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김영주, 신현영, 김영호, 김원이, 최강욱, 박광온, 김용민… 우후죽순 발의'보도된 날~삭제된 날' 총일수 X 언론사 하루 매출= 여기에 3배, 5배 '마구 징벌' 7월 통과 목표로 밀어붙여… "징벌적 손배, 사회적 의미 있나" 언론노조도 제동
  • ▲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특위 위원장인 김용민 의원 자료사진. ⓒ뉴데일리DB
    ▲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특위 위원장인 김용민 의원 자료사진. ⓒ뉴데일리DB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을 대상으로 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강행처리에 제동이 걸렸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내에서도 최근 정부·여당의 언론규제법 속도전에 비판적 목소리가 나온 데다, 징벌적 손배 관련 위헌 논란이 이어지면서다.

    21대 개원(5월30일) 후 현재까지 민주당 의원들이 낸 관련법 개정안만 총 16건. 징벌적 손배 범위를 3배로 하자는 안부터 최대 5배까지 하자는 안, 독립기구인 언론중재위원회를 정부 산하에 두자는 내용 등이다. 7월 초 '단일안'을 만든 민주당이 정치권 안팎의 반발에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정청래, '징벌적 손배 3배' 첫 발의

    민주당이 언론 규제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언론중재법)'은 지난해 6월9일 처음 나왔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개정안의 핵심은 '징벌적 손배 3배 규정'이다. 

    언론사가 악의적으로 인격권을 침해한 경우 피해자는 손해액의 3배 내에서 손해배상액을 언론사에 청구할 수 있다. 악의는 '허위사실을 인지하고 피해자에게 극심한 피해를 입힐 목적으로 왜곡보도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정 의원은 연이어 두 개의 개정안을 냈다. 중재위원 구성, 자격요건 및 정정보도 방식 등을 변경하는 안(2020년 7월10일 대표발의), 정정보도 청구 요건을 변경하는 안(2020년 8월7일) 등이다.

    정 의원은 이들 개정안에서 ▲정정보도는 원래 보도의 지면 및 분량과 같이 하고 ▲정정보도 청구 시한은 보도를 안 날로부터 6개월(기존 3개월), 보도가 있은 후 2년(기존 6개월)으로 각각 연장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중재위가 문체부장관에게 언론에 시정명령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언론사가 이를 따르지 않으면 과태료 대상이 된다.

    정정보도 방법을 구체화한 관련법 개정안(박광온 의원안, 2020년 8월20일)도 곧바로 나왔다. 이 법안에 의하면, 정정보도는 원래 보도와 같은 채널, 지면, 또는 장소에서 발송하거나 게재해야 한다. 신문은 첫 지면에 정정보도를 올려야 한다. 뉴스통신·인터넷신문 등도 인터넷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정정보도를 게재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3000만원 이하) 대상이다.

    그 사이 김영주 민주당 의원은 현재 40~90명의 중재위원을 120명으로 늘리는 안(2020년 6월23일)을,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인터넷신문 등 기사에 따른 피해자가 기사의 열람 차단을 언론사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안(2020년 7월31일)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2020년 말부터 10건 연달아 '우후죽순'

    민주당 의원들이 두 달에 한 번 꼴로 관련법 개정안을 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였다.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19일 정정보도 방법과 관련해 정청래 의원 안과 같이 원 기사와 같은 시간·분량·크기로 보도하라는 내용 등의 개정안을 내놨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1일 기사로 인해 인격권을 침해받은 피해자가 해당 언론사에 언론보도 삭제 및 인격권 침해 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활동 확인서를 써주고 선거운동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거짓 해명했다는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지난 6월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입장하고 있다. 자료사진. ⓒ정상윤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활동 확인서를 써주고 선거운동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거짓 해명했다는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지난 6월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입장하고 있다. 자료사진. ⓒ정상윤 기자
    가장 논란이 됐던 개정안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의 안(2021년 2월4일)이다. 독립기구인 언론중재위원회를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으로 이관한다는 것이 대표적 내용이다. 이로 인해 언중위의 독립성 침해 우려가 일었다.

    최 의원 안에는 징벌적 손배 산정 시 문제성 기사로 인해 언론사가 얻은 이익을 초과하는 범위에서 배상액을 산정한다는 등의 내용도 담겼다. 이때 언론사의 이익은 보도된 때부터 기사가 삭제된 날까지 총 일수에 언론사의 하루평균 매출액을 곱한 금액으로 정해진다. 기존 정청래·김영호 안처럼 정정보도는 원래 보도와 같은 크기, 위치, 방송시간 등 원 보도와 같은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 등도 들어갔다.

