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우리가 언론사가 돼야 한다"… 지난해 11월 부산 방문해 "적극 댓글" 요구한 달 뒤 민주당 선대위 실무진, 조직적 댓글… 1인당 하루 80~100개꼴 '이재명 옹호'텔레그램방 만들어 기사 공유… 첫 번째 댓글은 '완료1', 두 번째는 '완료2' 참여 인증실무진 개입했는데… 민주당 "지지층 자발적 운동, 불법 아니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강민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강민석 기자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소속 100여 명의 실무자가 텔레그램 채팅방을 만들어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후보 관련 기사에 조직적으로 선플운동(선한 댓글 달기 운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공당의 부적절한 여론 개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은 법적·도의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견해다. 

    이재명 관련 기사에 유리한 댓글 작성

    민주당 선대위 조직본부는 지난해 12월 초 실무자 100여 명이 모인 텔레그램 방을 만들었다. 이 채팅방에는 이 후보와 관련한 기사가 공유되고 '우리가 언론사가 돼야 한다'는 구호 아래 선플 달기를 진행했다. 

    선플 운동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됐다. 이 후보와 관련한 기사의 긍정적인 댓글에는 공감을 누르고, 부정적인 댓글에는 비공감을 누르도록 했다. 또 이 후보에게 유리한 댓글을 작성하기도 했다. 댓글로는 "나를 위해 이!재!명! 원팀으로 승리의 그날까지" "국힘은 사분오열 이재명은 원팀, 이것이 이재명이다" "이재명은 합니다, 됩니다 대통령"이라는 이 후보를 칭찬하는 글을 다수 달았다. 

    채팅방에 있던 실무자들은 이런 방법으로 하루 두 개 정도의 기사에 40~50개의 댓글을 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 같은 행동을 하면 채팅방에 '완료'라는 글을 쓰고 참여 인증을 하기도 했다. 댓글을 단 횟수를 알 수 있도록 첫 번째 댓글을 단 사람은 '완료1', 두 번째는 '완료2'를 붙이는 식이다.

    이들이 채팅방에서 강조한 "우리가 언론사가 돼야 한다"는 기치는 이 후보가 직접 한 말이다. 이 후보는 지난해 11월12일 부산 방문 당시 "언론환경이 매우 나빠서 우리는 잘못한 것이 없어도 잘못했을지 모른다는 소문으로 도배된다"면서 "이럴 때는 우리가 언론사가 돼야 한다. 저들의 잘못을 우리의 카카오톡으로, 텔레그램 방으로, 댓글로, 커뮤니티에서 열심히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이 후보가 온라인 여론에 적극 참여하라는 발언을 한 지 한 달여 만에 민주당 선대위 실무진 차원에서 텔레그램 채팅방을 통해 여론 개입을 시도한 것이다. 

    당 내부서도 "실무진 좀 과한 측면 있었어"

    이 같은 댓글 달기나 공감·비공감을 다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현행법은 조작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으면 조직적으로 댓글을 다는 것 자체를 위법하다고 규정하지 않았다. 공직선거법도 선거운동원과 일반인의 온라인 상시 선거운동을 허용한다. 

    민주당 선대위는 "지지층의 자발적 운동은 법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도의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견해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7일 통화에서 "국민 눈높이에서 판단하더라도 문제라고 보지 않을 것"이라며 "조직적으로 조작할 것이라면 캠프를 총동원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당 내부에서는 불필요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권자들로부터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을 연상케 해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7일 통화에서 "이재명 후보가 말한 것은 국민들에게 자발적으로 나서 달라고 한 것이지 선대위에서 나서서 하라는 의미가 아니지 않으냐"며 "괜한 논란의 여지를 줄 필요가 없다. 실무자들이 열심히 하려다 보니 좀 과한 측면이 있던 것 같다"고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