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언론중재법 수정안 또 제출했지만… 결국 안건조정위 회부된 '언론 징벌적 손배' 안건조정위 야당 몫에 김의겸 배정 우려… 민주당, '8월 국회 처리' 강행 가능성 커
  • ▲ 여야는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약 4시간 동안 논의를 이어간 끝에, 언론중재법 개정안(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법 일부개정안)을 안건조정위에 회부하기로 했다. ⓒ뉴시스
    ▲ 여야는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약 4시간 동안 논의를 이어간 끝에, 언론중재법 개정안(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법 일부개정안)을 안건조정위에 회부하기로 했다. ⓒ뉴시스
    징벌적 손배배상제를 골자로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결국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됐다. 더불어민주당이 8월 국회에서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려 하자 국민의힘이 다수당의 횡포를 방지하고 소수당의 견해를 들을 수 있도록 한 '비상수단'인 안건조정위 회부 카드를 꺼낸 것이다.

    문제는 안건조정위도 무력화할 것이라는 우려다. 민주당이 여당과 뜻을 같이하는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을 안건조정위 야당 몫(3명)에 배정할 가능성이 커서다. 국민의힘은 김의겸 의원을 안건조정위 야당 몫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야, 진통 끝 '언론재갈법' 안건조정위로

    여야는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약 4시간의 논의 끝에 언론중재법 개정안(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 일부개정안)을 안건조정위에 회부하기로 했다. 문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표결처리 강행을 주장하자, 국민의힘이 안건조정위 회부를 신청했다.

    안건조정위는 국회법 57조의 2에 근거, 여야가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과 관련해 구성할 수 있는 위원회다. 활동 기한은 구성일로부터 90일이다. 여야 동수(3명씩)로 구성된다. 안건은 재적 조정위원 3분의 2 이상(4명)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때문에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위원 한 명의 역할이 중요하다.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쟁점법안과 관련한 안건조정위에 열린민주당 의원을 야당 몫으로 배정해 법안을 통과시킨 전례가 있다. 안건조정위가 사실상 여당의 법안 통과를 위한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도종환 문체위원장은 "국민의힘 이달곤 간사 등 일곱 명의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안건조정위 신청이 들어왔다"며 "교섭단체 간사는 오는 18일 12시까지 안건조정위원 추천 명단을 위원장에게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21대 국회 교섭단체(20석 이상)인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사가 안건조정위원 명단을 제출하면, 안건조정위 첫 회의는 이르면 18일 오후 열린다.

    국민의힘은 안건조정위 회의 공개도 요청했다. 이달곤 간사는 "안건조정위 소위가 공개돼야 한다. 관련 법에도 회의는 공개가 원칙"이라고 말했고, 도종환 위원장은 "아직 구성이 안 됐으니 구성부터 하자"고만 답했다.

    이날 국민의힘이 안건조정위 카드로 '민주당의 개정안 처리 강행'을 임시로 막아내기는 했지만, 민주당이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도 위원장이 야당 몫으로 비교섭단체인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을 포함시키면 안건조정위 활동 기한인 90일을 채우지 못하고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 위원장은 안건조정위원을 최종 확정할 권한을 갖는다.

    이럴 경우 문체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등을 거쳐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도 가능해진다.

    수정안 내놓은 與 VS 자체안 마련, 검토보고 해야 한다는 野 

    이날 회의에서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수정안을 표결처리하려는 민주당, 그리고 이를 막으려는 국민의힘 간 팽팽한 기싸움이 이어졌다. 국내·외 언론단체, 국내 최대 변호사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 등 각계각층의 비판성명이 이어진 가운데 진행된 회의였다. 지난 10일 문체위 전체회의 뒤 처음 열린 회의였다. 지난 12일로 예정됐던 회의는 취소됐다.

    민주당은 회의 초반 언론단체·야당 등의 비판이 집중된 일부 조항을 수정하겠다고 했다. 이날 오전 이를 반영한 수정안도 공개했다. 이 수정안을 토대로 여야 논의를 이어가는 등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를 내자는 의미였다. 이를 두고 사실상 표결처리를 위한 명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여당의 이번 수정안은 대통령·국무총리·장관·국회의원·국정원장 등 공직자윤리법 10조 1항 1호~12호에 해당하는 사람과 그 후보자, 대통령령으로 정한 대기업 및 주요 주주임원 등은 징벌적 손배 청구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기존 여당안에는 이러한 '제한규정'이 없어 정치·행정·경제권력 등의 징벌적 손배가 자칫 언론재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 ▲ 더불어민주당은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8월 국회에서 처리하려는 계획이다. 국회 본회의장 자료사진.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8월 국회에서 처리하려는 계획이다. 국회 본회의장 자료사진. ⓒ이종현 기자
    또 ▲징벌적 손배 부과 기준과 관련 '언론사 전년도 매출액의 1/10000에서 1/1000을 곱한 금액을 고려한다'는 내용을 삭제하고, '언론사의 사회적 영향력과 전년도 매출액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문구를 삽입 ▲언론사 등에 기사열람차단청구권이 있다고 표시하도록 한 내용 삭제 ▲법원이 언론의 고의·중과실을 추정하도록 명시▲기자를 대상으로 한 언론사의 구상권 청구 조항 삭제 등이 기존 안과 달라졌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은 "언론사의 전년도 매출액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문구도 삭제해야 한다"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이 법률적으로도 맞지 않고 위헌 요소도 있다" (최형두 의원) 등 문제성 조항을 지적했다. 이달곤 간사는 "야당 안을 만들어 같이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나온 민주당의 수정안과 국민의힘 안을 대상으로 문체위 수석전문위원 및 정부 측 검토보고도 필요하다는 의견(김승수 의원)도 나왔다. 김승원·이병훈·유정주·전용기 등 민주당 의원들은 그러나 '논의를 할 만큼 했다'고 주장했다.

    野 몫에 김의겸?… 안건조정위 무력화 가능성

    이달곤 국민의힘 간사는 회의 뒤 "야당 안을 만들어 놨다"며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승수 의원도 "내일 (안건조정위 구성 뒤 회의가 열리면) 야당 안에 대해 상세히 이야기할 것이고, (전문위원과 정부 측의) 검토보고도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형두 의원은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여당에 예산부의권 등 책임정치의 권한을 주면서 야당에는 소수당이라도 90일간 숙의기간을 주자고 만든 것이 안건조정위"라며 여야 동수의 '3 대 3'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의당과 언론 4단체(한국기자협회·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PD연합회·방송기자연합회)도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여당발(發)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반대, 재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민주당의 표결처리 강행 주장이 나온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언론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이라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창립 57주년을 맞은 한국기자협회에 축하 메시지를 보내 "언론이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한 언론자유는 누구도 흔들 수 없다"며 이처럼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대한민국 기자들은 진실의 기반 위에서 자유와 책임으로 균형을 잡으며 민주언론의 길을 걸어왔다"며 "57년 역사의 자취마다 사명과 헌신을 새겨온 모든 기자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치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