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규형 KBS 전 이사, 해임처분 취소소송 '최종 승소'대법원 "상고 이유 없음 명백"… '심리 불속행' 기각
  • 4년 전 KBS 이사직에서 해임된 강규형(사진 좌) 명지대 교수가 '해임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지난 9일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문재인 대통령이 원심 판결(원고 승소)에 불복해 제기한 상소심에서 "이유 없음이 명백하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기록과 원심 판결 및 상고 이유를 모두 살펴봤으나, 상고인의 상고 이유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심리의 불속행)에 해당한다"며 강 교수에 대한 해임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이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형사사건을 제외한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에 위법 등 특정한 사유가 없으면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제도를 가리킨다.

    "상고장에 온통 넋두리만… 심리불속행 기각 예견"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1·2·3심 내리 승소를 거둔 강 교수는 1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상고장을 읽어보니, 마땅히 할 이야기가 없었던지 무슨 넋두리가 적혀 있어 헛웃음이 나왔다"며 "이걸 본 한 변호사는 '이런 상고장으로는 심리 못 들어간다. 심리불속행 기각될 것'이라고 정확히 예견한 바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그러나 일각에서는 '내용만 보면 심리할 필요도 없이 바로 기각할 사안이나, 현직 대통령이 걸려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법원에서 심리를 하는 척 하면서 시간을 오래 끌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며 "저도 그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어제 저녁 덜컥 상고 기각 판결이 떨어져 의외였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아무래도 대법관 자신들의 명예가 걸린 문제이다 보니, 이런 허접한 걸 심리속행할 수는 없다고 중론을 모은 게 아닐까 싶다"고 추정했다.

    강 교수는 "일부 언론에서는 아직도 제가 '큰 규모의 업무추진비를 유용해 이사로서의 품위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KBS 이사직에서 해임됐다'고 쓰고 있는데, 당초 감사에서도 오케이 받은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두고, 언론노조 측에서 불소급 원칙까지 어겨가면서 있는 것 없는 것 다 붙여, 제가 '320여만원을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는 죄명을 만든 것"이라며 "당시 나보다 더 많이 사용한 분도 나왔고, 심지어 양승동 KBS 사장은 세월호 침몰 당일 노래방까지 갔는데,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배임 건 외에도 제가 언론노조 KBS본부를 조롱하고, 반려견 판매업자를 협박했다는 억지 주장들이 추가 '혐의'로 덧붙여졌다"며 "이것들은 혐의라고 볼 수도 없을 뿐더러, 방송통신위원회가 판단하거나 관여할 성질도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당시 언론노조에서 '해임'이라는 극약처방까지 써가며 저를 쫓아냈던 이유는 KBS 이사진 가운데 저만 나가면 이사진 구도를 바꿔, 여권과 언론노조가 KBS의 주도권을 쥘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언론노조와 좌파세력이 만든 프레임에 휘말리면 안 된다"고 경계했다.

    강 교수는 "KBS 이사직을 물러나는 과정에서 주로 언론노조와 소송전이 붙어, 도합 30건가량 송사가 진행됐다"며 "이 중 20건은 정리됐고, 10건 정도 자잘한 사건들이 남았다"고 말했다.

    방통위 "부적절한 처신으로 KBS 명예실추"… 강규형 해임 건의

    강 교수는 2015년 9월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KBS 이사에 임명됐으나 ▲업무추진비 320여만원을 사적 용도로 사용하고 ▲자신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대를 조롱했으며 ▲도그쇼에서 애견 동호회원을 폭행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으로 KBS의 명예실추와 국민의 신뢰저하를 초래했다는 이유로 2017년 12월 해임됐다.

    당시 감사원 감사 결과 강 교수는 업무추진비로 해외에서 식사 대금을 결제하거나 자택 인근 음식점에서 94만여원어치(1회 평균 6189원) 배달 음식을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지적에 청문회를 연 방송통신위원회는 강 교수가 업무추진비를 사적 용도로 사용한 규모가 크고, KBS 이사로서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해임을 건의했다.

    문 대통령은 방통위의 건의를 수용해 2017년말 강 교수를 KBS 이사직에서 해임했다. 강 교수의 임기는 2018년 8월까지였다.

    이에 강 교수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측이 자신에게 폭행·협박죄 등을 뒤집어씌웠고, 방통위가 절차 및 내용상 문제가 많은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켰다며 행정법원에 해임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재판부 "'이사 적격' 상실 아냐‥ 해임처분 부당" 원고승소 판결

    소송을 심리한 1심 재판부(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는 "감사원 감사 결과 KBS 이사 모두에게서 업무추진비 부당집행 현황이 지적됐고, 원고의 부당집행 액수가 여타 이사들에 비해 현저히 크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KBS에서 업무추진비 부당집행을 이유로 징계한 사례도 없으며 원고가 업무추진비 부당집행액을 모두 반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2심 재판부(서울고법 행정11부) 역시 "원고가 시위자에게 취한 언동에 욕설이나 모욕적인 행동이 없었고, 원고는 폭행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형사사건의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그 판결이 확정됐다"며 "이런 사유 등으로 KBS의 명예실추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