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건조정위 통과 하루 만에 문체위 통과… 국민의힘, 피켓시위에도 속수무책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 수정했다지만…'최대 5배' 징벌적 손배 그대로민주당, 7개 상임위원장 야당에 주고… 25일 본회의서 '언론중재악법' 통과
  • ▲ 19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 속에서도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시키는 도종환 위원장. ⓒ이종현 기자(사진=공동취재단)
    ▲ 19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 속에서도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시키는 도종환 위원장. ⓒ이종현 기자(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 19일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골자로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결국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에서 강행처리했다.

    전날 국민의힘의 불참에도 진행된 안건조정위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속전속결이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8월 국회 처리'를 공언해왔다.

    국민의힘은 이날 지도부는 물론 개별 의원까지 피켓시위에 나서며 강행처리를 저지하려 했으나 거대 여당의 폭주에 속수무책이었다.

    與, '개정안 수정 내용' 깜깜이 심사 끝 의결

    도종환 문체위원장은 이날 오후 1시50분쯤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수정안을 기립으로 표결처리했다. 회의 진행 약 3시간 만이었다. 김승원·박정·유정주·이병훈·이상헌·임오경·전용기 민주당 의원과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수정안에 찬성했다.

    민주당은 각계각층의 비판의견을 수용했다는 주장이다. 지난 17일 내놓은 여당 안에서 징벌적 손배 판단 기준인 고의·중과실 추정 단서 등 일부 내용을 고쳤다는 것이다.

    정정보도청구 표시를 안 했을때, 취재 과정에서 악의적으로 법률을 위반해 보도했을 때 등의 경우는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에서 뺐다는 설명이다. 

    기사의 본질과 다르게 제목·시각자료 조합, 새로운 사실을 구성하는 등 기사 내용을 왜곡하고, 정정·추후보도에 해당하는 기사를 별도 검증 없이 복제·인용보도하는 경우 등 4가지 단서는 그대로 뒀다.

    법원은 이를 토대로 언론사에 피해액의 최대 5배 범위 내에서 징벌적 손배를 부과할 수 있다.

    민주당은 징벌적 손배 청구 가능 대상에서 고위공직자·대기업 등을 제외했다고 했다. '정치·행정·경제권력'으로부터 언론재갈을 막기 위해서라는 이유였다. 대통령·국무총리·장관·국회의원·국정원장 등 공직자윤리법 10조 1항 1호~12호에 해당하는 사람과 그 후보자, 대통령령으로 정한 대기업 및 주요 주주임원 등이 대상이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은 이번 안에서 기자를 대상으로 한 언론사 등의 구상권 행사를 제한한 조항은 삭제했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낸 안에서는 일선 기자들을 보호하겠다며 이 안을 넣었었다. 그러다 18일 비공개로 열린 안건조정위에서 이를 빼고 19일 최종 의결한 것이다. 조정신청 대상에 기존 정정보도 외에 열람차단청구보도도 넣었다.

    이 안은 공포 뒤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를 통과시킬 계획이다. 윤호중 원내대표 등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8월 국회 처리'를 공언해왔다.

    이를 의식한듯, 도 위원장은 회의에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 원인은 우리 상임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야 지도부에도 있다는 것을 의원들도 알 것"이라며 "(여야) 지도부 차원에서 해결해 줘야 할 문제도 있었다"고 말했다.

    野 "언론 말살 중단하라"… 피켓시위 공세 폈지만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피켓시위까지 하며 개정안 처리 저지를 위해 나섰다. 문체위 전체회의가 열린 국회 본청 회의장 안으로 진입해 민주당의 표결 강행을 비판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당의 개정안 처리 강행과 관련 "어느 독재정권에서도 통과시키지 않은 폭거 중 폭거"라고 비난했다. 또 지난 18일 안건조정위와 관련 "임시의장을 맡은 이달곤 간사를 임의로 배제하고 마음대로 사회권을 빼앗아 안건조정위에서 일방적으로 안을 처리했다"며 절차상 문제를 제기했다.

    이날 시위 현장을 방문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새로운 상임위원장 임기가  시작되기 전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하려는 것은 국회 상임위 정상화라는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합의 정신을 깨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야는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문체위를 포함, 7개의 상임위원장을 야당 의원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 ▲ 국민의힘 의원들이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장 앞 복도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반발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사진=공동취재단)
    ▲ 국민의힘 의원들이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장 앞 복도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반발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사진=공동취재단)
    이달곤 의원은 회의 뒤 "상임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모여 안건조정위원 구성과 일정을 합의해야 한다"며 "그러나 이러한 국회법 취지가 무색하게 민주당은 김의겸 의원을 조정위원으로 앉히고 우리가 추천한 세 명 중 한 사람을 배제해 '(야) 2명 대 (여) 4명' 구조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안건조정위 제도 개선 목소리도

    여당의 이번 '안건조정위 무력화'와 관련해 제도 개선 목소리도 나왔다. 안건조정위는 2012년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 통과 때 만들어진 제도다. 여야 간 이견 조정이 필요한 쟁점에 따른 토론 등을 위해 구성할 수 있는 위원회다. 여야 동수(3명씩)로 구성된다. 재적 조정위원 3분의 2(4명) 이상 찬성으로 안건이 의결된다.

    활동기한은 구성일로부터 최장 90일이다. 그러나 최소 활동기한은 법에 명시되지 않았다. 김의겸·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등 범여권 의원이 안건조정위 야당 몫에 배정되면 이번처럼 하루 만에 안건 통과도 가능해진다. 

    이에 '안건조정위에서 최소 30일 이상 안건을 심의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1일 발의된 바 있다. 

    靑 "잘못된 언론 보도 피해구제 충분치 않아" 

    한편,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관련해 침묵을 유지하던 청와대는 이날 "잘못된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구제가 충분하지 않다"는 견해를 내놨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여당의 언론중재법에 대해 세계신문협회나 국제언론인협회 등에서도 언론 자유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기자들 지적에 "헌법 제21조와 신문법 제3조에서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두텁게 보장하면서도 언론에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면 안 된다는 사회적 책임도 명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잘못된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구제가 충분하지 않아 피해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입법적 노력도 필요하다"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은 국회의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결정될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