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유죄 취지 '상고 기각' 보고서만 있었는데… 권순일 주장에 새로운 보고서 만들어져"
  • ▲ 권순일 전 대법관. ⓒ이종현 기자
    ▲ 권순일 전 대법관. ⓒ이종현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갔을 때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이 무죄 의견을 보여 '파기환송(무죄 선고)' 취지의 검토 보고서가 추가 작성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27일 조선일보는 대법원 재판연구원들이 2019년 10월, 이 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두고 당초 '상고 기각(유죄 선고)해야 할 사건'이라는 검토 보고서를 만들어 올렸다고 한다. 그런데 권 전 대법관 등이 무죄 의견을 보여 '파기환송(무죄 선고)' 취지의 검토 보고서를 추가로 작성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첫 보고서에는 '별다른 이견 없는 상고 기각 사건'이라 담겨

    당시 이 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은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에 배당됐는데, 배당 직후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해당 사건을 대상으로 한 검토 보고서를 만들어 올렸다고 한다. 해당 보고서에는 '선거 때 공직 후보자의 허위 발언을 엄정히 처벌해온 대법원 판례에 비춰 보면 별다른 이견 없는 상고 기각(유죄 선고) 사건'이라는 취지의 의견이 담겼다.

    이 지사는 2018년 지방선거 TV 토론회에서 "친형의 정신병원 강제 입원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이것이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2심 판결을 유지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다. 해당 보고서대로 상고가 기각될 경우 이 지사는 직을 잃고 차기 대통령선거에도 출마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지사의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넘어가면서 분위기가 변했다고 한다. 이 매체는 "권순일 당시 대법관이 전원합의체 논의 과정에서 3~4가지 '이재명 무죄' 논리를 펴면서 분위기를 주도했다"며 "이후 '이재명 무죄' 취지의 추가 검토 보고서가 만들어졌다"고 여러 법원 관계자들의 설명을 전했다. 

    당시 권 전 대법관은 실제로 "주요 선진국 법의 영문판을 봐도 허위사실공표죄의 공표는 'publish'(출판하다)로 표기돼 있다"며 "선거 출판물이 아닌 TV토론 발언까지 이 법을 적용하기는 무리"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 논리는 대법원이 낸 이 지사의 무죄 판결문에도 담겼다고 한다.

    이와 관련, 홍세욱 '경제를생각하는변호사모임' 상임대표는 "대법원 연구관들이 유죄와 무죄 등 결론이 상반된 보고서를 올리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면서도 "권 대법관이 무죄 의견을 내면서 그 의견에 맞는 보고서가 올라오는 등 무죄 분위기를 주도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페이스북 통해 직접 반박한 이재명

    한편, 이 지사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초보 상식도 결여된 기사, 역시 조선일보답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반박에 나섰다. 

    이 지사는 "소부에서 무죄·유죄가 갈리니까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간 것"이라며 "당연히 소부에서 유죄 보고서와 무죄 보고서를 둘 다 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그러면서 "권 대법관은 소부 소속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 이헌 변호사는 통화에서 "이재명 지사는 대법원 소부 심사 단계의 유무죄 취지 보고서에 관해 주장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조선일보 기사는 전원합의체로 넘어간 뒤 권순일 대법관의 무죄 의견에 따라 그 주장을 뒷받침할 무죄 취지 보고서가 비로소 작성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