    이때부터 ▲추후 보도를 청구할 수 있는 대상에 '비위혐의와 관련된 행정처분을 받은 자'도 포함하는 안(송기헌 의원안, 2021년 2월19일) ▲정정보도 청구 방법에 서면 외에 전화·팩스 등도 추가하는 안(민형배 의원안, 2021년 3월19일) ▲행정처분을 받은 자도 추후보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안(유정주 의원안, 2021년 3월23일) ▲인터넷신문사업자·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는 정정보도 알림 표시를 하고, 미이행 시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안(김영호 의원안, 2021년 5월7일) 등이 연달아 나왔다.

    "7월 법안 처리 목표" 與, 6월에만 세 건 발의

    13건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올라왔던  지난 6월. 민주당은 이들 개정안의 7월 처리를 목표로 논의에 속도를 냈다. 6월30일 국회에서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고, 지난 6일에는 법안소위를 열고 기존의 언론중재법을 통합한 '여당 안'을 논의 테이블에 올린 것이다.

    이 무렵 민주당 의원들이 추가 발의한 개정안만 세 건이다. 야당이 "새로 추가된 법안을 더 논의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요구한 이유였다. 

    이들 세 개정안은 모두 징벌적 손배를 담은 것이 핵심이었다. 징벌적 손배 범위를 3배로 둔 박정(2021년 6월9일)·윤영찬 의원 안(2021년 6월21일), 그리고 그 범위를 3배 이상 5배 이하로 둔다는 김용민 의원 안(2021년 6월23일)이었다.

    논란의 김 의원 안에는 '징벌적 손해액 산정이 어려운 경우 피해 정도 등을 종합해 5000만원 이상 1억원 이하 범위에서 손해액을 정한다' '정무직공무원과 대기업 주요 주주 등에 대해서는 해할 목적의 보도가 있는 경우에만 징벌적 손배를 적용한다' '기사 제목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인터넷신문사업자는 정정보도 대상 기사에 알림 표시해야 한다'는 등 문제성 조항도 담겼다.

    개정안 시행 시기와 관련한 규정도 제각각이었다. '법 공포 6개월 뒤 시행'을 못박은 개정안은 정청래·박광온·신현영·김영호·김원이·민형배·박정·윤영찬 의원 안 등이다. 송기헌·유정주 의원 안 등은 공포 3개월 뒤에 시행한다는 부칙을 넣었다. 법안 공포 당일부터 시행한다는 안(김영주 의원안)도 있었다.
  •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해 6월부터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내용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16건 발의했다. 국회 자료사진. ⓒ 뉴데일리 DB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해 6월부터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내용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16건 발의했다. 국회 자료사진. ⓒ 뉴데일리 DB
    이 가운데 지난 6일 법안소위에 올라온 여당 안은 김용민 의원 안과 대부분 흡사했다. 여당 안은 우선 핵심쟁점인 징벌적 손배 범위를 최대 5배로 뒀다. 인터넷신문사업자는 정정보도 알림 표시를 하도록 했다. 

    정정보도는 첫 지면에 게재하는 등 원 보도와 같은 효과를 내도록 하게 했다. 여기에 신현영 의원 안에 담긴 열람차단청구권 등도 수정돼 포함됐다. 다만 이는 최종안이 아니라는 것이 여당 문체위 측 설명이다.

    언론계 "일주일 단위로 바뀌는 與 개정안, 어떤 의미 있나"

    언론계는 여당의 속도전을 비판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언론정보학회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동으로 연 '악의적 보도와 실수 사이: 언론윤리 회복을 위한 긴급 토론회'에서 이러한 목소리가 불거졌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은 이 자리에서 "징벌적 손배에 대한 논의는 오래 전부터 있었고, 최근 너무 많은 법안들이 나왔다"며 "21대 국회 되면서 나온 법안이 1년을 넘겼고, (2020년인) 그때 나왔던 법만 13개"라고 지적했다. 

    "13개 법의 대안을 만들어 하나의 일치된 대안을 낸 것도 최근인데, 갑자기 대안이 만들어지더니 일주일 단위로 새로운 항들이 추가되고 있다"고 비판한 김 실장은 "자기가 운영하는 재단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가 1년 뒤 그게 아니라며 사과한 정치인, 책임을 회피하려는 공직자가 무조건 소송을 남발해 후속 보도를 막는 것 등 공적 영역에서의 징벌적 손배는 제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의 발언은 실명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으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조국 전 법무부장관 등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일주일 단위로 바뀌는 민주당의 언론중재안, 징벌적 손배라는 문제들이 과연 어떤 사회적 의미를 갖고 있느냐"고 따져 물은 김 실장은 "일반인과 시민들에 대한 오보, 인격권 침해 등이 굉장히 많았는데 이전에는 가만히 있다가 이제야 징벌적 손배가 논의됐다"고 꼬집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오는 27일 오후 문화체육관광위 소위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민주당은 이날 대안을 논의 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