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성장, 국민은 어려워져"…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금융 주장기본소득 도입하면 한 해 18조~59조, 기본주택 예산 44조원 소요 예상전문가들 "자본주의 왜곡 가능성 높아, 기형적 체제로 변화 가능성"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행정학회 주최로 열린 대통령 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마치고 사회자와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행정학회 주최로 열린 대통령 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마치고 사회자와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가 자신의 핵심 공약인 기본 시리즈의 제도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공약 이행의 핵심인 재원 조달 방안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수십조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기본 시리즈가 체제를 왜곡할 가능성이 큰 만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6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행정학회에 참석해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금융의 제도화와 확대를 주장했다. 

    "나라는 성장하는데 국민의 삶은 더욱 어려워지는 역설적인 상황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한 이 대표는 "인간다운 최소한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금융을 제도화하고 확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재명 "경제적 풍요를 최소한 같이 나눠야 하지 않느냐"

    이 후보는 "기술 발전, 온 국민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혁신의 결과 소위 경제적 풍요를 최소한 같이 나눠야 하지 않느냐"며 "그래서 기본소득이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기본소득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계를 넘어 초보적 단계라도 순차적으로 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본주택과 관련해서는 "기본주택 등 250만 가구 공급 약속을 반드시 지켜 주거안정을 이루겠다"며 "주택이 시장에서 사거나 임대 말고는 선택이 없어 선택권을 늘려주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돈 많고 사회경험 많은 사람만 장기·저리·고액대출 기회를 누리고 있다"고 지적한 이 후보는 "도덕적 해이가 없는 1000만원 이내의 돈을 빌려주는 기본금융은 배제금융에 따른 금융 비효율을 완화하고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그러나 기본 시리즈를 이행하기 위한 핵심 요소인 재원 마련 방안과 관련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이 후보가 주장하는 기본소득 공약은 19~29세 청년들에게 2023년까지 1인당 연 125만원, 2024년부터는 1인당 연 200만원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전 국민에게는 2023년까지 1인당 25만원, 2024년부터는 1인당 연 100만원을 지급한다. 

    전문가들은 이 공약을 이행하려면 최소 한 해에 18조원, 임기 마지막 해(2026년)에는 최대 59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 후보는 기본소득 재원 마련과 관련, 국토보유세와 탄소세를 도입하겠다고 밝혀왔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을 해왔다. 

    무주택자에게 건설 원가 수준의 임대료를 받고 3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기본주택을 임기 내 100만 가구 공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기본주택정책에는 44조원이 필요하다. 이 후보가 지난해 8월 정책발표 기자회견에서 직접 언급한 액수다. 

    이 후보는 약속한 주택 250만 가구 공급 물량 중 100만 가구를 기본주택으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 "보편성 확대로 커지는 재원 조달 과정 직시해야"

    기본금융은 신용도가 낮은 국민에게 우대금리보다 조금 높은 수준의 이자율(약 3%)로 1000만원까지 장기간(최대 20년) 빌려 주는 방식이다. 아직 구체적인 대상자와 이율이 정확히 결정되지 않아 소요 예산은 예측할 수 없는 상태다. 

    이 후보가 공약한 기본소득이 완성되는 2026년 기본소득에만 59조원을 쏟아부을 경우 정부 재정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역대 최대 규모인 2022년 전체 예산(607조원) 규모와 비교해보면, 기본소득정책만으로 9.7%의 예산이 소요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21년 11월 내놓은 '재정점검보고서'를 보면 오는 2026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국가채무는 66.7%에 달할 전망이다. 채무비율 상승 폭(15.4%p)은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35개국 가운데 가장 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본 시리즈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재원 조달 규모가 커지면서 자본주의 체제의 근간을 흔들고, 기형적인 체제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서울지역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는 6일 통화에서 "취지는 좋아도 자본주의 유인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편적 기본 시리즈에 대해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기본 시리즈로 소득과 주거의 보편성이 확대될수록 커지는 재원을 조달하는 과정도 직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결국 기본 시리즈를 도입해 세수가 부족해지면 국가의 시장 개입이 커지고, 기업과 같은 자본계층으로부터의 재원 조달 규모도 확대될 수 있다"며 "이런 과정이 진행되면 우리 사회가 선택한 자본주의가 아닌 기형적인 체제로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본 시리즈 중에서도 특히 핵심 중의 핵심으로 꼽히는 기본소득을 향한 반대 여론도 높은 상황이다. 

    2021년 11월 문화일보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65.1%가 기본소득제에 반대해 찬성(34.9%) 의견보다 월등히 높았다. 또 지난해 12월 뉴스핌이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는 57.2%가 기본소득에 반대하고 36.6%가 찬성했다.(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