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언론 “탈레반 노획 97조원 상당 美무기 파키스탄에 일부 유입” 보도MRAP, 험비, UH-60·530MD 헬기도… 자금난 탈레반, 북한·중국에 판매 가능성
  • ▲ 아프간 카불 시내에서 미군이 주로 사용하는 M4 카빈을 들고 경계 중인 탈레반 조직원.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프간 카불 시내에서 미군이 주로 사용하는 M4 카빈을 들고 경계 중인 탈레반 조직원.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아프간이 패망한 뒤 탈레반이 손에 넣은 미군 무기가 약 97조원 규모에 달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안보전문가들은 “탈레반과 북한은 직접 연결고리가 없기 때문에 이를 입수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파키스탄이 중개한다면 북한 손에 넘어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 언론이 “탈레반이 탈취한 미군 무기가 파키스탄으로 유입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의원들 “탈레반 탈취 미군 무기, 북한·중국으로 흘러들면 어쩌나…”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지난 25일 “탈레반이 탈취한 미군 무기를 북한이나 중국이 입수하면 어떡하느냐”고 걱정하는 미국 국회의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방송에 따르면, 미국 하원 감독개혁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제임스 코머 의원과 하원 국가안보소위원회 공화당 간사 글렌 그로스맨 의원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탈레반이 상당량의 미군 무기를 갖게 됐다”며 “바이든정부는 현재 탈레반이 확보·운영 중인 무기체계와 그 규모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은 “탈레반이 미국이나 동맹국을 향해 미군 무기를 사용하거나 중국·러시아·이란, 심지어 북한 같은 적국에 미군 무기를 판매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정부는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했다.

    美전문가들 “북한, 탈레반으로부터 미군 무기 구입한다면 재판매 또는 기술 습득용”

    미국 안보전문가들은 “탈레반과 북한 간 군사협력은 알려진 바 없다”면서도 “다만 파키스탄이 미군 무기를 입수하거나 중개 역할을 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기술을 얻을 목적으로 탈레반이 습득한 미군 무기의 밀수입을 시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옛 소련제와 중국제 무기도 역설계한 북한이 미군 무기를 역설계해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다”고 우려한 베넷 선임연구원은 “탈레반이 확보한 미군 항공기를 북한이 입수해 관련 기술을 베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베넷 연구원은 그러면서 “과거 미사일 관련 기술을 거래했던 적이 있는 파키스탄이라면 북한과 탈레반 간 무기 거래를 중개하는 데는 적격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 ▲ 대전차지뢰방호차량 M1117과 험비를 끌고 와 카불 시내를 순찰하는 탈레반 조직원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전차지뢰방호차량 M1117과 험비를 끌고 와 카불 시내를 순찰하는 탈레반 조직원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 육군 특수전사령부 대령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북한과 탈레반이 무기를 거래한다거나 하는 직접 군사협력을 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도 “파키스탄이 북한과 탈레반 사이에서 중개 역할을 할 가능성은 있다”고 언급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그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북한이 파키스탄을 통해 탈레반으로부터 미군 무기를 구매한다면 사용 목적이 아니라 기술 습득 또는 해외 재판매가 목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옛 소련제나 중국제를 기반으로 하는 북한군 무기는 탄약이나 예비 부품 등이 미군 무기와는 호환이 안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다만 미군 무기를 사들인 뒤 해외 테러 조직 등에 다시 판매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맥스웰 선임연구원의 설명이었다.

    우려하던 상황… 인도 “탈레반이 탈취한 미군 무기 파키스탄으로 유입돼”

    인도 언론은 지난 25일 “탈레반이 탈취한 미군 무기 중 일부가 파키스탄으로 유입됐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것이 파키스탄 테러 조직의 손에 들어갈까 우려된다”는 인도정부 고위당국자의 말을 전했다. 인도정부에 따르면, 아프간에서 파키스탄으로 유입되는 미군 무기는 소총과 탄약부터 방탄장비, 야간투시경 등 다양하다.

