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기준 철회' 등 北 요구 수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 나와국민의힘 "'대선용 이벤트'로 탄로나면 국민적 역풍 맞을 것"
  • ▲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서울 그랜드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제15회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서울 그랜드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제15회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도 침묵을 지키던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이 이뤄진 지 하루 만에 북한과 협력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공식 석상에서 내비쳤다.

    지난달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종전선언' 제안 이후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최근까지 이어온 가운데서도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북한' '도발' '미사일' '김정은' 등의 단어를 꺼내지 않은 문 대통령이 연락선 복원 하루 만에 '남북협력사업' 추진 의사를 밝히자 야권에서는 '과하다'는 비판과 함께 '대선용 이벤트'라는 의심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5일 서울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제15회 세계한인의날 기념식에서 남북 분단 상황과 관련 "우리는 아직 분단을 넘어서지 못했다. 재외동포들의 시각에서 보면 남북으로 나눠진 두 개의 코리아는 안타까운 현실일 것"이라며 "(남북이) 대립할 이유가 없다. 이제 함께 번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체제 경쟁이나 국력의 비교는 이미 오래 전에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며 "이제는 함께 번영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북한이 대화 재개 조건으로 내건 '이중 기준' 철회 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문 대통령은 "통일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남과 북이 사이 좋게 협력하며 잘 지낼 수 있다"며 "8000만 남북 겨레와 750만 재외동포 모두의 미래세대들이 한반도와 세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공감하고 연대하는 꿈을 꾼다"고 말했다.

    이 발언 역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요구한 북한의 체제 보장과 국제사회의 인정 등에 따른 답변으로 해석될 수 있다.

    국민의힘 "'대선용 이벤트'라면 역풍 맞을 것"

    국민의힘은 남북 통신선 재가동을 두고 북한이 고압적 태도를 취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문 대통령이) 대선 이벤트를 위해 코 꿰인 상황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은 이날 "북한이 남북 통신선을 재가동하면서 '연락선 재가동 의미를 깊이 새기라'며 ‘중대 과제’를 제시했다. 안하무인격 태도에 황당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양 대변인은 그러면서 "현재 한반도의 운전대가 어느 쪽에 쥐어져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양 대변인은 또 지난달 네 차례 도발에도 침묵한 문 대통령과 청와대를 지목하며 "북한과 대화는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우리의 안보태세가 뒷받침된 후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연합훈련 실기동훈련 등이 축소된 상황에서 정부가 북한의 관광사업 활성화를 위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피할 ‘꼼수’를 모색하는 것은 북한을 향한 구애의 열정이 과한 것"이라고 지적한 양 대변인은 "그 열정이 대선을 목표로 정치적 이벤트를 연출하기 위한 것이라면 국민적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같은 당 조명희 의원은 '앞으로의 밝은 전도를 열어나가는 데 선결되어야 할 중대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언급을 북한의 하명으로 규정했다.

    조 의원은 "‘밝은 전도’는 남북정상회담 등의 이벤트이며, ‘중대 과제’는 북한이 내건 북핵 인정과 대북제재 해제, 한미동맹 해체를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북한이 막무가내로 통신선을 끊어대도 문재인정부가 대선용 이벤트 구걸에 목을 매니, 북한이 우리 정부를 농락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한 조 의원은 "그런데도 통일부에서는 100억원을 북한에 지원한다고 하고, 산림청은 대북지원용 묘목에 수백억원을 퍼붓고 있다. 문 정부가 남북 이벤트 쇼를 위해 북한으로 흘러 들어가는 혈세가 어느 정도인지 국감에서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