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과 국가 운영에서 규칙 정말 중요"…尹 질문 태도 문제 삼아3개월 전엔 "저도 전과자… 공동체에서 협의된 룰 어길 수 있어"
  • ▲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심상정 정의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공개홀에서 열린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합동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있다.ⓒ이종현 기자
    ▲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심상정 정의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공개홀에서 열린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합동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있다.ⓒ이종현 기자
    첫 대통령후보 TV토론에서 '규칙 준수'를 강조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가 3개월 전에는 협의된 룰을 어기면서 주장을 알리는 삶을 응원한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나 '내로남불' 논란이 예상된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는 전날 저녁 KBS 본관에서 열린 방송3사 대통령후보 TV토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가 주도권이 있는 질문자에게 주어진 발언시간(1분30초)이 초과하자 "토론도 그렇고 국가 운영에서 규칙은 정말 중요한 것이다. 일방적인 주장만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질문 태도를 문제 삼았다.

    '규칙 준수' 강조한 李, 과거에는 다른 태도

    그러나 국가 운영 등에서 규칙을 강조한 이 후보는 약 3개월 전인 지난해 11월16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파랑고래'에서 청소년·청년 기후활동가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공동체에서 협의된 룰의 일부를 어기면서 주장을 세상에 알리는 것조차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저는 그런 식의 삶을 응원한다. 저도 그랬다"며 "저도 전과자다. 범법하는 때도, 범법자로 몰릴 때도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다만)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각자가 판단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당시 이 후보의 이 발언은 헌법적 가치인 '법치'를 무시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며 야당과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이 후보는 △공무원 자격 사칭 △음주운전 △특수공무집행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 4건의 전과를 보유했다.

    윤 후보는 토론 초반부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짚으며 이 후보를 몰아세웠다. 계속되는 추궁에 이 후보가 "특검을 뽑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하자 윤 후보는 곧바로 "도대체 입장이 무엇이냐? 내(이재명)가 (설계를) 안 한 것이냐, 또는 내가 한 것이지만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이냐? 둘 중 입장이 무엇인가"라고 재차 압박하기도 했다.

    육사 이전 놓고도 과거와 현재 말 달라

    이 후보의 말 바꾸기가 처음이 아니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이 후보는 설 당일인 지난 1일 경북 안동 임청각에서 경북지역 공약을 발표하며 "안동에는 약 40만 평 규모의 구 36사단 부지가 있다. 36사단 부지에 육군사관학교를 이전한다면 안동의 지역경제 활성화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서울 노원구에 있는 육군사관학교 안동 이전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경기지사로 재임 중이던 2020년 7월 트위터에 "국가안보 희생지역인 경기도 북부로 육사를 이전해 수도권 집값 안정과 낙후지역 경제 활력을 동시에 해결하면서 평화로 나아가는 의미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자당 후보가 토론에서 우세했다고 자평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석열 후보가 단연코 1등이다. 많은 분의 기대치를 상회하는 굉장히 뛰어난 토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어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상당히 돋보인 부분이 있었다"고 2등으로 꼽았다.

    이 후보의 경우는 "초반에 (주제가) 대장동으로 가면서 본인이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나중에는 답하지 않겠다는 얘기 비슷한 것도 하고 굉장히 좀 위축된 자세를 보였던 것 같아 3등으로 평가한다"고 언급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관련해서는 "딱히 평가하고 싶지 않다"고 박하게 평가했다. 이 대표는 "그냥 제 기대치대로 하셨다"며 "평상시와 굉장히 비슷한 모습이었기 때문에 긍정적 평가도, 부정적 평가도 하지 않고 그냥 안철수 후보다웠다고 말씀드리겠다"고만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후보는 시종일관 차분하고 듬직한 자세로 국가지도자다움을 보여줬다"며 "상대 후보의 터무니 없는 정치공세 네거티브에도 침착함과 품격을 잃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토론하자고 그렇게 큰소리치더니 자신감 있는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답변을 회피하고 억지 궤변으로 일관하고 지도자다운 의연함 없이 그저 상대방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얄팍한 언어유희를 보여줬을 뿐"이라고 혹평했다.

    반면,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누가 유능한 리더인지, 누가 준비된 대통령인지 여실히 보여준 토론이었다"며 "막힘없이 본인의 철학과 비전을 설명해 내는 후보와, 자료가 없으면 자신의 주장을 하지 못하는 후보 간의 토론이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4당 후보들은 오는 8일 TV토론에서 다시 한번 맞붙을 예정이다. 한국기자협회는 이날 여야 4당에 오는 8일 대통령후보 토론회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고, 각 후보 측으로부터 참석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기자협회는 5일 토론 시간, 형식 등을 정하는 회의를 연다. 생중계 방송사는 JTBC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