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안철수, 합당 두고 연일 감정싸움… '8월 초 회동' 기약 없어
  •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월16일 오후 국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찾아 인사를 나누고 있다.ⓒ이종현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월16일 오후 국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찾아 인사를 나누고 있다.ⓒ이종현 기자
    지난 4·7 재·보궐선거 당시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제기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이 양당 대표 간 신경전으로 난항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합당에) 예스(YES)냐 노(NO)냐"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압박한 데 이어 "대표 간 정상적인 대화를 하자"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에 안철수 대표는 "('예스냐 노냐'는 질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영국군으로부터 항복을 받아낼 때 사용했던 표현"이라며 반발했다.

    이준석 "'전범 발언' 안철수 사과하라" 

    이 대표는 5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종종 더불어민주당에서 자신들과 뜻이 맞지 않는 사람들에게 '토착왜구'라고 몰아붙이는 것을 보며 국민들은 눈살을 찌푸렸다"고 전제한 뒤 "그런데 놀랍게도 안 대표가 합당 진행에 '예스냐 노냐' 답해 달라는 단순한 질문에 대해 '2차대전 당시 싱가포르전투에서 영국군에 항복을 요구했던 일본군 전범 야마시타가 떠오른다'고 했다"고 거론했다. 

    '2차대전' 관련 발언은 안 대표가 4일 중앙일보 '강찬호의 투머치토커' 유튜브에 출연해 이 대표를 비판하며 한 말이다.

    "'예스냐 노냐' 라는 질문에 상대를 일본 전범으로 연상했다는 것은 정상인의 범주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답변"이라고 지적한 이 대표는 "제발 좀 정상적인 대화를 당 대표 간 했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내게서 일본군 전범이 연상된다고 한다면, 국민의힘은 2차대전 때 일본군 정도가 된다고 인식하는 것인가. 상식을 벗어나는 발언으로, 사과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김윤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이 지난 3일 이 대표를 '철부지·애송이'라고 지칭한 것도 거론됐다. 이 대표는 이를 상기시키며 "(권은희 원내대표는) 오픈플랫폼을 만들어야 된다는 등 국민의당 인사들이 매우 현학적인 표현들로 국민들을 우롱한다"면서 "이제는 좀 답해 주셨으면 한다. 합당에 '예스냐 노냐'"고 거듭 국민의당을 압박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도 국민의당과 협상 여지는 남겨뒀다. "8월 말 (우리 당의) 경선 버스가 출발할 것이고, 우리는 타고 싶은 사람은 다 태우고 간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어 "지금은 안에 있는 분들을 위해 문을 닫았지만, 문을 두드리면 다 열어 드린다"며 "(당에 들어올 분들은) 8월31일까지 당의 문을 두드려 주시면 된다"고 부연했다.

    '8월 초 회동' 기약 없어… "갈 길 간다"는 국민의힘

    문제는 현재 양당 간 물밑협상도 없다는 점이다. 두 대표 간 감정의 골이 그만큼 깊다는 일각의 시선도 있다. 

    앞서 양당 실무협상단은 지난 6월 구성돼, 7월27일까지 합당 방식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협상을 끝냈다. 이 대표의 만남 제안에 안 대표가 답하지 않는다는 것이 국민의힘 측 주장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물밑에서의 협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이 대표가 제시한 협상 마감 이후인) 다음주부터는 우리 경선도 급하기 때문에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음주에도 국민의당에서 별 반응이 없으면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타고 (따로) 출발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관계자도 "(합당과 관련해) 당내 반발 전에는 약 10% 정도 반감이 있었는데 최근 1~2주 사이 60% 정도의 반발이 있었다"며 "안 대표가 고민을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안 대표가 지금 이 대표를 만난다면 현재 당 분위기로서는 '합당 이대로 못한다'인 만큼 (합당해도) 외연확장이 안 될 것이 분명해서 못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협상 마감 시한을 정한 것과 관련해서는 "책임을 저희에게 다 떠넘기고 이 대표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하는 것이지만, 그 노력이 진정성 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 뒤 "국민의당이 범야권 주자들의 일정에 맞춰 탑승하는 경선 버스를 놓치는 상황이 발생하면 이야말로 범야권 지지자들이 안 좋아할 결말"이라며 안 대표를 재차 압박했다.

    이 대표는 또 이날 오후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전체회의 뒤에는 "전범이라는 말이 나온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고 예상치 못했다"며 "앞으로 (안 대표의) 또 다른 메시지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