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뉴욕 제76차 유엔총회 등 순방 준비 중… WSJ "김정은 바라기" 文 비판 사설
  • ▲ 지난 2019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참석해 한반도 평화 구상 등을 내용으로 기조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 지난 2019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참석해 한반도 평화 구상 등을 내용으로 기조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다음주 유엔총회 참석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려던 연설 주제를 놓고 고심에 빠진 모습이다.

    17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미국 뉴욕 제76차 유엔총회 등 순방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당초 이날 예정됐던 신임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도 순방 이후로 미뤄졌다.

    이번 일정은 오는 19~23일 3박5일 간 진행되며, 기조연설은 21일(현지시간) 예정돼 있다. 문 대통령은 매년 유엔총회에 참석했고, 연설 때 마다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의 중요성을 국제사회에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북한 김여정 부부장이 문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매사 언동에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비난 담화를 내자, 분위기가 악화됐다. 현재 초안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연설의 내용은 막판까지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날 김여정 담화와 관련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통일부의 경우 "어떤 경우에도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존중은 지켜야 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지만, 정작 청와대는 대응을 자제한 것이다.

    이는 9·19 평양공동선언 3주년과 대통령 유엔 연설이 가까워지는 시점에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외신에서는 한반도 정세와 관련 문 대통령의 대북 기조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미국 유력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저녁(현지시각) 사설에서 "한국의 문 대통령은 퇴임을 앞두고 김정은 위원장이 무엇을 하든 '인도적 지원'을 하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WSJ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어떠한 원조도 평양 엘리트층에 혜택을 주고 김씨 왕조만 강화할 것"이라며 "인도 지원은 북한의 구체적이고 검증가능한 양보 없이 나와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장기화된 제재로 악화되는 북한 경제 속에 김정은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의지를 시험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도발이 뒤따를 것"이라면서 "북한 무기 개발에 대한 부실한 사찰과 제한을 대가로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는 것은 북한에 또 '속여도 된다'는 초대장을 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