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 오드리 탕 대만 정무위원 화상회의 연사로 9월 초청대만 “한국, 16일 새벽 초청 취소 이메일… 대만 주재 한국대표대리 초치해 항의”
  • ▲ 지난 10일(美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만 대표로 참석한 오드리 탕 디지털 담당 정무위원.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0일(美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만 대표로 참석한 오드리 탕 디지털 담당 정무위원.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의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대만의 장관급 인사를 화상연설 연사로 초청했다 행사 당일 새벽 일방적으로 초청을 취소한다고 통보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대만 외교부는 “외교적 결례”라며 타이베이 주재 한국대표대리를 초치해 엄중 항의했다.

    대만 “우리 측 장관 화상연설 초청했던 한국, 행사 당일 이메일로 초청 취소 통보”

    대만 외교부는 지난 20일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의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는 지난 9월 ‘4차 산업혁명 글로벌 정책 컨퍼런스’의 화상연설 연사로 탕펑(오드리 탕) 대만 디지털 담당 행정원 정무위원을 초청했다”면서 “그런데 행사 당일인 지난 16일 새벽 한국 측이 탕 정무위원의 화상연설을 취소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어우장안 대만 외교부 대변인도 “한국 4차 산업혁명위 측이 컨퍼런스 당일 오전 탕 정무위원의 강연 취소를 이메일로 통보했다”고 확인했다. 어우 대변인은 “한국 측은 강연이 취소된 이유조차 설명하지 않았다”며 “다른 외교 경로를 통해 ‘양안관계의 각 측면을 고려한 끝에 결정한 조치’라는 설명을 뒤늦게 들었다”고 덧붙였다.

    대만 외교부, 타이베이 주재 한국 부대표 초치 등 공식 항의

    장관급 인사를 수개월 전에 초청했다 행사 당일 일방적으로 초청 취소한 것은 외교적 결례다. 대만 외교부는 이와 관련해 타이베이 주재 한국대표부의 홍순창 대리대표를 초치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한국주재 타이베이대표부 탕뎬원 대표 또한 한국정부에 엄중 항의했다고 대만 외교부는 밝혔다.

    중앙통신사·연합보 등 대만 현지 언론에 따르면, 대만 외교부에 초치된 홍순창 대리대표는 “이번 문제의 원인에 대해 전반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외교부에 대만 측 입장을 그대로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에포크타임스 등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대만 외교부가 현지 대사를 초치한 전례는 부르키나파소와 엘살바도르가 중국과 수교를 이유로 대만과 단교했을 때, 대만 어민이 필리핀에서 피살됐을 때 정도다.

    탕 정무위원 초청 취소 관련 외교부 “제반 상황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

  • ▲ 과거 한중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문재인 정부의 친중편향성은 출범 이래 계속 논란이 돼 왔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과거 한중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문재인 정부의 친중편향성은 출범 이래 계속 논란이 돼 왔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와 관련,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해당 행사는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주최한 행사로서 대만 측 인사의 참석 여부는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대만과 비공식적 실질교류를 지속적으로 증진해 나간다는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며, 이런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에 대해 외교부는 물론 4차 산업혁명위원회 등 유관 부문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일보와 서울신문 등에 따르면, 같은 날 외교부 당국자는 “(초청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중국 측이 개입하거나)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 주최 행사인데… 누가 대만 장관 초청 취소에 개입했나

    대만 정부뿐만 아니라 중화권 매체와 국내 언론이 정부가 탕 정무위원 초청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데 관심을 갖는 이유는 상징성 때문이다.

    탕 정무위원은 ‘대만 독립’을 표방하는 차이잉원정부의 상징이다. 해커 출신인 탕 정무위원은 35세에 장관급인 디지털 담당 정무위원에 발탁돼 대만정부의 행정 디지털화·전자정부 구축 등을 이끌고 있다. 또한 성소수자로 대만사회의 개방성을 대표한다. 

    탕 정무위원은 지난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재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차이 총통을 대신해 대만 대표로 참석했다. 중국은 미국이 탕 정무위원을 초청한 것에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4차 산업혁명위원회는 대통령 직속이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정부 측 위원장, 윤성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민간 측 위원장이다. 위원회가 탕 정무위원에게 화상연설을 해 달라고 초청한 행사는 지난 16일 열렸다. 위원회가 탕 정무위원을 초청한 시기는 지난 9월로 알려졌다.

    이처럼 국무총리가 공동위원장을 맡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 주최 행사에서 수개월 전 이미 초청한 해외 장관급 연사의 연설을 갑자기 당일 취소한다고 이메일로 통보한 일, 초청이 취소된 인사가 차이잉원정부의 상징적 인물이라는 점 때문에 외교부 안팎에서는 “이번 일이 외교부와 위원회보다 더 윗선이 중국의 눈치를 본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