    인도정부는 “미군 무기들이 파키스탄 테러 조직뿐만 아니라 정규군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며 경계한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테러 조직이나 파키스탄군이 미군 장비를 사용할 경우 카슈미르 같은 분쟁지역의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이라고 인도는 우려한다.

    탈레반이 얻은 미군 무기, 어떤 종류 있나

    AP뉴스 등 외신을 종합하면, 탈레반이 탈취한 미군 무기는 다양하다. 가장 많은 것은 M16A2, M4와 같은 돌격소총이다. 베레타 M9 권총, M24 저격소총, 분대 지원 화기인 M249 기관총도 공여했다. 아프간군에 제공한 총기는 65만 정 이상이라고 한다. 

    다음은 차량이다. ‘험비’ 약 8500대 외에 대전차지뢰 방호 기능을 가진 장갑차 M1117 가디언 600여 대, 지뢰 방호차량 MRAP, 대형 트럭 나비스터, 오스코시 다목적 트럭 FMTV, 일반 군용 트럭인 M35, 포드사의 픽업트럭인 레인저와 F-350 등을 2만 대를 아프간에 남겨뒀다.
  • ▲ 북한군 특수부대의 훈련 모습. 헬멧 앞에 있는 부분이 야간투시경을 부착하는 곳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군 특수부대의 훈련 모습. 헬멧 앞에 있는 부분이 야간투시경을 부착하는 곳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탈레반 손에 넘어간 항공기는 211대로 알려졌다. 그 중 미군이 준 항공기는 A-29B 슈퍼 투카노 경공격기 25대, MD530 경헬기 74대, UH-60 블랙호크 11대, C-130H 수송기 4대, 세스나 208B 정찰기 34대, 필라투스 PC-12NG 정찰기 18대 등이다. 

    군사정보업체 ‘제인스닷컴’에 따르면, 이 가운데 세스나 208B 정찰기 11대, A-29B 슈퍼 투카노 경공격기 10대, UH-60 블랙호크 4대를 포함한 헬기 26대는 아프간 공군 조종사들이 카불이 함락당하기 전 우즈베키스탄으로 가져갔다.

    “북한, 야간투시경·통신장비에 관심… 대형 장비는 중국·파키스탄이 도와야 입수 가능”

    국가전략연구원 김대영 연구위원은 북한은 현실적인 이유로 탈레반이 탈취한 미군 장비 가운데 개인장비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이 관심을 많이 갖고 있고 손쉽게 밀수입할 수 있는 장비는 미군의 야간투시경과 통신장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지뢰 방호 기능을 가진 장갑차량이나 험비, UH-60이나 MD530 헬기 등은 북한에 지금 당장 손에 넣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M1117이나 MRAP, 험비와 같은 차량, UH-60과 MD530 같은 항공기를 운송하려면 분해한다고 해도 대형 컨테이너를 이용해야 한다. 이런 움직임은 모두 미국에 포착된다. 현재 카불 공항 테러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미국의 신경이 곤두선 상황에서 탈레반이 자금을 마련한답시고 미군 장비를 다른 나라 특히 북한 같은 곳으로 수출하는 것을 파키스탄이나 중국이 도울 가능성은 낮다고 김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탈레반으로서는 장갑차량이나 항공기를 수출할 경우 미국이 ‘테러 조직 소탕’을 명분으로 무인기를 보내 파괴할 가능성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김 연구위원은 부연했다. 대신 성능 좋은 미군의 야간투시경과 통신장비를 탐낼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들 장비는 북한 특수부대가 남한에 침투할 때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또 “미군이 현재 사용하는 M4나 M249 같은 것은 한국군이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관심이 덜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장갑차량이나 헬기를 북한이 도입하기 위해서는 중국 또는 파키스탄이 발 벗고 나서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미군 장갑차량이나 헬기를 가져가려면 철도 또는 해상운송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는 중국 또는 파키스탄이 유엔 대북제재를 위반한다는 뜻이 된다”고 설명한 김 연구위원은 “탈레반이 탈취한 미군 무기 대부분은 아무래도 가장 많은 돈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중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