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2030 표심 공략… 피선거권 연령 25세→18세 인하 법안 발의교계 "野, 과거 주장 뒤집고 정치적 셈법의 희생양으로 학생들 이용"
  • ▲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운데), 강민국(왼쪽)·이영 국민의힘 원내부대표가 지난 10일 국회 의안과에 국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의원의 피선거권 연령 18세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이종현 기자(사진=공동취재단)
    ▲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운데), 강민국(왼쪽)·이영 국민의힘 원내부대표가 지난 10일 국회 의안과에 국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의원의 피선거권 연령 18세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이종현 기자(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이 피선거권 연령을 현행 만 25에서 만 18세로 대폭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대선정국에 돌입하자 젊은층 표심을 의식해 '내로남불'의 전형을 보인다는 지적이 일었다. 

    국민의힘은 3년 전 자유한국당 시절 '학교의 정치화'를 우려하며 투표연령 하향 및 청소년의 정치참여를 반대했다.

    국민의힘, 선거철 되니 "피선거권 연령 하향"

    국민의힘은 지난 10일 국회의원·지방의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피선거권 연령을 현행 만 25세 이상에서 만 18세 이상으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안 발의자는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로,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3명 전원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힘은 개정안 발의 배경을 "2019년 공직선거법이 개정돼 선거권 연령이 19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조정됐음에도 피선거권 연령은 25세로 유지돼 청년의 정치적 권리와 참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며 "단지 연령을 이유로 입후보 자격을 원천차단하는 것은 헌법정신에 비춰 보아도 입법 재량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추 원내수석부대표는 "청년들의 정치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국민의힘 전체 의원 뜻을 모아 당론으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당 가입, 선거 참여 연령 인하 반대했던 野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이 같은 방침 선회가 당혹스럽다는 견해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2019년 자유한국당 시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안과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 대치정국 당시 '만 18세 선거권 하향조정안'을 강하게 반대한 바 있다.

    심재철 당시 한국당 원내대표는 2019년 12월 "선거연령을 18세로 내리면 학교가 정치판, 난장판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으며, 김태흠 의원도 같은 달 '공직선거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에서 "고등학교가 정치 예외지대에서 정치 태풍지대로 변화하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교조 교사들의 그릇된 교육, 교실의 선거판화로 학교교육은 심각한 폐해를 겪을 것"이라며 "잘못된 후보가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돈이나 살포하는 행태들이 벌어진다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겠나"라고 개탄했다.

    이처럼 '학교의 정치화'를 지적했던 국민의힘의 태세전환은 내년 대선에서 2030 청년층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교계와 법조계에서는 "학생들을 이용한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등의 비판이 나왔다.

    교육현장에선 "정치셈법 희생양으로 학생 이용" 비판

    서울 소재 고등학교의 한 교사는 11일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자신들이 했던 주장을 뒤집고 미성년자까지 피선거권의 대상이 되도록 하는 것은 정치적 셈법의 희생양으로 학생들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부산 소재 고등학교의 한 교사도 통화에서 "선거에 나가려면 한창 공부해야 할 나이에 정치활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인데, 단순히 정치에 관심을 갖고 투표에 참여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사는 "대의제는 국민의 권리를 위임하는 것인데, 만 18세가 국민의 주권을 대변할 대표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일을 해보고 세금을 내보고 자기 책임의 원리를 실천해본 사람이어야 할 것 아닌가"라고 직격했다. 

    이어 "민주주의 하에서 민주시민 교육을 위해 직접 정치참여로 피선거권까지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라면, 이미 학교에서는 '학생회'라는 자치회가 있고 투표를 통해 민주사회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가 가능하다"면서 "누구 마음에 들고 싶고 비위를 맞추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野, 학교에 포퓰리즘 심으려는 좌익세력에 굴복"

    평소 미성년자의 선거연령 인하 문제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적했던 법무법인 '이세' 소속 김기수 변호사는 피선거권 연령 인하 법안을 두고 "청소년을 국가 노예화시키는 수순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참정권은 개인과 가족의 신체·재산·양심·종교 등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권리이지만, 미성년자는 아직 친권의 보호 아래 있고 미성년자를 지킬 의무는 친권자에게 있다"고 전제한 김 변호사는 "각급 고등학교에 포퓰리즘을 심으려고 혈안이 된 좌익세력에게 성문을 열어주는 꼴"이라며 "친권의 보호 아래 있는 미성년 청소년을 부모로부터 국가가 약탈해 노예로 삼겠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는 고등학생 구청장 또는 기초의원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