도 좁히지 못한 단일화 간극

    이태규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본부장은 21일 국회에서 "이쪽 후보(안철수)가 철수하느냐는 비판을 감수하고도 (단일화를) 제안했는데 (윤석열 후보 측은) 진정성 있게 답변 안 하나"라며 "안철수 후보의 진심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경우 없는 행위를 해왔던 것을 제1야당이 반성해야 한다. 굉장히 나쁜 정치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지난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의 무의미한 과정과 시간을 정리하겠다. 이제부터 저의 길을 가겠다"고 단일화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양측에 따르면, 두 후보는 같은 날 오전 10시쯤 통화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먼저 "만나서 얘기하자"고 제안했고, 안 후보는 "그 전에 제안했던 내용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후보가 재차 만남을 제안하자 안 후보는 "실무자들끼리 큰 방향을 정하고 그 다음에 만났어야 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를 '실무자가 먼저 논의하자’는 취지로 이해한 윤 후보가 "실무자를 지정하자"고 했고, 안 후보가 "생각해보겠다"고 한 후 다시 '이미 시간이 너무 지났고, 완주 의지를 다지는 기자회견을 할 계획'이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윤 후보에게 보냈다고 한다.

    이에 앞서 지난 13일 안 후보는 윤 후보에게 국민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협상은 평행선을 걸었다. 국민의당은 그간 총리·경기지사 제안과 공천권 요구설을 완강히 부인하면서 단일화에 진정성이 없는 국민의힘의 '공작'이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安 알지 못하는 분들이 단일화 언급"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은 "안철수 후보가 전혀 알지 못하는 분들이 단일화를 언급하고, 가짜뉴스 퍼뜨리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 신뢰가 떨어진 것 아닌가"라며 "그 부분에 대한 입장 표명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에서 후보 사퇴설, 경기지사 대가설까지 퍼뜨리는 악의적인 일들이 단일화 의지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괄선대본부장은 '경기지사 제안설 등이 안철수 후보 뜻이 아니라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안철수 후보는 국민경선 단일화를 제안했다. 받을 수 있다 없다를 얘기하면 되는데, 거기에 대고 요구 조건을 대라고 하는 것은 무슨 경우냐"며 "단일화를 방해하는 행동이고 실질적으로 거부하는 행태이지, 어떻게 단일화를 위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양당 개별 인사들 간 대화일 뿐, 안 후보의 의지가 반영된 공식 협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그 어떤 제안이나 협의가 없었다"며 "그럼에도 '논의가 있었다. 제안이 있었다'는 부분들을 국민의힘 관계자발로 내보내는 행태를 보고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꼬리표를 떼고 국민께 나아갈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혹에 '김미경 배후설'까지 제기

    국민의힘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당 내 의원들이 국민의당의 책임 있는 인사들과 소통하던 상황에서 안 후보의 단일화 결렬 선언은 예상하지 못한 돌발행동이라는 것이다. 윤 후보가 '후보 간 담판' 방식을 위해 만남을 제안했으나, 안 후보가 '이미 늦었다'는 취지로 답하며 이마저 성사되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어제 오전 10시 (두 후보 간 통화) 이후 기자회견이 갑자기 잡혔다기에 무슨 회견인가 궁금했는데 갑자기 결렬됐다고 말해 다들 의아해 했다"고 말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안철수 후보 쪽의 권위 있는 원로 한 분하고 의견이 오갔다"며 "여러 가지 충분히 협의했고 초안까지 서로 주고받았다. 초안을 비롯해 간단한 부분들까지 다 (안철수 후보에게) 보고됐을 것이다. 여러 채널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대화가 없기는 왜 없었나. (국민의당의) 믿을 수밖에 없는 분과 대화가 많이 오갔다"며 "총리나 경기지사 등 국민의힘이 먼저 제안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의 단일화 결렬 선언이 코로나로 인한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의 퇴원과 맞물리자 김 교수가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김 교수는 지난 13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공개 일정을 중단하고 입원했다가 지난 18일 퇴원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호남 의석을 많이 차지할 때 안철수 후보가 부인 김미경 교수 덕분이라는 생각을 아직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니 '호남의 사위'라는 말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미경 교수는 전남 순천 출신이고, 그의 부친은 여수에서 수십년간 양조장 사업을 하며 로터리클럽 회원으로 활동할 정도로 지역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민의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안철수 후보 본인만의 단일화 '데드라인'이 19일이었던 것 같다"며 "급하게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