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李 사퇴 결의안 상정에…이준석, 의총 출석해 30분간 연설尹 지지율 하락엔 "우리" "저희" 수차례 강조하며 책임론 본질 흐리기3시간 만에 얻어낸 발언서 "이준석 말고 안 좋은 모습과 싸워라" 질책의총 참석한 의원들 반응은 싸늘…이준석 연설 내내 박수 한 번도 안쳐
  •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6일 의원총회에서 "지지율 하락에 대해 윤석열 후보부터 저까지 각자의 위치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당직자들은 모두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자신의 사퇴 촉구 결의안을 상정하는 등 궁지에 몰리자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하락 책임에 대해 '모두'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공개 토론' 조건을 내세우며 이날 의원총회에 참석하지 않고 버티다가 김기현 원내대표가 사퇴 촉구 결의안을 전달하며 조건을 수용하자 발언대에 올랐다.

    "지는 여론조사, 尹부터 저까지 많은 사람 책임감"

    이준석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의장에서 열린 의총에 참석해 "제가 공개발언을 요청한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지금까지 당내 오랜 불신과 반목으로 인해 우리가 고생했다면 그것을 털어내기 위한 자리라고 생각했다"며 "오늘 저희의 논의는 중요하고 정권교체를 바라는 많은 국민에게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냉정하게도 저희의 오늘 현실을 되짚어보면 10%p 차로 뒤지는 여론조사를 곳곳에서 경험하고 있다"며 "당장 윤석열 후보부터 당 대표인 저까지 많은 사람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각자 위치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그에 비해 이런 안 좋은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당에 책임 있는 당직자라면 누구나 자신의 문제처럼 안타까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대표가 자신과 선대위 일부 인사가 갈등을 겪으며 촉발된 선대위 재편 상황에 대해 '우리', '저희', '많은 사람' 등의 단어를 주로 사용하며 책임 회피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당 내홍으로 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하락하자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해 공동선대위원장, 여섯 명의 총괄본부장 등 당과 선대위 주요 인사가 직을 내려놓으며 백의종군을 택했지만, 이준석 대표는 유감 표명이나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2030 세대 강조해 젊은 대표 필요성 역설

    이준석 대표는 특히 2030 세대를 강조했다. 젊은 당 대표인 만큼 자신의 사퇴를 압박한다면 젊은 층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고 부각해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그는 "우리가 반성해야 할 지점은 우리를 위해 자료를 만들어주고, 온라인상에서 여론전을 펼쳐주던 젊은 세대가 왜 일순간 실망했느냐"라며 "윤석열 후보에게서 이탈한 표 대부분은 2030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지방조직 상당수를 장악한 민주당에 비해 우리가 기댈 곳이라고는 자발적인 젊은 세대의 참여문화"라며 "6~7개월 전 모집하지도 않은 젊은 당원이 100명, 200명, 300명 쌓일 때 그것이 우리는 어떤 새 정치문화의 태동이라기보다는 당연히 가져갈 기득권처럼 인식한 것은 아닌지 되짚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원들이 이준석의 복귀를 명령한다면 지정해준 어떤 직도 복귀할 것"이라면서도 "그런 방식은 젊은 세대의 지지는 같이 가져가지 못할 것이다. 단순히 제 개인이 책임감에 의해 복귀하는 모양새보다는 당이 다시 젊은 세대가 지지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해 그들이 오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대표는 당내에서 논란이 된 '연습문제' 표현과 관련해 "표현이 불편하다면 죄송하지만 익살스럽게 표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정재 의원은 발언을 끊고 "불편하다"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그러자 이준석 대표는 "불편해도 된다"며 "우리 후보가 다시 국민의 사랑을 받으려면 언론 관심이 주목되는 파격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재반박했다.

    이준석 대표는 "오늘 이 자리까지 만든 것에 참 죄송스럽다"면서도 "그만큼 우리가 바뀌어야 한. 지지층과 싸우지 말고 이준석과 싸우지 말고 후보자와 싸우지 말고 우리의 안 좋은 모습과 싸워 달라"고 질책성 발언을 이어갔다.

    이준석 30분 공개발언에도 박수 없이 정적

    약 30분간 이어진 이준석 대표의 발언 동안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수를 치지 않았다. 일부 의원은 눈을 감는가 하면 모두발언이 끝나자마자 회의장을 떠나는 의원도 있었다. 한 참석자는 "(비공개 토론에서) 김정재 의원이 '당 대표 당신만 옳은 게 아니다. 우리 의견도 있다'는 식으로 발언했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가 모두발언에 나선 데에는 이날 오전에 열린 의총에서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가 개인 자격으로 사퇴 촉구 결의안 논의를 상정했기 때문이다. 태영호 의원은 무기명 투표를 제안했다. 송석준·김정재·이종배·박수영 의원 등도 발언권을 신청해 이준석 대표 사퇴 결의에 찬성 의사를 나타냈다.

    이 과정에서 이준석 대표를 향한 수위 높은 비판도 나왔다. 김태흠 의원은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 후보에게 지하철 출근 인사 등 '연습문제'라고 표현한 제안에 대해 "오만방자하다"고 질타했다. 경기부지사를 지낸 박수영 의원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사이코패스·양아치인데 우리 당 안에도 사이코패스·양아치가 있다"며 "당 대표란 사람이 도운 게 뭐가 있나"라고 꼬집었다.

    반면 이준석 대표 사퇴 결의를 반대한 하태경 의원은 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결의안에) 내 이름은 빼달라고 했다. 윤석열 후보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준석 대표 사퇴를 결의하는 게 도움되지 않는다"며 "이준석 대표를 내치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사람들(2030 세대)이 적군이 된다"고 말했다.

    앞서 오전 의원총회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오후 2시에 속개하고 이준석 대표의 참석을 요청했다. 이준석 대표도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모두발언과 공개 토론 등 조건을 걸었다.

    의원들은 예결위 회의장에, 이준석 대표는 당 대표실에 머물며 양측은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는 약 50분 후에 먼저 입을 열어 "왜 대표가 통상적인 공개발언을 할 수 없는지 상당한 의문을 갖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오후 4시쯤 김기현 원내대표가 사퇴 촉구 내용이 담긴 결의안을 이준석 대표에게 전달했다. 당 대표실 안에서 이준석 대표는 공개 토론을 다시 한번 촉구했고 김기현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며 모두발언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의원들이 결의한 사퇴 촉구서는 강제성이 없어 이준석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